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명예란 ‘세상에서 훌륭하다고 인정되는 이름이나 자랑. 또는 그런 존엄이나 품위’라고 국어사전에 정의되어 있다. 기부를 하는 것은 명예롭고 훌륭한 일이다. 금액도 금액이지만 그 마음의 소중하기 때문이다. 
만약 한 달 300만원 버는 사람이 한 달에 3만원씩 꾸준하게 10년을 기부한 사람과 한 달 3천만원 버는 사람이 통 크게 한번 1억을 기부했다고 한다면 누가 더 명예로울까? 판단이 쉽지 않다.
금천구 ‘명예의 전당’의 기준인 ‘현금 개인 3천만원, 기업·단체 5천만원 이상, 현물 1억원 이상’에 도달하려면 매달 5만원씩의 금액을 50년 평생을 기부해야되는 금액이다. 
서민들은 애써볼 수도 없는 기준을 가지고 금천구의 ‘명예의 전당’이라고 구청로비에 만들어 내는 것이 정말 기부문화의 확산을 위한 것일까? 오히려 기부는 고액수익자들의 일이라는 생각을 조장하는 것은 아닐까?
명칭도 문제다. 금천구의 명예를 높이는 일이 얼마나 다양한가? 전국대회 우승도 있을 것이고, 중앙정부의 모범으로 표창을 받을 수도 있고, 1천 시간의 봉사 시간 기록한 분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금천구는 봉사를 하다가 희생당하신 분들도 있다. 지난 2017년 9월23일 독산2동 축제현장에서 봉사를 하던 자율방범대원 김남희씨가 차량의 돌진으로 크게 다쳐 투병하다 결국 사망했다. 그 분은 명예롭지 않은가? 그분의 명예를 위해 금천구청은 무엇을 했는가? 
명칭을 금천구의 ‘명예의 전당’이 아닌 ‘고액 기부자 명단’으로 하면 될 일이다. 명예가 돈만 낸다고 만들어지는 일이 아님을 모르지 않을 것인데 아쉬운 일이다. 
이런 현판은 기부문화 확산에도, 금천구와 구민의 명예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성호 기자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