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채란(가산동, 31) 작가 인터뷰

 

월요일, 고양이에서

 

인터뷰를 앞두고 박채란 작가라고 인터넷 포털에서 검색을 해 보았다. 2010년 서울시 한 도서관 한 책 읽기 선정작가, 동화작가, 다문화 작가 등 그녀를 칭하는 호칭은 다양했다. 작품으로는 2004년 [국경없는 마을/서해문집]로 안산시 원곡본동에 2만여 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살고 있는 국경 없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에 이어, 2007년 [국경없는 마을]의 동화버전 인 [까매서 안 더워? / 파란자전거]를 집필했다. 이후 2009년 청소년 자살이라는 다소는 무거운 주제를 담은 [목요일 사이프러스에서/사계절] 펴냈다. 이후 김은의, 이미지 작가와 기획집필팀<날개달린 연필>로 활약중이다.

 

작가와 만나기로 한 월요일, 책읽는 고양이에 들어서자, 한참 청소기를 돌기고 있는 박채란 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청소년 북카페 ‘책읽는 고양이’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박 작가는 인터넷에서 검색한 사진을 먼저 보아서 일까? 오랜 친구처럼 친숙한 느낌이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다짜고짜 작가에게 물었다. “동화작가라고 불러야 하나요? 아니면 그냥 작가라고 불러야 하나요?” 무지한 내 질문에 박 작가는 “동화작가란 말에 나를 가두고 싶지 않아요. 내가 동화를 특별히 쓴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라며 “요리를 한다고 생각하면 재료가 있을 거에요. 가지, 양파, 호박 등 재료에 맞게 요리를 하게 됩니다. 요리하는 사람한테는 식재료가 가장 존중해야 할 대상이죠. 글에선 그 재료가 영감이에요. 그 영감이 아이들에게 맞았던 것 일 뿐입니다. 그것이 어른이나, 노인, 여자들에게 맞다면 그들을 대상으로 한 글을 쓸 겁니다. 난 동화를 쓴다기 보다 글을 쓰는 것입니다. 그것들을 꺼내서 표현하는 것 자체가 중요합니다.”라는 우문현답(愚問賢答)이 돌아왔다.

 

첫 작품 [국경없는 마을]

 

원래 소설가가 꿈 이었다는 박 작가는 어려서 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2001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잡지[함께걸음]에서 기자로서 글을 쓰고 있었다. 그 즈음 출판사 서해문집으로부터 다문화 관련한 책을 써 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21세 박 작가의 표현을 빌자면 ‘완전 신인’이었던 박 작가는 단지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덥석 제의를 받아들였다. 막상 계약을 하고 보니, 생각했던 것 보다 많이 힘들었다. 박 작가는 그 때를 회상하며 “알고보니 내 앞에 세 명이나 째고 나갔다더라구요.”라고 말했다. 그 말에서 그 작업이 얼마나 힘든 일 이었는지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국경없는 마을]은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국경없는 마을’에서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써낸 작품이다. 책이 출판된 2004년 보다 2010년 다문화가 사회 이슈로 떠오르며 서울시 한도서관 한책 읽기 도서로 선정되면서 다시 한 번 재조명된 작품이다.

 

동화와의 인연 [까매서 안더워?]

박 작가가 [국경없는 마을]을 집필한지 약 1년여가 지난 어느날 교회 언니로부터 동화공부를 함께 하자는 권유를 받았다. 언니와 함께 동화공부를 하면서 들었던 이금이 선생님의 강의는 박 작가가 동화를 쓰게 된 인연이 되었다고한다. 당시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는 박 작가는 “국문과 4년을 다녔고, 문학을 평생 꿈으로 안고 살았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이 동화에 있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그 무렵 다시 출판사로부터 [국경없는 마을]을 아이들이 읽기 좋은 형식으로 써 달라는 제의가 들어왔고, 박 작가의 첫 번째 동화 [까매서 안 더워?]가 탄생하게 되었다. [까매서 안 더워?]는 [국경없는 마을]과 함께 ‘2010년 한 도서관 한 책읽기’ 선정도서가 됐다.

 

글을 쓰면서 가장 행복했던 [목요일 사이프러스에서]

 

[목요일 사이프러스에서]를 쓰는데 3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분량도 7~800매로 박 작가가 처음 쓴 장편소설이기도 하다. 박 작가는 사이프러스를 썼던 2007년 1월에서 4월까지의 시간들이 글을 쓰면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당시 서울시청 정동교회 인근에 작업실을 얻어서 글을 썼는데 등장인물 4명의 이름을 청바지에 적어서 다녔다고 한다. 박 작가는 “등장인물 이름을 잃어버릴까봐 그런 것도 있지만, 버스를 타고 다니며 청바지에 적힌 아이들의 이름을 보며 계속 생각했어요.”라며 “글을 다 쓰고 나서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덧 봄이 와 있는 거에요. 글을 쓰는 넉 달 동안 뭔가 다른 세계에 있다가 온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라며 그때의 감상을 전했다. 또 “내 삶과 인생에 대해서 다 들어간 책이에요. 이렇게 온 마음을 다해서 못 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목요일 사이프러스에서]는 십대 아이들의 고민과 성장통을 그린 소설로, 자살이라는 다소 무거울 수도 있는 소재를 가지고 삶과 죽음, 사랑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박 작가는 “책이 나온 날이 하필 노 대통령이 돌아가신 날 이었어요. 책이 나온 것이 기쁘기도 했지만, 많이 울었어요.”라고 그 때를 회상했다.

 

은교에게 추천하는 책 [비밀의 화원]

 

박 작가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책은 [비밀의 화원], [하이디], [세라 이야기] 등 만화나 짧은 그림책으로만 봤던 책들이다. “이 책들 완역본으로 봤는데 정말 훌륭하고 아름다운 책 이에요. 특히 비밀의 화원은 작가가 죽기 직전에 만든 책이라 작가의 인생에 대한 성찰이 담겨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또 “방정환, 이원수, 마해성, 현덕 선생님 등은 세월을 이기고 살아남은 고전들로 정말 아름다운 작품을 남겼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3일은 결혼 후 10여년만에 첫 딸 은교가 태어난 날이다. 박 작가는 “내 아이에게 어떤 책을 읽게 할까 고민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만약에 아이가 한 권 밖에 책을 읽을 수 없다면 [까매서 안더워?]보다 [비밀의 화원]을 주겠다.”고 말했다.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청소년에게

 

“작가가 어떤이들만의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늘 내가 시를 쓰고, 글을 쓰면 오늘은 내가 작가에요.”라고 말하는 박 작가는 “머리로 우리 자신을 검열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것을 위해 자신도 매일같이 머릿속 검열을 거치지 않고 그냥 쓰는 것을 연습하고 있다고 귀뜸했다.

 

독자들에게

 

“작가랑 독자 인연으로 만나는 것은 정말 소중한 것 같아요. 독자는 수 천만권 중 한 권을 골라 보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정신을 바짝 차리고 글을 써야 해요.”라며 “건강하고 좋은 글을 죽을 때까지 쓰고 싶고 그것이 나의 소원입니다.”라고 덧붙였다.

 

남현숙 기자

kasizz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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