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 관행이라는 구태를 깹시다.




2014년 1월, 수많은 장애인과 노숙인 들이 염전에서 노예로 부려진 사건이 보도됐다. “최근에 일어난 염전노예 사건은 정말 21세기에 있을 수 없는 충격적인 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철저히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고 경찰은 일제점검을 했다. 가혹 행위와 학대가 밝혀진 극히 일부의 염전 주들이 구속되었고, 하지만 많은 염전주들은 시효가 만료되지 않은 3년 치 임금을 지급하면 형사 처분이 면제되었고, 형사 입건 된 염전주들도 검찰과 법원에서 ‘(염전노예가) 지역의 관행이었다’는 이유로 풀려났다. 이로서 확인 된 것은 한국사회의 이윤을 둘러싼 속살은 노예제 사회였다. 그 노예제를 지탱하는 것은 이윤에 대한 탐욕과 경찰 공무원 토호들의 ‘야합이라는 관행’이었다.


[한남상운 노동자들은 아직도 근로기준법에서 명시한 휴게시간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제발 배고프지 않게 밥이라도 먹고, 화장실 한번 편히 가고 싶을 뿐입니다. 불법, 난폭운전을 하지 않으면 휴식시간은 꿈조차 꿀 수 없고, 밥 먹을 수 있는 식당까지 걸어 나갔다 오는데 왕복 15분이상이 걸리는 조건에서 식사시간 14~17분은 굶으라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그래서 퇴근시간까지 아예 굶거나 아님 손님을 태우고 오는 도중 분식집 앞에 버스를 세우고 김밥 한 줄을 사서 차안에서 그 김밥을 먹어야합니다. 그러나 이조차 손님이 한 분이라도 계시면 먹을 수 없습니다.]

 

신곤 운수 마을버스 기사들은 밥이라도 먹고 운전할 수 있게 해달라며 노조를 만들었다. 그런데 회사가 신곤에서 경성운수로, 한남상운으로 이름이 바뀌더니 어용노조가 만들어지고 계약해지라는 줄 해고를 해 됐다. 그래서 조합원들은 관리 관할 책임을 지는 금천구청을 찾아갔다. 거기서 만난 금천구청의 행정도 동일했다. 화장실도 없는 종점, 유통기간이 훨씬 지난 우유 간식, 도로교통법이 규정한 어떠한 부대시설도 없는 회사, 도저히 법적으로 허가될 수 없는 조건에서 마을버스 운영 허가를 내 준 것이 ‘관행’이라는 주장이다. 


밥 굶기고 장시간 운행을 시켜 두 바퀴 돌 것 세 바퀴 돌게 해 하루하루 죽어가는 마을버스들에게 금천구청은 “주민들의 마을버스 사용에 편리한 것”이라 문제없다고 한다. 농사는 농부가 행복하기 위해 짓는 것이다. 일하는 사람이 행복하고 그 행복이 다른 이의 삶을 좋게 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돈이 주인인 세상은 오직 돈을 가지고 제품을 사는 자(소비자, 고객)에게만 눈길을 맞춘다. 고객제일주의는 일하는 사람에게 노예노동의 멍에를 지운다. 사람이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삼자는 것이 민주공화국의 기능이다. 그래서 헌법 제10조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했지만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선 다 헛소리다. 본시 행정기능은 강자가 아니라 약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보고 인간 존엄을 지켜야 한다. 그런데 인간이 아니라 노예가 운전하는 마을버스는 민주공화국의 버스가 아니라 노예 왕국의 버스다. 다른 이의 노예 됨으로 이루어진 서비스가 많을수록 좋다고 하는 순간 금천 구청의 행정도 노예제 관료들의 행정이고 금천구청장은 노예행정의 얼굴이다. 

   

구청장을 만났다. 구청장은 노사관계는 (그것이 노예제라도) 우리가 어쩔 수 없고, 인허가와 관련된 지적된 부분은 관행이라 조사를 해보겠지만 어쩔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한남운수 전에도 금천 마을버스 처지와 조건이 터무니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고쳐지거나 고치려는 움직임을 본 적이 없다. 이번 한남 상운의 사건에도 신곤운수가 경성운수로 그리고 한남 상운으로 바뀌면서 그때마다 금천구청은 실사를 해서 적법한 조건에서 운수사업 등록 인허를 해야 했다. 없었다. 구내 일곱 개 중 범일만 빼고 다 그렇다니 이거야 말로 직무유기다. 게다가 범일도 삼익아파트 앞의 마을버스 기사가 은행나무 위에 본사로 쉬러 간다는 것도 거짓이다. 이런 거짓이 관행이란 이름으로 묵인 방조되었다. 결국 관행이라는 것은 금천구청 등 행정관청이 탁상행정을 통해 만든 적폐요 책임회피의 다른 말이다. 그 적폐와 책임 회피 뒤에 숨어 “관행” 운운 한 구청장의 한심한 법의식과 인권의식도 참담하다.


노사관계를 책임 질 수 없다는 발언도 잘못이다. 왜냐면 한남상운을 비롯해 마을버스 회사는 다 불법을 전제로 한 유령회사다. 유령회사에서 정상적인 노사관계 성립자체가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유령회사 바지 사장을 만들어 노예의 일터를 ‘묵인 동조 방조’한 첫 책임이 금천구청에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에 징역 5년의 중형을 내린 판사의 논리도 양심도 없는 판결이 사회적 문제가 됐다. 공권력이 문제가 있어도 순종하라는 그 전제, 잘못 꿰진 첫 단추를 외면하고 복종만 요구한 군사독재나 식민지행정의 부활이기 때문이다. 차성수 구청장도 동일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마을버스의 참담한 현실을 만든 첫째단추를 꿴 책임이 구청에 있음을 외면한다.  


재선에 성공한 구청장이 한 인터뷰에서 ‘함께 꿈꾸는 금천, 함께 만들어 나가는 미래’로 만들어 가자고 했다. 구청장이 꿈꾸는 금천은 노예가 모는 마을버스의 금천인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하는 미래는 여전히 관행이 지배하고, 일하는 사람을 기계나 머슴 취급하는 그런 금천인가? 우리는 과거 구태에 젖은 구청장 대신 구로공단 민주노조운동의 상징이자 혼(魂), 박영진 열사의 야학 선생이었다는 차 구청장에 대한 기대가 많았다. 하지만 그가 행정을 통해 인권 존중. 인권 보호, 인권 실현의 의무를 관행 뒤에 숨기고, 법 형식 가면 속에 버리는 순간 그 또한 또 다른 구태 구청장이 되고 말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한남상운 노동자들의 염을 마음으로 받들어 세월 호나 구의역 참사를 예방하는 마음으로 한남상운 노동자들의 요구를 긴급 구제하는 마음으로 수용하고, 마을버스를 구가 완전 책임지는 체제를 구축해 전화위복의 계기를 삼는 멋진 구청장이 되길 바란다.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문재훈 소장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