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서 증여와 선물로 살아가는 생활체험기-6


자원봉사, 사람과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선물 



\“볼런티어라는 말은 헬라어에서 파생된 것으로 이웃사랑을 위해 신으로부터 부름을 받은 사람이라는 뜻을 갖고 있대, 너희들은 단순히 오늘 4시간, 자원봉사 시간을 때우러 온 게 아니야, 오늘 자원봉사하는 4시간이 오늘 만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몰라, 또 지역사회가 좀더 나아지도록 하는데 조그마한 영향을 끼치는 일이라면 너무 대단하고 멋진 일 아니겠니?”

독산3동 꿈꾸는 녹색장터 자원봉사를 하러 온 고등학생들에게 한 말이다. 자원봉사는 내가 사는 지역사회, 그리고 모르는 사람들에게 주는 선물이라 할 수 있다. 내 재능과 시간을 아무런 대가없이 제공함으로써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고 만나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매월 두 번째 주 토요일에 핸드드립 도구를 싸매고 꿈꾸는 녹색장터에서 ‘꿈다방’을 운영한 지 4년이 되어간다. 5년 전 어쩌다 배우게 된 바리스타 교육, 교육 이수 후 나의 목표는 1년에 나의 몸무게만큼의 원두를 내려서 사람들과 함께 마신다였다. 사정이 가능하다면 핸드드립 도구를 가지고 다녔다. 회의를 하거나 사람들을 만날 때 원두를 갈고 꿈꾸는 녹색장터, 해노리장 등에서 드립커피를 판매했다. 물론 그 수익은 그 사업 목적에 쓰여지도록 전액 기부를  해왔다. 사실 살을 빼지 않는 한 1년에 55키로 내외의 원두를 내려서 사람들과 같이 마시는 게 쉽지 않았다. 아마도 30~40키로의 원두로 커피를 내리지 않았나 싶다. 5월 13일 꿈꾸는 녹색장터 꿈다방의 첫손님은 70대의 어르신이었는데 공짜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좋은 일 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굳이 여기에 와서 핸드드립 커피를 마신다고 했다. 이런 말을 들으면 신이 나서 꿈다방의 수익금은 독산3동 중학교 아이들의 교복지원에 쓰여진다. 

또 옆에서 파는 살구회 떡볶이, 김치전 등은 어르신에게 무료 제공하는 따뜻한 밥집 운영비로 쓰여진다. 이렇게 홍보하면서 나는 단순히 2,000원짜리 핸드드립 커피 한 잔을 팔고 있는 게 아니다. 나의 핸드드립 자원봉사와 어르신의 핸드드립 커피 한 잔의 소비가 독산3동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원두를 갈고 커피물을 끓이고 드립을 하면서 전혀 알지 못하는 한 사람에게 우리가 왜 자원봉사를 하는지 이야기하고 그가 따뜻한 밥상에 둘러앉은 어르신들과 새 교복을 입게 되는 중학생 누군가를 상상하게 하는 것이 자원봉사자의 소명이다

  자원봉사는 불특정 다수에게 주는 선물이다. 시간과 재능을 대가없이 주는 것, 나와 관계없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그 도움으로 그가 좀더  행복하게 변화되는 것, 이런 무수한 선물들로 지역사회가 좀 더 행복하게 변하게 되는 것이다. 그 하나의 사례로 금천구의 여러 단체들이 십여년 동안 진행해온 어린이날 큰잔치를 들 수 있다. 지역의 많은 단체들과 중학생부터 대학생까지 학생들의 재능과 시간이 모여 어린이날 큰잔치가 매년 치러진다. 어린이날 큰잔치의 자원봉사자 수가 100명 이상은 될 것이다. 전 어린이날 큰잔치에서 맘껏 놀았던 아이들이 커서 자원봉사자로 참여하여 동네의 동생들과 놀아주고 있다. 큰잔치에 참여했던 초등학생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게 되는 이러한 사람의 변화, 어린이날 큰잔치가 십여 년 진행돼오면서 지역의 전통으로 자리잡는 지역사회 변화는 십여 년 동안 천 명 이상의 사람들이 대가없이 시간과 재능을 제공하는 자원봉사가 없었으면 이런 변화를 이루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성의없이 주는 선물은 선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자원봉사도 마찬가지다. 허드렛일이라도 볼런티어 정신을 생각하면 이미 허드렛일이 아니게 된다.  아무리 작은 선물이라도 절절한 진심이 담겨있으며 기억에 남는 선물이 된다. 매일, 매주 또는 매월 자원봉사를 하게 되지만 우리는 마음에 새기고 있는가? 내 보잘것없는 재능과 나의 자투리 시간이 사람을 변화시키고 지역사회를 변하시키는 일이며 이것은 신의 부름에 응답하는 나의 결단이었음을. 




김현미

독산3동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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