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싸목싸목 보금아

크레용하우스 / 이은재 글 / 최효애 그림




‘싸목싸목’은 ‘천천히’라는 전라도 사투리라고 한다. 제목만 보고는 어떤 내용일지 알 수가 없다. 보금이에게는 어떤 어떤 힘든 일이 일어났고, 그것을 천천히 극복해 나간다는 뜻일까? ‘싸목싸목 보금아’는 세도정치의 폐해가 극심하던 시절 탐관오리들과 지주들에게 수탈당하는 백성의 삶을 보금이네 가족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해 준다. 

소금을 팔던 보금이네가 피땀 흘려 가꾸던 소금밭에 모래를 퍼다 붓고 만덕골로 밤도망을 와야 했다. 하지만 겨우 얻은 돌멩이 투성이 밭에서 온 식구가 열심히 키워낸 보리와 감자까지도 빼앗기고 만다. 항의하다 끌려가서 두들겨 맞아도 하소연할 데도 없다. 이런 일은 보금이네만 겪었던 일은 아니다. 억울함이 일상이었던 백성들의 삶이 너무 비참했다.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수확량의 70~80 퍼센트를 빼앗기고 나면 식구들을 배불리 먹이는 것은 고사하고 하루하루 연명하기도 힘들다. (나는 아버지가 떠나면서 최부자네서 보리쌀을 꾸어 올 때, 뭔가 이것이 사건의 발단이 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갑중이가 넋은 나간 상태에서도 복순이는 끔찍이 아끼는 걸 볼 때도 아무래도 복순이를 빼앗길 것만 같아서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결국 마을 사람들은 최부자 집을 쳐들어 가지만 최부자의 목숨은 살려주고 사람들은 정든 마을을 떠날 수 밖에 없다. 

작가는 서문에서 우리보다 앞선 세대들이 보금이처럼 힘겨운 삶을 잘 견뎌 냈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는 훨씬 행복해졌고,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이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알고 지금 누리는 소소한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알아보는 지혜를 갖게 되기를 바란다고 썼다. 나는 선뜻 동의하기가 어려웠다. 마을을 떠난 사람들의 앞날이 그리 희망적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회구조적인 모순이 해결되지 않는 한 개인적인 노력으로는 무엇을 어떻게 바꿀 수가 있을까? 

보금이네와 같은 백성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삼미자어른 같은 사람에게도 그 당시를 살아가는 것이 힘겨운 일이었을 것이다. 부패한 관리들이 어떻게 지주들과 결탁해서 백성들의 고혈을 짜는 지 뻔히 알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 또한 큰 고통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그 힘겨운 삶을 벗어나는 것은 백성들 스스로가 깨우치고 힘을 모아 저항하는 것 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역사에서 백성들의 항거가 성공한 적이 있었나? 조선이 대한제국으로 바뀌고, 대한민국으로 바뀌었지만 요즘 인터넷에서는 ‘헬조선’이라는 말과 ‘헬조선 지옥불반도’라는 그림이 떠돌고 있다. 

 ‘싸목싸목 보금아’를 읽으면서 내내 마음이 불편했던 것은 이것이 후기 조선에만 일어났었던 일이 아니라 아직도 진행 중인 이야기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2016.06-1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동화 읽는 어른모임

박수경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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