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뒷집 준범이> 



글 그림 이혜란 / 보림 출판사 


 어느 골목 이웃들의 사람 사는 이야기를 정겹게 풀어내며 추억을 곱씹게 만들었던 ‘응답하라 1988’이라는 드라마가 한때 인기였습니다. 드라마 속 인물 중에 소심한 성격으로 방안에 틀어박혀 바둑만 두던 ‘택’이라는 아이가 있었죠. 만약 먼저 손 내밀어주고 함께 해준 그 골목의 친구들이 없었다면 ‘택’이는 과연 어떻게 성장했을까요? 


 여기 작은 시장골목에 ‘준범이’라는 아이가 이사를 왔습니다. 앞집은 낮은 지붕아래에 시끌벅적 요란한 친구들이 쪼르르 붙어삽니다. 늘 예쁜 옷차림의 미장원집 공주, 슈퍼마켓 먹보 충원이와 동생 떼쟁이, 만날 맛있는 음식을 먹는 중국집 강희와 강우, 그리고 강아지 땡이까지. 일하러 가신 할머니를 기다리며 하루 종일 준범이가 하는 일은 어두컴컴한 방에서 혼자 TV를 보는 게 전부입니다. 그러다가 신나게 노는 아이들 소리에 창문을 내다보게 되고, 그 ‘창’이 마음의 문이라도 되는 듯 서서히 크게 열리게 되지요. 외로운 준범이를 발견하고 함께 놀자며 손짓해주는 자장면집 딸 ‘강희’는 밝고 당당하며 고맙기까지 합니다. 친구들과 섞여 마음껏 놀고 싶은 마음과 나가지 말라는 할머니의 당부를 지켜야 하는 준범이의 미세한 갈등이 안쓰럽기도 합니다. ‘안 돼...’ 힘없이 놀기를 포기하는 준범이, 친구들이 갑자기 사라진 앞마당의 정적이 제 마음마저 쿵~ 내려앉힙니다. 그때 준범이네 문을 박차고 우르르 밀려들어오는 아이들, “노올~~자!!” 그제야 시커멓게 그려진 연필그림의 준범이 방에 색색의 환한 파스텔톤 희망이 물들어집니다. 아이들은 세상을 다 가진 듯 한바탕 신나게 놀지요.   


 <뒷집 준범이>는 부산에서 신흥반점 중국집 딸로 자랐던 이혜란 작가의 어린 시절 경험담이 담긴 두 번째 책이야기입니다. 아파트와 빌딩으로 가득한 요즘에 과연 이런 동네가 있을까, 아이들이 이런 감정을 잘 이해할까 싶지만, 여전히 이런 골목이 어디엔가 존재하고 있고 굳이 이런 곳에 살지 않더라도 이 아이들의 감정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심심하면 아파트 베란다에 앉아서 창밖을 내다보는 우리 집 아들들이 생각났습니다. 아파트 마당에 행여 아는 친구가 나올까 뚫어져라 쳐다보고, 누구 하나라도 나오면 반가워서 어쩔 줄 모르던 아이들. 너무 더워서 안 되고, 너무 추워서 안 되고, 공기가 너무 안 좋아서 안 되고... 이런저런 핑계로 아이들이 어우러져서 놀 기회를 차단시켰던 제 모습을 반성했지요. 그리고 또 생각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강희처럼 준범이에게 스스럼없이 따스하게 손 내밀 수 있는 아이들인가? 과연 나는 그런 사람인가? 이 시대 우리 주변에 있는 ‘나의 준범이’는 누구인가?...

 오늘은 나의 준범이를 찾아봐야겠습니다.


                                     2016.06-2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동화 읽는 어른모임 윤미희  글

 <뒷집 준범이> 

글 그림 이혜란 / 보림 출판사 



 어느 골목 이웃들의 사람 사는 이야기를 정겹게 풀어내며 추억을 곱씹게 만들었던 ‘응답하라 1988’이라는 드라마가 한때 인기였습니다. 드라마 속 인물 중에 소심한 성격으로 방안에 틀어박혀 바둑만 두던 ‘택’이라는 아이가 있었죠. 만약 먼저 손 내밀어주고 함께 해준 그 골목의 친구들이 없었다면 ‘택’이는 과연 어떻게 성장했을까요? 


 여기 작은 시장골목에 ‘준범이’라는 아이가 이사를 왔습니다. 앞집은 낮은 지붕아래에 시끌벅적 요란한 친구들이 쪼르르 붙어삽니다. 늘 예쁜 옷차림의 미장원집 공주, 슈퍼마켓 먹보 충원이와 동생 떼쟁이, 만날 맛있는 음식을 먹는 중국집 강희와 강우, 그리고 강아지 땡이까지. 일하러 가신 할머니를 기다리며 하루 종일 준범이가 하는 일은 어두컴컴한 방에서 혼자 TV를 보는 게 전부입니다. 그러다가 신나게 노는 아이들 소리에 창문을 내다보게 되고, 그 ‘창’이 마음의 문이라도 되는 듯 서서히 크게 열리게 되지요. 외로운 준범이를 발견하고 함께 놀자며 손짓해주는 자장면집 딸 ‘강희’는 밝고 당당하며 고맙기까지 합니다. 친구들과 섞여 마음껏 놀고 싶은 마음과 나가지 말라는 할머니의 당부를 지켜야 하는 준범이의 미세한 갈등이 안쓰럽기도 합니다. ‘안 돼...’ 힘없이 놀기를 포기하는 준범이, 친구들이 갑자기 사라진 앞마당의 정적이 제 마음마저 쿵~ 내려앉힙니다. 그때 준범이네 문을 박차고 우르르 밀려들어오는 아이들, “노올~~자!!” 그제야 시커멓게 그려진 연필그림의 준범이 방에 색색의 환한 파스텔톤 희망이 물들어집니다. 아이들은 세상을 다 가진 듯 한바탕 신나게 놀지요.   


 <뒷집 준범이>는 부산에서 신흥반점 중국집 딸로 자랐던 이혜란 작가의 어린 시절 경험담이 담긴 두 번째 책이야기입니다. 아파트와 빌딩으로 가득한 요즘에 과연 이런 동네가 있을까, 아이들이 이런 감정을 잘 이해할까 싶지만, 여전히 이런 골목이 어디엔가 존재하고 있고 굳이 이런 곳에 살지 않더라도 이 아이들의 감정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심심하면 아파트 베란다에 앉아서 창밖을 내다보는 우리 집 아들들이 생각났습니다. 아파트 마당에 행여 아는 친구가 나올까 뚫어져라 쳐다보고, 누구 하나라도 나오면 반가워서 어쩔 줄 모르던 아이들. 너무 더워서 안 되고, 너무 추워서 안 되고, 공기가 너무 안 좋아서 안 되고... 이런저런 핑계로 아이들이 어우러져서 놀 기회를 차단시켰던 제 모습을 반성했지요. 그리고 또 생각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강희처럼 준범이에게 스스럼없이 따스하게 손 내밀 수 있는 아이들인가? 과연 나는 그런 사람인가? 이 시대 우리 주변에 있는 ‘나의 준범이’는 누구인가?...

 오늘은 나의 준범이를 찾아봐야겠습니다.


                                     2016.06-2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동화 읽는 어른모임 윤미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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