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C.S 루이스의 <나니아 나라 이야기>


나니아. 마법이 유효하고 동물이 말을 하며 숲과 나무의 전령을 만날 수 있는 신비로움이 가득한 나라죠. 우리의 세계에서 그 곳으로 가는 방법은 전혀 예측할 수 없어요. 옷장을 통해 가기도 하고 액자 속 그림이 통로가 되기도 합니다. 기차역에서 사라지기도 하구요, 학교 뒷문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뭐야, 마법? 판타지야? 애들 책이군!” 하며 시큰둥하게 여기실 분들도 있겠지요. 제가 그랬으니까요. 판타지 문학은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져 허황되게 느껴지고 그래서 몰입도 잘 안 되는 문학. 사건의 연속과 재미에만 초점을 맞춰서 심심풀이 삼아 읽다 잊어버릴 가벼운 문학쯤으로 생각했으니까요. 혼자 읽기 시작했으면 두어 권 읽다 휙 던져버렸을 지도 몰라요. 


“전개도 뻔하고 선악의 대비도 단순해. 7권이 비슷할 것 같은데” 하면서요.

그러나 약속을 했지요. 7권 다 차례차례 읽기로요. 지난 1월과 2월은 ‘나니아 나라 이야기>와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누구와 약속했냐구요? 그 답에 앞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만 하고 싶습니다. 마법의 이야기에서 그렇듯 나니아에도 절대악 마녀가 등장하고 그 반대의 존재, 아니 더 위대한 사자 아슬란이 등장합니다. 또 우리세계에서 그곳으로 우연히 가게 되는 아이들이 있지요. 아이들은 많은 위기와 모험을 하게 되는데요, 그게 그렇게 신나거나 간단하지만은 않습니다. 시련과 시험, 여러 번의 시행착오, 유혹에 대한 갈등,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의 순간을 마주하기도 하지요. 


물론 다양한 성격의 주변 인물들도 제 몫을 톡톡히 합니다. 인물이라고 해서 사람에 국한되어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여기는 나니아, 마법의 땅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신중한 오소리, 충직한 난장이, 현명한 듯 어리숙한 부엉이, 감히 아무도 그의 등에 올라탈 엄두도 낼 수 없는 켄타우로스(허리 위쪽은 사람, 아래쪽은 말의 모습인 존재), 바지런한 비버부부, 그리고 누구보다 용맹스런 쥐, 사악한 원숭이 등등. 그러한 존재들은 이야기를 풍성하고 다채롭게 만들고 인간보다 더 뚜렷한 성격을 드러내어 생동감을 더해 줍니다.

C.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를 읽으며 어린이 문학의 힘을 다시 실감하게 되었어요. 


유연함의 힘이랄까, 포용력이랄까, 단순 명료함이 주는 당당함이랄까, 또 그 단순 명료함이 결코 얕은 깊이가 아니라는 사실에 대한 숙연함이랄까...그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동화는 어린이와 성인 모두를 대상으로 둘 수 있고, 책에서 얻는 감동이나 즐거움도 아이는 아이 것을 가져가고 어른 역시 자신의 눈높이로 끌어 올리거나 깊이 내려가서 느낄 수 있지요. 성인 문학이 할 수 없는 그 어려운 것을 어린이 문학이 해 냅니다.


앞에서 언급한 ‘약속’은 작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모임에서 ‘한 두권 읽고 말게 아니라 7권 모두 도전해서 읽어보자’ 하며 의기투합 했거든요. 저는 시흥동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에서 ‘동화 읽는 어른’ 모임을 하고 있어요. 1주일에 한 번씩 모여 그림책도 보고 동화도 함께 보며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입니다. ‘나니아 나라 이야기’는 6여년에 걸쳐 7권으로 완성되었고 총 10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죠. 권수도 부담스러웠지만 완독의 어려움은 책에 대한 재미를 놓치지 않는 거였답니다.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나누는 즐거운 시간이 없었다면 틀림없이 중간에 포기했을 거에요. 그 시간이 있어서 완독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었고 혼자 읽을 때 미처 알지 못했던 깊고 다양한 재미를 알아갈 수 있었으니까요. 오는 4월이면 은행나무도서관에서 ‘동화 읽는 어른’ 19기를 모집합니다.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좋아하시는 분, 혹은 그 세계가 궁금하신 분들이 많이 오셨으며 좋겠어요. 그래서 함께 읽는 즐거움을 많은 분들이 알아 가면 어떨까 합니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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