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버려진 계집아이-야야 내딸이야  내가 버린 내 딸이야



사람이라면 부모의 보호를 받으며 자라 한 ‘인간’으로 성장해 자신의 가족을 형성하고 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것.  우리의 기본적인 생각이고 당연한 권리이다.  그런데 이 권리가 박탈당한 아이가 있었다.  부모가 원하는 아들이 아니란 이유로! 가장 기초적인 사회에서 내쳐진 계집아이는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무속 신화 ‘바리데기’를 읽고 나서다.

옛날 불라국에 오구대왕와 길대부인이 있었다. 아들을 원했지만 딸만 여섯을 낳게되고, 시름에 빠진 오구대왕은 마지막 희망을 걸고 백일정성과 기도로 남아를 원했지만 결국 일곱번째 딸이 태어났다. 화가 난 오구대왕은 딸의 얼굴도 보지않고 내다버리라고 소리친다. 버린다하여 이름이 바리데기다. 산 속에 버려진 바리는 산신령의 보호로 혼자 고독히 자라나게 된다.  15년이 지난 후 오구대왕은 자식을 버린 죄로 죽을 병에 걸리게 되고, 길대부인은 내다버린 바리를 찾아 나선다. 산속에서 다시 만나게 된 ‘엄마와 딸’은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리며 지난 세월을 보듬어 준다. 집으로 돌아온 바리는 면목없어 하는 오구대왕이 저승 땅에 있는 약수물을 마셔야만 살 수 있다는 말에 망설임 없이 길을 떠난다. 천륜을 저버린 부모를 살리기 위해 기꺼이 저승길을 자처한 것이다. 혹독한 산 속에서 고독한 마음으로 살아나간 바리에게 부모의 뉘우침과 사랑이 바리를 움직이게 했다. 그리고 가족을 찾음으로써, 혼자 있어도 혼자가 아님에 감사하며 자신을 온전히 내놓아야 갈 수 있는 죽음의 길, 그 길에서 바리는 수많은 이들의 아픔과 절규를 보며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온갖 고초와 시련을 넘어 저승 땅 동대산의 동수자를 찾아간다. 본래 동수자는 천상사람으로 죄를 지어 저승에 내려와 삼십 년 동안 약수를 맡아 지키며 인간세상 칠공주를 만나 아들 삼형제를 보아야 죄를 씻고 하늘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당장 약수 물을 구해 아버지를 살리고 싶지만 동수자의 요구를 받아들여 결혼과 출산을 하여 세 아이의 어머니가 된다. 죽음의 공간인 저승에서 새로운 생명탄생, 그리고 어린 생명을 길러내는 어머니의 역할은 ‘생명수’를 구하는 바리의 역정 속에서 생명의 가치를 몸소 체득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또 하나의 죄 많은 동수자를 끌어안아 구원을 받게 한다.  기나긴 역정 속에서 드디어 손에 넣게 된 약수물(생명수)은 백일정성 기도해야 한 방울을 얻을 수 있었다.  삼백일 정성으로 약수물 세 방울을 얻고 꽃밭의 꽃들을 꺾어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 이미 죽은 오구대왕을 살려내면서 여정의 마무리를 짓는다. 

 



바리의 여정이 소위 말하는 ‘효심’으로 볼 수 있으나, 그것은 ‘효심’으로만 견뎌낼 것들이 아니었으리라. 인간에 대한 이해와 인내, 연민을 통한 진정한 ‘성장’이 있었다. 그러하기에 동수자도 오구대왕도 죄를 사하고 구원받게 되는 것이다. 그 후 바리는 이승과 저승에서 헤매는 가엾은 영혼을 달래어 본인의 자리로 돌아가게 해주는 죽음을 관장하는 신, ‘만신의 왕의 길’을 걷게 된다. 기본적인 권리마저 박탈한 부모를 저버리지 않고 온전히 자식의 의무를 감내하였기에 인간으로의 권리를 되찾게 된 것이며, 생명의 소중함을 몸소 체득하고 깨달았기에 버려진 계집아이에서 ‘만신의 왕’의 권리와 의무까지 행하는 존재로 승격된 것이다. 

바리의 여정은 ‘거저 얻는 것이 없다.’ 많은 말을 쏟아내는 요즘 같은 시대를 사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당연한 것이라 여기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는 이들의 삶도 있다는 것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부여 받은 권리와 의무를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옹골지고 아름다운 삶이 되어가길 바란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박연진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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