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의 책소개] 사는게 뭐라고




오래전 강승숙 선생님의 책을 찾아 읽고 참 훌륭한 분이구나 감탄을 했다. 선생님의 책에 소개 되어있던 수많은 그림책들은 처음 보는 책도 많아서 공부할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다.

 <백만번 산 고양이>는 강선생님이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 해서 얼른 찾아보았다. 그런데 내용이 참... 어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고, 좋아하는 이유도 분명 있겠지만, ‘대중적인’ 내용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누구나 다 읽고 다 좋아할만한 책인가 의문이 들 정도로 개성이 강했다. 자기 자신이 아닌 누구의 고양이로 태어난 그 고양이는 자신의 삶을 팽개치다시피 한다. 삶에 대한 애정이 전혀 없고 되는대로 살다가 죽고 다시 또 누군가의 고양이로 태어난다. 그러다가 사랑을 하게 되면서 자기 삶에 진정한 애착을 갖게 된다는, 그래서 다시 태어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중학생들과 이 책을 읽었는데 아이들은 ‘살고 싶어야 살게되는게 당연하다’고 입을 모은다. 파격적인 내용이지만 ‘삶이란 살고 싶어야 잘 살아진다’는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를 쓴 것이다. 특히 이 책은 아이들을 객관화된 대상을 보여주어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하도록 만든다. 삶의 주인이 자신이 아닐 때, 사람들은 절망하고 의욕이 없다는 것을 아이들 스스로 찾아낸다. 

 이 책을 쓴 사노 요코, 난 이 분에게 완전 빠져버렸다. 사노 요코의 에세이인 <사는게 뭐라고>를 읽고 곧 <죽는게 뭐라고>와 <하나님도 부처님도 없다>를 찾아 읽었다. 가장 마음에 든 <사는게 뭐라고>를 잊지 못해 다시 빌려 조금씩 아끼며 읽고 있다.

 사노 요코는 이혼을 두 번했다. 다 큰 아들이 하나있고, 수술 마치고도 집에 와서 담배를 피는 골초이다. 그는 먹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사람이 밥을 먹으며 사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한류열풍이 거셀 때 욘사마에게 반했다가 김승우한테 반하고 다시 이병헌한테도 반한다. 아픈 몸에 너무 한쪽 방향으로 티비를 보다가 턱이 돌아갔다. 병이 몸을 꼼짝 못하게 하자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데 죽음이란 나 외에 다른 사람에게 올 때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자신은 언제 죽어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죽으면 일을 안 하니까 참 좋을 것 같다고 한다. 그러다가 그는 죽었다. 2010년의 일이다. 

 나는 그가 죽은 것이 속상했다. 살아있었다면 편지 한 번 보내고 싶었다. 그의 글은 그의 일상을 적어둔 것인데 그것을 보고 있노라면 그래 산다는 것은 이런 거지, 하고 생각하게 된다. 내가 싫어하는 책들,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지시하고 하면 안 될 것들, 해야만 하는 것들을 늘어놓는 책들과는 아주 다르다. 사람이 성공하려면 이렇게 저렇게 하면서 늘어놓는 것이나, 자기만 옳다고 이야기하는 책과는 다른 것이다. 난 이렇게 살았다 는 것을 보여주기만 한건데도 위의 그림책의 고양이를 봤을 때처럼 나 자신을 보게 되고, 그래 사는건 이런거지 하면서 찬찬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나는 나 자신과 제일 먼저 절교하고 싶다’ 자기혐오가 강했던 사노 요코가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이 사람을 마음에 들어하는 이유는 자신을 잘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때로는 주변에 자신을 너무 몰라서 다른 이들을 아프게 하는 사람이 있다. 뭐든지 자신만만한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일은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자기는 잘하고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

 책을 읽고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것은 겸손과 자신을 돌아봄, 그러니까 자신에 대한 성찰이다. 책을 읽고 나면 주인공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그러면서 자신에게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사노 요코의 책이 그렇다. 정말 책 내용으로 보면 이혼 두 번에 죽을 때까지 일을 해야 살 수 있고, 성격 안 좋고, 다른 이들의 흠도 넘어가지 못하는데 본인한테는 뭐라 못하고 집에 돌아와 머리카락 쥐어뜯는 그런 성격.. 어찌보면 본받을게 하나 없는 할머니인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이 책이 참 좋다. 앞 쪽에 있는 사진( 암치료 중에 깎은 머리가 살짝 자란 모습)을 보면서 한번 쯤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소개한 많은 글들은 사노 요코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내 느낌은 죽음을 두려워하지는 않았을지 모르나 이 사람은 삶을 사랑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 삶은 찬란하지도 황홀하지도 않았지만 주어진 것을 그저 열심히 밥을 해 먹으며, 때로는 남과 싸워가며, 무엇보다 자신을 직시하며 살아갔다는 것, 그것이 사노 요코가 자신의 삶을 사랑한 증거다. 그래서 그 고양이처럼 이 분은 다시는 태어나지 않을 것이다. 

옮긴이의 말처럼‘ 상쾌한 바람’ 같은 사노 요코... 답답하기만한 일상에 그의 책과 그의 생각이 나를 위로해주는 것에 큰 고마움을 느낀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민경아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