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 입법을 논(論)하다


‘주민자치’에 대한 정책시도는 꽤 오래 되었는데 아직도 유효한 정책이 없는 것 같다. 왜 그럴까? 우선 비판부터 제기해야겠다. 이런 저런 이유야 있겠지만 핵심은 행정당국이 시행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정책을 마련하고 무려 17년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제도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여기서의 ‘주민자치’란 읍·면·동(주민 센터)의 해당지역 주민을 구성원으로 하는 ‘주민자치위원회’를 말함이다. 이 제도는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에 도입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실질적인 ‘주민자치’로 볼 수 없는 역할, 즉 주민복지, 여가 등의 프로그램 운영과 주민 센터 자문(사실상 업무 보조)이 전부인 것이 현재 모습이다.


1992년 군사정권이 종식되고 문민정부인 김영삼(문민)정부에서 김대중, 노무현정부에 이르는 연속 된 15년은 민주주의 확대 적기였음에도 풀뿌리 민주주의의 원형인 ‘주민자치’가 시행되지 않은 것은 생각해볼 여지를 가진다. 더욱이 김대중 정부는 이 제도를 도입했고,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진보 성향이던 노무현 정부로 연결되었는데 말이다.


이를 두고 대통령의 지도력이나 철학을 이야기 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공무원의 자세다. 여러 설명이 가능하지만 노무현 정부 초기에 있었던 검사와 대통령과의 대화 자리에서 보여준 한 평검사의 작태(作態)로 설명을 대신할 수 있다. ‘변화는 싫고 기득권은 지키려는’ 공무원 조직의 견고한 관성이 그것이다. 다시 말하면 발전적 철학을 가진 지도자가 있어도 하부조직이 완강하다면 지도자의 그것은 한갓 구호로 그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 그간의 우리 행정구조였다.


현금에 이르러 국민의 민주화 의식수준이 향상된데 따른 정치권의 자각으로 과거의 폐습들은 수정되는 등 민주주의 모습이 성숙되면서 ‘주민자치’ 시행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이에 발맞추듯 정부(주로 지방정부)는 주민참여를 주조로 하는 사업들을 경쟁이라도 하듯 다양하게 시행함으로 주민자치 생태계 형성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들이 일시적이거나 특정 지역의 현상이 아니고 국가 제도에서 항구적으로 운영되게 해야 한다. 즉 주민자치와 연관한 정책들이 정형화 된 국가정책이 되도록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유의해야 하는 것은, 정책은 법률에 근거하지만 절대 규정이 아닐 경우 변경, 취소 등 불완전성으로 인해 수요가인 국민에게 신뢰성 문제를 준다. 주민자치 규정 전문법률, 즉 주민자치를 규정하는 독립법의 제정 당위(當爲)의 존재이유다. 

근간 실질적인 주민자치를 주장하는 학자 등에 의해 가칭 ‘주민자치 기본법’이 논의되고 있다. 시의적절한 행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주민자치의 국가정책화는 법 근거가 필요하다. 지금의 주민자치 시행은 지방정부의 조례에 의하고 그 근거는 ‘지방자치법’인데 규정에 한계가 있어 ‘법적안정성’ 문제를 가진다. 2015년 개정된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27~29조)도 법 근거가 될 수 있지만 같은 범주다. 


학자들에 의한 (가칭)‘주민자치기본법’은 이런 현실에 대한 대안이고 더불어 주민자치 정책의 확대 및 구체화를 법체계에서 시행하고자 함이 목적이다. 공감을 넘어 적극적인 지지를 보낸다. 실질적 주민자치의 실시는 “풀뿌리 민주주의” 곧 민주주의 확대 시현(示現)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바라건 데 입법과정이 정의로움에 더하여 어떤 경우에도 민주주의가 왜곡되는 규정을 두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어떤 내용의 입법으로 할까는 참여 전문가들 몫이지만 혹시 간과할 수 있는 우려 하나가 있어  당부를 하고자 한다. 


민주국가에서 국민이 국가의 주체이듯이 주민자치의 주체도 당해 공동체의 주민이어야 한다. 우려하는 것은 이에 대한 법제 참여자(학자, 당국자)의 자세다. 효율성 등을 앞세워 외부인인 ‘전문가’, ‘이해당사자’를 당연 구성원으로 하는 경향이 있는데 주민이 주체인 조직일 경우는 특히 그렇다. 전문성 등을 통한 효율을 고러한 것이지만 객관성 문제가 있고, 시행자 등(당국, 학자)의 영향력확대를 꾀한다는 오해에도 자유롭지 못하다,


행정 참여가 목적인 주민자치조직에는 당해지역 주민이 아닌 자를 포함하는 것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효율성 추구로 이해될 수 있지만 그 실익이 상계(相計)될 정도의 부작용이 있거나, 부정적 결과가 있을 수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효율을 구할 수도 있지만 그것의 객관적 담보가 어렵고, 오히려 치명적 결함도 될 수 있다는 뜻인데 그것은 주민자치의 핵심가치인 ‘자발성’과 ‘자율성’의 저해를 부르기 때문이다. . 


‘이해당사자’ 규정도 같다. 입법에 의한 주민자치는 예산이 수반되므로 감시자 역할이 필요하고 이의 장치 때 외부개입 여지가 있는데, 당국자 직접 관리거나 3자 위임이거나 사정은 같다. 개입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주민들을 위축시키고, 발전하면 관치(官治)가 되어 주민자치의 또 다른 핵심인 ‘자주성’ 문제를 만난다.  주민자치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자주성’이다. 자치(自治)란 뜻은 그게 아닌가? 찾아보면 주민 중에 전문가 등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능력자가 있을 것이다.


관련 사례에 의하면, 주민 조직에 참여한 전문가의 이론이 주민들의 의견과 조화되지 않아 문제가 되고, 더욱이 주민과의 이질성 문제로 갈등관계가 되어 제대로 된 운영을 하지 못하는 등 득(得)보다는 실(失)이 더 컸다는 보고서를 본 적이 있다. 특별한 사례로 볼 수 있지만 보편적일 수도 있다.


정리를 하면. 민주주의 시행을 위해 주민자치는 당연과제이고, 시행의 보장을 위해 입법(立法)이 필요하며, 그 세부 규정마련 시 유의 사항을 제시하였다. 요약하면, 주민자치 구성과 운영을 규범할 때 ‘자발성’과 ‘자율성’에 더하여 ‘자주성’의 확보가 되어야 하고, 이의 경시나 무시는 ‘주민자치 본질문제’라 하였다. 

그리고 건의를 한다. 주민자치조직의 씽크탱크(Think tank) 역할 도입이다. 행정동은 정책연구 수립임무가 없는 단순 업무수행기관이다. 따라서 주민자치조직이 주민공동체의 사업계획 등 연구개발 임무를 담당한다면 창조적 협치가 될 것이다. 찾아보면 주민 중에 능력자가 있을 것이고, 이는 참 주민자치의 유형(類型)이 아니겠는가? 


더할 게 또 있다. 앞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행정동 단위에서 운영되는 다른 주민조직 이를테면 통·반장과 직능단체들(제도권, 비제도권을 포함한)도 주민자치 영역에 포함하여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주민자치다.(♣2017.1.21.)


필자는 시흥3동에 거주해 

다양한 마을활동을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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