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탐방 :  라디오 금천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방송 팀


아프니깐 청춘? 

안 아픈 건강한 청춘을 위하여!




지난 달 2016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었다. 고3 수험생들에게는 결과에 대한 아쉬움도 물론 있겠지만, 앞으로 맞이할 2017년 20살 성인으로서의 첫발을 내디게 될 설레임이 더 클 것이다. 이번 금천아이엔 금천인 탐방에서는 라디오금천에서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이하 하라공) 방송을 이끌고 있는 독산고 3학년 4인방을 만났다. 수능을 마친 뒤라 다양한 여과활동, 아르바이트 등으로 수능 전보다 더 즐겁게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하라공팀과 나눈 편안한 대화를 소개해 본다.


*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 라디오 금천에서 매주 1회 진행되는 라디오 방송. 2016년 고3 학생들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본인들의 스트레스를 풀고자 재밌게 수다 떠는 방송. 


Q. 각자 자기소개 부탁한다.

A. 라디오 금천에서 [하라공] 방송을 진행하는 독산고 3학년 학생들이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실명이 아닌 DJ명으로 소개하겠다. 

각자 김감쪽, 얼티, 주공기, 조미료란 디제이명을 쓴다. 

주공기 : ‘독산고 주공기’라 할 만큼 공기놀이를 잘 해서 얻은 별명이다. 방송에서 디제이 겸 기술직이다.

김감쪽 : 언니가 붙여준 별명인데 방송에서 쓰니 더 의미 있는 말 같다. 우리 네 명이 함께 주제를 고르고 각자 맡은 대본을 쓴다.

얼티 : 홍차를 좋아해서 지은 이름이다.

조미료 : MSG처럼 없으면 심심하지만 있으면 맛깔나게 재밌는 성격이라 생긴 별명이다.(조미료님은 아르바이트로 취재에 참석하지 못함)


Q. 어떻게 방송을 시작했나?

A. 작년에 학교협동조합을 홍보하는 영상을 만들어봤다. 그 때 결성된 팀이 지금의 하라공 팀이다. 영상작업을 끝내고 뭔가 관련된 활동을 더 하고 싶어서 올해 자기주도 동아리활동으로 팟캐스트 방송을 하자고 의기투합했다. 우리들의 계획을 학교에 알리니 선생님께서 라디오금천을 소개시켜주셔서 2016년 2월에 하라공이라는 방송을 기획하게 됐다. 처음엔 모든 것이 낯설어 당황스러웠지만 평소 좋아하던 팟캐스트 ‘지대넓얕’을 벤치마킹해서 우리의 이야기를 우리의 눈높이에서 수다로 풀어보기로 방향을 정했다. 우리 넷이 똘똘 뭉치니 후다닥 준비를 끝내고 딱 일주일 만에 하라공 방송이 탄생했다.


Q. 제목이 특이한데 방송 컨셉은?

A. 정말 우리들 좋자고, 스트레스 풀자고 하는 방송이다. 그런데 고3이 공부는 안하고 방송한다고 쓴 소리 들을까봐 제목으로 선수를 친 거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고3이다보니 결국은 방송 마무리가 공부 얘기다.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씁쓸하다.(웃음)


Q. 방송을 들은 주변의 반응은?

A. 부모님들이 의외로 많이 호응해주시고 응원해주신다. 한편으론 고3이 이렇게 하고 싶은 것이 많았나 하시며 놀라시면서 공부만 해야 하고 쉬지 못한 채 학원 뺑뺑이 도는 우리를 굉장히 불쌍해하신다. 친구들은 우리들 이야기니깐 굉장히 재밌어 한다. 우리가 방송에서 추천해준 영화와 드라마를 적어 놓고 보신다는 선생님도 계신다.

우리의 방송이 주변사람들과 학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서 굉장히 뿌듯하다. 자랑이지만, 이번에 학교에서 자기주도 동아리상으로 은상을 받았고 우리의 방송 활동이 후배들에게 하나의 모범으로 소개되고 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A. 그 동안의 20회 방송 모두가 재밌었지만, 특히나 여행과 이상형을 주제로 한 방송이 기억에 남는다. 성인이 되어 각자 여행 가고 싶은 장소와 일정, 금액, 먹거리, 놀거리를 짜 보았는데 방송하는 동안 많이 설레고 기대됐다. 또 우리 네 명의 이상형이 모두 달라서 많이 흥분했던 기억이 난다. 


Q. 방송하면서 겪는 애로사항은?

A. 학교 다니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 수 있어서 오히려 기운이 났다. 우리의 얘기를 하는 것이라 딱히 힘든 점이 없고 공부하지 않아서 좋았다. 단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하는 것은 조금 어려웠다.


Q. 변화 된 모습이 있다면?

A. 처음 방송할 때는 많이 어색해서 대본 읽는 것이 정말 딱딱하게 책 읽는 수준 이였다. 하지만 어느덧 자연스럽게 내 생각을 정리해서 조리 있게 말을 할 수 있게 됐다. 더불어 리액션도 최고다.(웃음)


Q. 수능이 끝났다.  계획은?

A. 김감쪽 : 대학을 무조건 가야한다는 것에 대해 의문이 든다. 우선 정시로 원서를 접수한 상태고 혹시나 입시에 실패한다면 내년에 수시로 대학응시를 하던가 해외로 봉사활동을 할까한다. 

얼티 : 나도 대학에 대한 회의를 갖고 있다. 게임관련 스튜디오를 차리는 창업을 생각했으나 부모님께서 대학생활을 권유하셔서 우선 언어 전공으로 대학입학 원서를 넣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다. 대학 졸업 후 바늘구멍 같은 취업을 하고 또 다시 정형화 된 사회생활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귀농한 아버지를 돕던가 나만의 사업으로 창업을 하던가 외국으로 나가고 싶다. 어른들은 아프니깐 청춘이라고,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이 사회에서 잘 나가지 못 하면 우리들이 부족하고 노력하지 않아서라고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아직은 사회를 잘 모르지만 아프지 않으면서도 즐거운 청춘을 보내고 싶다.


주공기 : 부모님이 어린이집을 운영하시고 친인척이 유아교육 전공자가 많아 자연스레 유아교육과에 원서를 접수한 상태다. 합격하면 학교생활을 하며 내 적성에 맞는 과 인지 더 살펴볼 것이다. 만약 나와 맞지 않다면 다시 수능을 준비하더라도 평소에 관심 갖던 미디어 쪽으로 생각해볼 것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뭔가 이번 기회에 많이 생각하게 된다. 


Q. 제목이 공부해야만 하는 고3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누가 시켜서 하는 공부가 아닌 자발적인 인생공부가 시작되는 시기이다. 하라공 방송은 계속되는가?

A. 안타깝게도 현재 네 명이 지원한 대학교가 지리적으로 너무 많이 떨어져있다. 방송을 하려면 자주 모여야 하는데 그 점이 불가능할 것 같아 하라공은 이제 그만하려 한다.


Q. 만약 다시 모여 방송을 한다면 방송 제목을 무엇이라 정할건가?

A. [하라공]이다. 이름은 같지만 의미는 바뀐다. ‘하라는 공부 안 해도 어떻게든 된다?’ 대략 그런 뜻으로 바뀔 것이다.(웃음)



Q. 라디오 방송이 하라공팀에게 남긴 것은?

A. 김감쪽 : 고3 생활 동안의 큰 즐거움 이였다. 평소에 가진 몇몇의 단편적 생각들을 잘 정리할 수 있는 여유와 남에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 같다. 


얼티 : 내가 뭘 좋아하고, 하고 싶은지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는데 덤으로 말도 조리 있게 하게 된 것 같다. 라디오를 통해 문화컨텐츠학과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나중에 사회생활을 할 때 지금의 라디오 경험이 큰 자부심이 될 것 같다. 주공기 : 고등학교 시절 나의 꿈을 향한 첫 도전이 성공적으로 이뤄져서 자랑스럽다. 홍보영상 작업과 라디오를 하면서 방송쪽에도 관심이 생겼다. 바쁜 고3시기였지만 하라공 방송을 결정한 것이 후회 없다.


Q. 며칠 후 면 새내기 성인이 된다. 성인이 되면 하고 싶은 것은?

A. 감쪽 : 그 동안 나이가 어려서 자격미달로 못해봤던 스카이 다이빙 등의 위험한 스포츠와 투표를 해보고 싶다. 얼 : 일본으로 혼자 여행을 가거나 그린피스같은 단체에 소속되어 열혈적으로 환경운동을 하고 싶다. 주공기 : 당장 운전면허증을 따고 싶다. 사실 이번에 도로주행을 네 번째로 도전한다. 꼭 붙고 싶다.(웃음)


Q. 앞으로 이어질 제2의 하라공 팀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방송을 하는 동안 즐기면서 재밌게 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이왕에 하기로 결심했다면 제대로 성실하게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처럼.(웃음) 우리도 처음엔 어떻게 할지 망막했는데 두어 번 경험해보니 너무 쉽다는 걸 알았다. 첫 시작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고자하는 생각만 갖지 말고 꼭 실천했으면 좋겠다. 한 발짝만 내딛으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김혜희 기자

gc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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