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아의 탄자니아 통신

“하바리 자 아수부히 은주리 사나”


“하바리 자 아수부히 은주리 사나”라는 스와힐리어 인사로 하루를 여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여기는 아프리카의 동쪽, 인도양변에 접해있는 탄자니아다. 여행할 곳이 가장 많은 나라의 하나로 꼽힐 정도로 볼거리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여행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세렝게티의 나라이며, 조용필의 노래로 유명해진 킬리만자로의 나라다.



지금 이곳은 겨울이다. 겨울이라고 해도 20도를 웃도는 날씨이기에 우리나라의 가을 같다. 아침저녁엔 제법 선선해 스웨터를 찾게 되지만 따뜻한 햇살이 비추는 낮이 되면 스웨터를 벗어 던지기 마련이다. 아프리카는 보통 크게 건기와 우기로 나누기에 계절이 없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지만 이곳도 사계절이 있는 것이다. 내가 이곳에 도착했을 즈음 우기가 막 끝났다고 들었는데 가끔 소나기가 쏟아지기도 하는 걸 보면 우기의 막바지가 아닐까도 싶다. 

 

나는 지금 수도인 다르 에스 살렘으로부터 자동차로 약 네 시간 정도 떨어진 도시, 모로고로에 와있다. 임지에 파견되기 전 스와힐리어를 배우기 위해 언어 훈련원에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여느 나라와 달리 탄자니아의 국어는 스와힐리어다. 영국의 식민 지배를 거친 나라이기에 영어와 스와힐리어를 섞어 사용하지만 대부분은 스와힐리어를 쓰기에 스와힐리어를 모르고는 생활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이곳의 수업 방식은 독특하다. 오전에는 여러 명이 교실에 앉아 추마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문법을 공부한다. 오후에는 낮잠을 한숨 잘 만큼의 휴식을 취한 후, 선생님 한 분에 학생 둘이 그동안 배운 내용들을 반복해서 연습한다. 처음에는 떠듬떠듬 대답하게 되는데 어느새 입에 붙게 된다. 말은 머리로 배우는 게 아니라 입으로 배우는 것이라는 말이 딱 맞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한 때는 저녁 무렵의 산책 시간이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도시는 어디를 보아도 아름답다. 계절적인 영향도 있겠지만 열대성 식물이 많이 자라고 있어 상당히 이국적인 풍경을 보이는 탓이다. 

꽃잎 갈피갈피에 꽃술을 숨겨놓고 꽃잎을 한 장씩 떨어트릴 때마다 바나나 한 손을 키워내는 빨갛고 커다란 꽃은 볼 때마다 경이롭다. 

우기가 시작되며 모내기 했을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논에서 아낙네들이 벼를 베고 있는 풍경이나, 콩을 털듯 알곡을 털어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카메라에 담으니 그대로 밀레의 그림이다. 

돌아오는 길에서 만나는 소떼들 옆에는 어김없이 목이 긴 하얀 새들이 무리지어 앉아있다. 그 모습이 신기해 물어보니, 소는 벌레가 있으면 그 부분의 풀은 먹지 않기에 새들이 벌레를 잡아 먹어준다고 한다. 악어새와 악어처럼 서로 공생하는 관계인 것이다. 


8주의 교육을 마치면 임지로 가게 되는데 이곳이 무척 그리울 듯하다. 함께 공부하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도 좋지만 공부하는 게 참 좋다. 공부하는 게 좋다는 말을 들은 선배 언니가 말했다. 인생 총량의 법칙이 있는데 아무래도 그동안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서 지금 그것을 채우고 있는 모양이라고.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참 다행인 건 그 몫을 채우고 있는 이 시간이 여간 행복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늦바람이 나도 한참 난 듯하다.  


한국에 있는 지인이 소식을 전해오며 물었다. 무엇이 나를 아프리카로 다시 떠나게 했는지 궁금하다고. 

나는 대답했다. 내가 할 일이 있고, 선량한 사람들이 있어서라고.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이곳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얼마나 멋진 사람들이 살고 있는 땅인지 알리는 일을 하고 싶어서라고. 

나는 내 평범한 일상에 때로는 과감히 돋보기를 들이 대기도 하고, 때로는 팔짱을 끼고 멀찍이서 바라보기도 하고, 때로는 상상도 하며, 이곳을 그려 보려한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미지의 땅인 아프리카. 

내 눈에 보여 지는 아프리카를 솔직 담백하게 담아 전할 수 있다면, 나의 늦바람도 이해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필자 - 소피아>


소피아

7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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