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애는 남부여성발전센터에서 수채화 강좌를 들은 수강생들이 서로 작품에 대한 품평회도 하고, 다양한 정보교환도 하고, 전시회도 함께하는 수채화 동아리모임이다.
주로 청소년수련관이나 교육기관 등에서 이미 강사로서 활동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11명의 회원으로 시작해 출산이나 이사 등으로 쉬고 있는 분들이 있지만 현재 7명의 고정 회원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림을 전공했지만 결혼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주부 화가들이 단순한 취미를 넘어서 전문 화가로서의 소양을 갖추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나름 수준 있는 소모임이다. 

결혼 후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내가 다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울해지곤 했어요. 이렇게 작게라도 그림을 다시 시작하면서 엄마, 아내, 며느리로서의 위치를 떠나 나 자신을 찾아가는 느낌이 있어 좋아요. 나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살림하면서 가졌던 스트레스나 우울함, 외로움과 같은 감정들이 그림을 통해 다스려지는 것을 느껴요.”라며 환하게 웃어 보인다.  실력이 아주 훌륭한 전문가들이 아니라서 전시할 수 있는 기회를 찾기가 많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하고 싶은 욕구를 감추고만 있을 수는 없었죠. 그래서 공모전이란 공모전은 다 찾아다녔어요. 여성미술대전에 작품을 냈는데 모두 우수상을 받으면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재작년은 구리시 평생학습 축제에서 수상을 했고, 작년에는 서울교육청에서 진행한 평생학습 축제에서 금상을 수상하면서 ‘시월애’는 가슴속 뜨거운 열정을 세상밖으로 내뿜고 있었다.   
작년에 처음 ‘시월애’라는 이름으로 정기전을 치렀고, 올해 4월 다시 한번 양천구에 있는 도서관 갤러리에서 2차 정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몇 군데 무료로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전시회를 하기에는 너무 공간이나 외장시설이 노후 되어 있고 비좁아요. 좀 괜찮다고 하는 곳은 실력 있는 화가들이 선점하기 때문에 우리들은 매번 밀려나죠.” 개인전을 하려면 1주일 대관료만 150만원에서 200만원이 넘게 든다. 아마추어이고 주부들인 입장에서 이런 거금을 들여 전시회를 하기란 아주 벅차기 때문에 무료 전시관을 찾는데 1년 전부터 신경을 써야 한다고 한다. "돈 안 되는일 한다고 구박하던 남편도 어깨너머 키운 안목으로 평가도 해주구요, 전시회할 땐 가족들 모두 와서 축하해줬어요."

시월애는 매주 모임을 진행한다. 화실이 따로 없기 때문에 각자 집에서 그려온 그림을 보고 품평회도 하고 서로 가지고 있는 정보들을 공유한다. 70보, 80보 크기의 큰 그림을 옮길 때는 버스도 안태워주고 택시는 좁아서 탈 수 없으니 결국 3만원을 주고 택배로 운송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그림 둘 곳이 없어서 베란다나 장롱 위, 집안 곳곳의 틈이란 틈은 그림으로 가득 메워져있어요. 그래서 신랑들이 싫어해요. 글쎄 우리 신랑은 아~ 이래서 화가들이 화실을 따로 둬야 하는구나~ 하면서 한숨을 내쉰다니까요.” 모두 이구동성으로 집에 있는 그림들을 설명한다. 햇볕을 받으면 변색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폼 나게 걸어놓는 일은 웬만한 집에서는 불가능하다. “우리 중 누구라도 일 좀 저질렀으면 좋겠어요. 개인 화실 하나만 열면 우리 모두의 것이  될 테니까요.(다같이 웃음)”

그래서 ‘시월애’는 청소년 수련관에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에게 무료로 수업을 해주는 대신 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 금천구에서 그림에 대한 열정을 가진 청소년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중학교 1학년이 피아노나 미술을 접하는 마지막 한계점인 것 같아요. 입시 때문에 아이들의 재능이 묻혀버리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파요"라며 아이들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그리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서 꾸준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혼자보다는 이렇게 모임을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몰라요. 서로 부족한 부분을 짚어주고 조언해 주니까 긴장도 되고 은근히 비교도 되니까 더 열심히 하게 되죠. 남편에겐 인정받는 아내, 아이들에겐 자랑스러운 엄마가 될 수 있다면 크게 성공하지는 못해도 아름답게 늙을 수 있을 것 같아요.”

2010년 금천구 평생학습 동아리 최우수상에 빛나는 ‘시월애’의 열정적이고 당당한 여성들의 모습은 오래도록 마음에서 진한 메아리로 남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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