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앗이

마을에서 증여와 선물로 살아가는 생활체험기-5



  동네백수(동네의 백가지 일을 하는 사람)에게도 품앗이 규칙이 있다. 이 규칙이 모든사람들에게도 통용되는 상식일테지만. 일손을 빌릴 때. 한 번 일을 빌려주면 서로 오고가는 관계가 생긴다.  그러나 한 번 간 내 노동의 증여가 보답이 안 될 때 일손을 요청해도 거절한다. 내 성의와 노동의 증여를 일회용으로 쓰는 사람에 대하여는 거절로 응답한다, 신뢰의 관계와 연속적인 관계는 생기지 않게 된다. 서로간의 품의 증여로 인한 신뢰가 생기면 사정을 알고 새벽까지 일해주기도 한다. 무슨 마을일을 대학동아리 활동을 하는 듯이 모여서 새벽까지 일하기도 한다. 40대 50대의 어른들이 이런 열정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불가능할 것 같은 일도 다음날이면 이루어져있다. 매일 뭉쳐지는 피로가 있음에도 분치기로 서로가 급한 마음에 뚝딱 일을 해낸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니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좀더 기발하게 일을 해낼 수 있다. 누가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알기에 누구는 재봉을 하고 누구는 음식을 만들고 누구는 목공을 하게 된다. 자기의 재능을 십분발휘하기도 하며 한때는 꿈이었을 일도 해볼 수 있다. 내 재능이 프로같지 않아도 마음 편하게 거들 수 있는 게 동네품앗이이다. 마을일이란 게 누구 한사람 좋자고 하는 일이 아니기에 협동도 잘 되고 지나가는 일손을 청할 수 있고 알아서 간식을 챙겨와 마을일꾼들을 걷어먹이는 사람들도 생긴다. 자주 얼굴을 보는 사람들은 사정을 뻔히 알기에 걱정을 하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보탬을 주고자 한다. 

  내가 들인 시간과 품만큼, 사람과의 관계에 얼마나 마음을 썻는지에 따라서 품앗이는 나에게 돌아온다. 우리가 혼자서 해낼 수 없는 일도 덜컥 시작하는 것도 믿는 구석이 있어서이다. 믿는 구석이란 게 결국 자기가 쌓은 신뢰관계이다. 그리고 일에 대한 명분이 있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고 명분있는 일을 계속하게 되면 기적이 일어난다.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4개월 집회운영비용이 1억 적자라는 소식에 나흘만에 8억8천만이 모금되는 기적이 일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며칠 전 벚꽃축제를 준비하면서 지인들 모두의 손이 모였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릴 판에 칠판페인트를 밤까지 칠하는 지인, 새벽 꽃시장에 나가는 지인, 목공으로 꽃수레를 만드는 지인들. 이렇게 모인 품들이 모여서 벚꽃축제는 다양하게 빛났다. 금천구의 가장 큰 잔치라 할 수 있는 벚꽃축제가 여러 단위에서 준비되고 각 단위에서는 관계로 얽혀진 사람들이 각자의 품을 내서 축제를 치러낸다. 벚꽃이 화사하게 피어나듯이 사람의 신뢰도 아름답게 피어나고 축제를 치러내면서 피로는 남을지라도 서로의 관계는 만발하게 된다. 

 하나의 축제가 끝나면 또다른 행사들이 기다리고 있다. 세월호 추모제와 어린이날 큰잔치 이다. 매월 행사의 연속임에도 우리는 또 해낼 것이다. 우리라는 관계가 있고 우리 마을에 대한  빗물같은 정이 있고 다양한 품들이 모일 것이기 때문이다. 돈버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왜 이렇게 일하는가?  마을에서 내 존재를 필요로 하고 내 지인들이 꼬시기도 하고 재미있으니까. 


독산동 주민 김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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