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모래시계가 된 위안부 할머니



은비는 임대아파트로 이사를 와서 동네에서 호랑이 할머니로 불리는 옆집할머니를 만나게 된다. 은비 눈에는 옆집할머니가 귀신할머니처럼 보인다. 은비는 어느 날 텔레비전을 보며 우연히 채널을 돌리가다 건물을 향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욕을 퍼붓는 할머니를 보게 된다. 화면 가득 얼굴을 채우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옆집 귀신할머니다.


그렇게 뉴스를 통해서 처음으로 위안부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할머니는 도대체 누구한테 불같이 화를 내는 것인지 그 건물 안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궁금해 하게 된다. 평소 할머니는 스스로를 꽃 엄마라고 하며 꽃들을 정성껏 돌보시는데, 그건 꽃들이 할머니에게 일본군에게 강제로 끌려가 짓밟히기 전의 어여뻤던 처녀시절을 떠올리게 해주고 귀여운 아이들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장기간 집을 비우게 되는 할머니를 대신해서 이 꽃들을 돌보게 되는 은비가 할머니의 이름을 알게 되고, 할머니를 다룬 기사를 통해서 할머니의 삶을 알게 된다.

은비는 성추행 당할 뻔 한 경험을 하게 된 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아픔을 겪으면서 비로소 할머니를 이해하게 되고 할머니에게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할머니와 가까워지게 된다. 은비는 어느 날 아픈 할머니를 발견하여 병원에 모시고 간다. ‘선팽이, 선팽이....’라고 신음하시는 할머니의 말을 잊지 않고 있었던 은비는 할머니의 건강이 좋아졌을 때 부모님께 말씀을 드려 할머니의 고향 서천 선팽이 마을에 다녀오게 된다.

그 후 할머니는 치매에 걸려 부산에 있는 요양원으로 가시게 되고, 은비는 할머니 집에 있었던 화분들을 집으로 가져간다.

 

얼마전 신문을 보다가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 눈에 들어왔던 한줄. 위안부 ‘수요집회’ 25주년...“1년 안에 끝날 줄 알았다”

매 주 수요일 수요집회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언제부터 얼마나 진행되어 왔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듯 했다. 수요집회가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다는 생각만 막연히 했는데 올해가 25주년이라고 한다. 기사에는 25년 전 사진과 현재의 사진이 실렸는데 그때는 할머니들이 60대였고, 지금은 평균연령 90세이다. 우리가 설마 하면서 했던 말들 ‘할머니들이 다 돌아가실 때까지 기다리는 것 아니야?’ 했는데 그게 정말 현실이 되었다는 사실에 순간 멍~ 해졌다. 많이 들어서 뭔가 알고 있는 듯 느껴졌었지만 정작 알고 있는 것은 없었고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는 역사로 끝나는게 아니고 다시 우리의 일로 반복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우리 모두 지난과거를 그리고 현재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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