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문고의 정체성 찾기, 동네 사랑방같은 마을문고

 경기도 부천시 약대동 주민자치센터에 위치한 `약대 신나는 가족 도서관'은 다세대주택, 빌라가 혼재되어있는 서민층이 많은 동네에 위치한 작은 도서관이라는 점에서 우리구의 지역성과 닮았다. 이곳에서 일하는 오수정 사서는 "마을문고는 전문자료제공이 목적은 아니다. 도서관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고 지역의 문화를 만들어내 동네에 대한 장기적인 비젼이 제시될 수 있는 곳, 주민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운영할 수 있는 곳"이라고 이야기한다.
 
재개발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평일 6~70명의 이용자가 있고 방학에는 두배에 가까울 정도의 이용자가 꾸준히 이어지는 것은 입소문때문이다. 부천시에서 꾸준하게 재정지원을 해 주어서 신규도서를 끊이지않게 구입할 수 있고 상주하는 인력이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처음 와서보고 "괜찮더라"는 입소문이 난다고 한다. 직원들의 친절 또한 이용하는 주민들이 이 공간을 다시 찾는 이유이다. 약대동은 한부모, 맞벌이, 다문화가정이 많은 지역인데 이곳에 와서 직원들과 사는 얘기를 나눌 정도로 직원들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

<부천시의 '약대 신나는 가족 도서관' 풍경>

또 아이들 중심으로 운영하는 다른 문고와는 달리 이곳은 가족, 특히 여성(어머니)을 위한 도서와 프로그램이 많고 어머니들이 영어스토리텔링을 배워 품앗이 형태로 돌아가면서 직접 수업을 한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좌가 있고,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하는 견학, 캠프 프로그램 등 가족이 어우러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다.  또 이 곳에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 강사의 50%가 어르신들로 구성되어 어르신과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모든 활동이 도서관을 중심으로 마을주민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하는  케잌만들기 활동을 준비하고 있던 주민 이윤희씨는 "도서관에서 엄마들끼리 정보도 교환하고 또래아이들이 책과 친근하게 놀 수 있어서 좋다"며 만족감을 표시한다. 함께 강좌를 준비하고 있던 주민 안지현씨는 "아이들이 놀 곳이 없는 데 친구들과 놀 수 있는 곳이 있으니 좋고, 새 책이 들어와 책값도 적게 들고, 엄마들도 공부할 수 있으니 좋다" 며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 있어서 이사갈 생각이 없지만 만일 이사를 가게된다면 동네작은 도서관이 있는 곳 근처로 갈 것이다"고 말한다.


우리구는 아파트가 적고 단독주택이 많아 공동체적인 마을문화가 남아있다. 우리지역 마을문고의 정체성을 살려나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지역적 특성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단지 책만 읽고 빌리는 곳이 아니라 이웃과 교류할 수 있는 사랑방이 되어야 주민들의 외면을 받지 않을 것이다.  이를 위해 큰 도서관의 책을 가까운 곳에서도 빌려볼 수 있는 상호대차서비스, 책으로 소통할 수 있는 전문인력의 배치,  안정적인 지자체의 예산지원, 이웃주민들과 교류할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지역성을 고려하지 않고 `다른구에서 이런게좋다더라'는 식의 전시성 마을문고가 아니라 지역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한 도서관, 그곳에서 함께하는 사람이 좋아 다시 들르게 되는 동네 사랑방 같은 마을문고가 우리구에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김수진 기자
gc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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