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내 공공시설에 비상용 생리대 설치한다

금천구의회, 양성평등 기본 조례 일부개정

 

서율역사박물관에 비치된 비상용생리대 자판기. 안내데스크에서 코인을 받아 사용하는 방식이다.

 

내년부터 금천구 내 공공시설에는 비상용 생리대가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제 218회 금천구의회 임시회에서 김용술 금천구의원(더불어민주당, 독산 2·3·4동)이 발의한 ‘서울특별시 금천구 양성평등 기본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이하 개정안)’이  원안 가결됐다. 하지만 1년 사업비로 책정된 약 300만원의 예산이 턱없이 모자란다는 의견도 있다.  
개정안을 발의한 김용술 의원은 “여성의 다수가 갑작스런 생리로 고충을 겪고 있으며, 긴급한 경우를 대비해 보편적 복지의 일환으로 비상용 생리대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여성 및 청소년이 다수 이용하는 공공시설 등에 비상용 생리대를 비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여성의 건강권을 증진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18일 복지건설위원회에서는 비상용 생리대가 배포되는 과정에서 남용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각 의원들의 우려와 고민의 목소리도 높았다. 김영섭 의원(바른미래당, 독산 2·3·4동)은 “(생리대) 납품업자를 위해서 개정되면 안 된다. 투명하게 업체를 선택해야 될 것”이라고 사업체 선정에 신중을 기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윤영희 의원(자유한국당, 시흥 2·3·5동)은 “생리대는 여성들이 준비하는 게 원칙이나 급할 때 비상용 생리대가 화장실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 실효성이 없다. 설치 장소가 화장실 근처에 있어야 배려이다.”고 말했고 강수정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도 “자판기를 무상 설치하면 실효성이 없을 수도 있다. 실행하실 때 남용되지 않는 방법에 대해서도 주의 기울여야 될 것”이라며 비상용생리대가 꼭 필요한 사람이 사용해야할 때 자판기가 비어있지 않도록 주문했다. 개정안에 대해 감수를 맡은 추병수 전문위원 역시 “긴급 시 이용할 수 있도록 비상용 생리대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사업 집행 시 무분별한 생리대 남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주민의식 높이기 위한 노력도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한편, 김경완 의원(더불어민주당, 가산동·독산 1동)은 개정안이 조례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비상용 생리대를 지원하는 조례는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양성평등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기본조례를 훼손하는 것이다. 여성 위생용품을 지원하려면 여성지원조례 등 새로운 조례를 만들었어야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금천구 여성가족과 권태훈 과장은 서울특별시 성평등 기본 조례 25조에 여성의 건강증진 항목, 양성평등기본법 34조에 지자체 여성 생애주기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도록 되어있다고 답변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기존 조례안에서 여성의 건강증진에 대한 20조 2항을 신설한다는 내용이다. 이 조항에 따라 구청장은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접근을 도모하고, 생애주기에 따른 여성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증진 시책을 마련해 지원해야 한다. 또한, 이를 위해 가임기 여성의 성건강을 위하여 예산의 범위에서 보건위생에 필수적인 물품을 지원할 수 있으며 긴급한 경우를 대비하여 공공시설 등에 비치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참고하는 타 구 예산은 턱없이 부족해보여 정책 실현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을 사고 있기도 하다. 지난 복지건설위원회 회의 당시 김영섭 의원이 사업 예산을 묻자 구청 측은 타 구에서는 300만원 정도로 책정돼있다고 답했다. 한편, 서울시에 위탁받아 여성건강을 위한 비상용생리대 비치문화 확산 사업팀을 맡고 있는 위창희 팀장은 “서울시내 여성단체 등 몇몇 곳에 이미 비상용 생리대 자판기가 설치돼있다. 이들 자판기 운영에 소요되는 예산을 볼 때 화장실 한 곳당 한 달 예산이 120만원 정도 소요된다. 비상용 생리대 자판기 한 대 가격이 40만원 정도이고 생리대 개당 500원 정도로 했을 때 비용이다.”라고 전했다. 이런 현황에서 볼 때 다른 구 사업을 참고해 예산 300만원을 책정하면 설치될 화장실조차 몇 곳 되지도 않을 뿐더러 남용까지 걱정할 생리대의 공급조차 부족해 보인다. 현재 내년도 예산은 이미 정해진 후에 조례가 통과되어 비상용생리대 사업의 예산은 책정되지 않은 상태다.
 아울러 개정안에서 비상용 생리대가 설치되는 공공시설에는 학교가 포함되지 않는 점도 아쉽다. 현재 가정환경이 어려운 일부 여성 청소년들은 월 10,500원을 지원하며 국민행복카드로 구매할 수 있다. 만약 학교에 설치될 경우 누구나 눈치 보지 않고 비상용 생리대를 사용할 수 있어 차별적인 시선으로부터 더욱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를 공공시설로 포함해 비상용생리대 설치 사업에 여성청소년을 배제하지 않도록 진행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남용을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안내데스크에서 코인을 받아 자판기를 사용하고있는 서울역사박물관 사례도 참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첫 발자국을 떼는 개정안이 예산도 아직 책정되지 않았고, 여성 청소년들에게는 제공되지 않는 점 등 아쉬운 부분들이 있긴 하다. 그러나 이번 시도를 계기로 공공시설뿐만 연령, 업종 상관없이 모든 화장실에서 비상용 생리대가 비치될 수 있는 첫 시작이 되길 기대해본다.
  
박새솜기자
gc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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