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 탐방- 한번씩 모이고 나면 스트레스가 확 풀려요

  “먹고 싶은 만큼 넣으세요.” “와, 멋지게 잘했네.” 정심어린이집 6세반 아이들이 사이에 초록색 머리 수건을 두른 엄마들이 함께 음식을 만들고 있다. 우리밀 빵에 각종 유기농 재료들을 넣은 샌드위치를 만드는데 왁자지껄 재미난다. 

  한살림 생협을 이용하는 조합원들은 지역별로 소모임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금천구에는 벽산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시흥동 모임과 ‘한꼬마 요리교실’(이하 한꼬마)이라 부르는 독산동 모임이 있다. 
  ‘한꼬마’은 작년가을 정심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엄마들 세 명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10명의 구성원이 있는데 모두 어린이집을 통해 알게 되었고, 아이들에게 뭘 먹이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한살림 생협 조합원이 된 아이 엄마들이었다.

“모여서 나물요리를 해보거나 비빔밥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각자 반찬을 조금씩 만들어 와서 나누어 먹기도 하지요. 한 살림에 새로운 물품이 나오면 시식도 하구요.”

탁트인 성격에 활기찬 목소리를 가진 ‘한꼬마’의 리더 조정옥씨는 아이를 넷이나 둔 다둥이 엄마다.
첫눈에 보기에도 화통한 성격에 무슨 일이든 망설임 없이 해낼 것 같은 여장부 스타일이다.

“한살림에서는 지역 자주모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서울 남서지부의 지원 사업에 공모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우리끼리만 모임하다가 오늘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먹거리 교육을 하게 된거예요.”
‘한꼬마’는 계속해서 여러 어린이집을 통해 아이들에게 친환경 먹거리에 대한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어린이집 교육을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모두들 인근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예상대로 여성들의 모임이 거의 그렇듯 터져 나오는 대화가 끝이 있을까 싶다.

“언니, 오늘 설명 진짜 잘 하드라.” “나 집에서 우리 은성이 데리고 연습했잖아. 5분짜리로 준비했는데 3분밖에 얘기 못한 것 같애.” “그래도 저번에 미리 가서 어떻게 하는지 봐두길 잘했어.”

이날 교육은 고수민씨가 맡았다. 수다 떨듯 회의 아닌 회의가 진행된다.

“토요일 광명모임에 누가 갈 수 있어?” “쿠키를 구울 수 있을까?” 인터뷰를 따로 길게 할 필요가 없다. 분위기와 오고가는 말속에 모든 것이 묻어나 있다. 
   “애들하고 같이 모이면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죠. 각자 도시락 싸와서 나눠먹으면서 놀면 아이들이 정말 좋아해요. 혼자 집에 있으면 답답하고 힘든데 한번 씩 모이고 나면 스트레스가 다 풀리는 것 같아요.”
6개월 된 딸을 데리고 모임에 참여한 조숙형씨는 모임에 대한 애착이 크다.
“그야말로 생활의 활력소예요. 저희끼리는 자주 모여요. 엄마들은 아이 키우면서 엄마들에게 이런 모임은 큰 도움을 주죠.”

김선희씨는 조용하면서도 단호히 말한다.   

“지난번엔 도자기체험도 함께 가서 했구요, 가끔씩 아이들 어린이집 보내고 엄마들끼리 놀러가기도 하는데 그땐 정말 재미있어요.”

지방에서 살다가 이사 온 김은정씨는 아는 사람 없이 지내다 만난 벗들이 반갑고 고마운 존재라고 한다. 낯선 환경이 주는 고독함… 아마 겪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이번에 영어 언제 하기로 했지?”
학원을 운영하는 김서진씨는 비교적 한가한 오전시간을 활용해 모임에 합류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하는 건 아니고 일종의 품앗이죠. 제가 영어 학원을 하니까 우리 아이들 모아서 놀이 겸 영어수업 해보고 있어요.”

엄마들은 함께 모여 노는 것만으로도 품앗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나 다양한 아이디어와 제안들이 쏟아지겠는가? 생각만 해도 신이난다.

처녀시절 잠시 잡지사의 편집기자였다는 고수민씨는 오히려 인터뷰하러 간 나에게 질문세례를 한다. “어떤 취지의 신문이예요? 운영은 어떻게 하시는데요?

호기심이 많고 집중력이 있는 분인 것 같다. 새삼 물어봐주니 고맙기도 하고… 갑자기 인터뷰를 받는 입장이 되었다.   ‘한꼬마’는 아이 엄마가 아니 여도 되고, 한 살림 조합원이 아니 어도 함께 활동할 수 있다. 누구나 참여해서 좋으면 함께할 수 있는 자유롭고 활기찬 모임이다.

에너지를 충전 받고 싶은 독산동 주민이여 모이시라!  

 


 
김선정 기자
gc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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