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맞이 우체국 택배 현장에 가다

 추석을 앞둔 우체국의 풍경은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금천우체국은 금천뿐만 아니라 구로구까지 관할하고 있어 다른 곳 보다 물량이 상대적으로 많다. 그에 비해 장소가 협소한 관계로 매년 건너편 웨딩홀 주차장을 1주일간 임대해 집하, 분류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따가운 햇볕아래 밀짚모자를 쓰고 직원들이 물건을 나르고 있었다. 이 일에는 우체국장부터 말단사원까지 누구 한사람 빠지지 않고 거들고 있었다.
 
“지난주에 발대식을 했어요. 힘내자는 의미로 수육 좀 먹으면서 발대식도 해요.” 발대식라니 사뭇 더 비장함이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새벽 6시에 출근해서 늦게는 밤10시까지 비상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고 올해는 날씨가 더워 음식물 택배는 특히 신경을 써야한다. “이렇게 잠시 지원업무를 하는 직원들은 그래도 낫지만 하루 종일 집집마다 배송을 책임져야하는 집배원들이 가장 힘들지요.”

김홍선 지원과장은 추석택배의 애로점을 이렇게 말한다. “택배업무는 아무리 신경 쓴다 해도 민원이 많아요. 특히 집집마다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배송이 지연되고, 그렇게 되면 더운 날씨에 음식물이 상할 염려가 많아요.” 그밖에도 주소지를 잘못 쓴다든지 특히 아파트의 경우 동,호수를 잘못 기재해 곤란을 겪는 일이 많다고 한다. “해마다 추석은 더운 날씨 때문에 상할까봐 걱정이고, 설날에는 춥고 길이 안 좋아 배송하시는 분들이 애를 먹죠. 그래도 이번 추석엔 비소식이 없어서 다행이예요.” 오랜 경륜이 묻어나는 이야기다.

우체국은 명절 몇 일 전에 택배접수를 마감하는 민간 택배회사와는 달리 토요일까지 정상근무를 한다.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근무시간이 정확합니다. 그래서 막판에 택배물량이 우체국으로 몰리게 됩니다. 토요일 마감이지만 집배원들은 일요일까지 근무를 하게 되죠.” 그야말로 초치기 작업을 마치고 난 추석날 아침, 이들의 몸은 얼마나 피로하고 무거울까...  

  우체국건물에서는 집배원들이 분류된 물건들을 가득 싣고 바쁘게 빠져나가고 있었다. “아휴~ 말 걸지 마세요. 정신없어요.” 택배물건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 30년차 집배원 김상우(50세)씨다. 어떤 점이 가장 힘드냐고 묻자 “일이 많으니까 힘들지, 사람들이 직장 나가서 집에 없어요. 전화해서 옆집에 맡기고 그러지...” 동네 구석구석 안다녀본 곳이 없을 집배원 김상우씨를 보니까 새삼 죄송하단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목이 터져라 집 앞에서 내 이름을 부르던 집배원아저씨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틀 동안 몇 번이나 왔었다는 말씀을 하셨다.

이번 추석 명절동안 우리 금천구에 들어오는 택배물량은 14만톤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작년에 비해 10%이상이 증가했는데 예년에 비해 비싼 물건보다는 실용적이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건들이 많다고 한다. 불경기를 실감하는 대목이다.

김선정 기자
gcinnews@gmail.com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