금천구청 앞 큰 텃밭의 개장식이 4월에 있었다. 그후 많은 사람들이 상추, 오이,고추 등을 심고 거두었다.

마을신문 금천in 과 금천도시농업네트워크는 도심 속 소중한 공간인 금천한내텃밭에서 일어난 일들을 연재를 기획하며 금천구에서 다양한 텃밭이 만들어지기를 희망해본다.

비온 뒤라 그런지 햇살은 더 뜨겁고 끈적끈적 올라오는 습기 때문에 숨만 쉬어도 땀구멍에 이슬이 맺히고 등짝이 찰싹 들러붙는다. 채소 색깔이 만약 초록이 아닌 주황이나 분홍색이었다면 어쩔 뻔 했는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런 생각이 스칠 즈음 어디선가 왁자지껄 하게 들이닥친 사람들이 있었다.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호기롭게 나타난 이들은 여성발전센터에서 ‘도시농업지도사’ 과정을 수강하고 있는 늦깍이 학생들이다. 숨도 쉬기 힘든 날씨에 요리를 하기로 했단다. 네 개 조로 나눈 사람들이 서로 자신들이 준비한 음식을 뽐내면서 만들기 시작했다. 상대팀을 견제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양으로 승부한 떡볶이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꼴찌를 먼저 꿰찼고, 채소 샐러드는 옆 팀 샌드위치 속으로 들어갔다. 

텃밭을 소재로 한 요리를 한 접시씩 출품(?)하는데 세심한 데코레이션까지 합쳐져 멋진 작품전이 되었다. ‘상추불뚝전’, ‘오감을 자극하는 영양만점 샐러드’, ‘주물럭 샌드위치’, ‘푸짐한 나눔 떡볶이’로 붙여진 작품들은 노란 치커리 꽃과 상추, 집에서 직접 가져온 바구니와 예쁜 접시로 장식되었다. 숨도 쉬기 힘들었던 방금 전과는 달리 눈으로만 봐도 즐거운 음식들을 보면서 온 몸이 시원하게 식혀지는 것 같았다. 역시 여성들은 위대하다! 








이어서 텃밭운동회 기획이 시작되었다. 풀잎으로 허수아비 만들기, 고랑 천천히 갔다 오기, 깻잎 입으로 이어 날리기, 밀짚모자 손 안대고 이어 옮기기, 몸으로 채소이름 말하기, 씨앗이 싹트는 모습 연기하기 등 재미난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도시농업을 접하면서 열정에 넘쳤던 예전의 우리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씨앗 하나도 예사로 보아 넘기지 않고 감자 하나를 심으면서도 길게 토론을 해야 했던 그 때가 엊그제 같다. 두둑에 감자를 엎어서 심어야 하는지 뒤집어서 심어야 하는지, 두둑 한가운데 심어야 하는지 옆구리에 심어야 하는지... 끝도 없는 토론하느라 주변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머리통만한 고구마를 보고 깜짝 놀래고, 주먹만한 애기 수박을 보면서 콩닥거렸던 ‘처음의 그 설레임’은 지금도 내 맘속에 크게 자리 잡고 있다.  


금천도시농업네트워크 사무국장   김선정

cafe.daum.net/gcfar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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