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데이.  공정무역 초콜릿으로?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가난과 기아에 허덕이며 커피 및 카카오를 수확하는 제3세계 어린 농민들의 노동력 착취현장을 많은 언론매체를 통해 보고 충격을 받았었다. 하루에 한두잔씩 꼭 마시는 커피속에, 2월14일 사랑과 의리용으로 주고 받는 초콜릿 속에 그들의 피땀이 녹아들어 있는 것이다.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아이들에게 줄 초콜릿을 고르던 중 우연히 공정무역 초콜릿을 발견했다. 다국적 기업의 횡포속에 정당한 대가도 받지 못하는 제3세게 농민들에게 국제적 직거래를 통해 제값을 지불한다는 공정무역 초콜릿을 구매하면 조금은 그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다른 초콜릿보다 조금은 비싸지만 구매하게 되었다.



왠지 좋은 일을 한 것 같아 흐뭇한 쇼핑이다. 2월14일 발렌타인데이를 앞두고 “발렌타인데이엔 공정무역 초콜릿을” 이란 주제로 기사를 쓰기로 했다. 기사를 쓰기에 앞서 자료수집을 한다. 공정무역 커피, 초콜릿은 물론이고 드림하이에서 아이유가 들고 다니던 인형도 공정무역인증을 받은 제품이란다. 아 역시 공정무역이 짱이야! 라고 생각하며 기사를 쓰려고 하려던 즈음 천규석 선생님의 [윤리적 소비]란 책을 접하게 되었다.

천규석 선생님은 책 말머리에서 "요즘 세상은 하도 비정상이 정상인 듯 판을 치다 보니 그 비정상과 약간만 차별화한 것만으로도 특별 대접을 받으려 한다. '공정무역'이니, '윤리적 소비'니 '착한 초콜릿'이니 심지어 '착한 여행' 등으로 이름 붙인 신상품들이 그 대표적인 것이다. 무슨 의도인지 이해를 해줄 수는 있겠지만….

똑같은 에너지를 낭비 파괴하고 그만큼의 이산화탄소를 내놓는 국제무역이면서 생산자에게 주원료 값만 조금 더 주고 사다 가공해서 판다고 공정한 것은 아니다. 상대적 윤리성이야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런 소비를 미화하다 보면 마침내 시장과 자본주의도 미화하는 자승자박이 될 것이다. 소비에 꼭 윤리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싶다면 그것은 (지역)자급소비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또한 "만성적인 식량 부족국인 제3세계 농민들의 한(恨) 자체인 카카오(초콜릿 원료)에 돈을 조금 더 주었다고 '착한 초콜릿'이 되겠는가? 이 같은 속임수는 쓴 카카오 원료에 설탕 칠갑을 해서 달콤 고소한 초콜릿으로 둔갑시켜 온 세계 청소년들의 주머니와 이를 녹여내는 다국적기업보다 오히려 더 위선적이 아닐까?


진정으로 착한 일은 초콜릿의 이름을 거듭 새로 개발해서 카카오 생산 농민들을 세계 시장에 영원히 종속시키기보다 오히려 초콜릿 불매운동과 함께 식량 부족국들의 식량 자급도를 높여줄 새로운 방략을 찾아주는 것이 아닐까?"
"'착한 초콜릿'이라니? 초콜릿을 생산한 사람이 상대적으로 착하다는 말인 줄은 알겠는데 그것을 수출하고 수입하는 공정무역과 '공정무역 여행'을 한다고 기름이 안 들고 환경오염이 안 되는가? 공정무역으로 득 본다는 제3세계 농민들의 향상된 생활의 내용이 무엇을 뜻하며 또 그것이 진정한 향상인지 생각해 보았는가?

20~30% 더 받은 돈으로 공정무역 아닌 다국적 기업의 세계 무역의 식량 등 수입품을 더 소비하는 것이 향상된 생활인가?
(공정무역품이 생필품 아닌 기호품으로 제한되어 있으니까 그것을 수출한 현지 주민들은 그 돈으로 대부분의 생필품을 세계 시장에서 사야 한다.)
제3세계의 경제적 약자들이 잘사는 나라의 NGO 등의 시혜에 언제까지나 의존하는 타율적인 삶도 진정으로 잘 사는 삶인가?"라는 공정무역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에 “발렌타인데이엔 공정무역 초콜릿을 선물하자!”란 주제의 기사를 뒤엎게 만들었다.
결국 기사 아닌 독서감상문이 되어 버린 듯 하다. 선생님은 공정무역의 대안으로 토착지역의 자급자족구조를 복원ㆍ확대하고 농민중심의 도.농 직거래등의 로컬푸드운동을 내 놓았다. 먼 지역에서 탄소에너지를 팍팍 뿌려가며 공급된 친환경 제품들 보다 관행농업으로 지어진 농산물이 훨씬 더 친환경 적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지역에서 나지 않는 커피, 설탕, 카카오 등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것들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필수 에너지 공급원이 아니다. 커피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녹차, 보리차, 둥굴레차 등 다른 차 종류의 대체품으로 바꾸어 보는 것이 어떨까? 옛날부터 우리나에 설탕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조상님들은 설탕대신 무엇을 사용 하셨을까? 답은 꿀이나 조청이다. 설탕이 우리나라에 들어 오면서 조청을 생산하는 곳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카카오 역시 우리나라 한과나 엿 등으로 대신하면 어떨까?
발렌타인데이가 우리나라 전통 고유의 명절, 기념일은 아니지만 사랑을 전하는 아름다운 날 이니만큼 탄소에너지를 길바닥에 버려가며 머나먼 나라에서 날아온 초콜릿이 아닌 좀더 아름다운 신토불이 제품으로 사랑을 전하자.


남현숙 기자
kasizzang@naver.com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