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반장제도(이하 ‘통장제도’라 표현한다)는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으나 분명한 것은 현재의 행태로는 이룰 수 있는 행정성과는 한정적인가 하면 설치취지조차도 모호하다. 즉 이 제도는 지금과 행정행태가 다른 시대에 마련되었고 행정환경이 상당히 변화하였는데도 과거의 기조(基調)에서 운영되는데 따른 불합리성을 가지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이 제도는 행정에서 민(民)이 경시되던 시절에 설치된 관 주도형 기구로 공무원의 보조적 역할이 주 임무인데 그것이 별 변화 없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통장의 임무가 공무원의 보조라서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행정에서 민과 관은 상호관계인 만큼 협조적 유대가 필요하고 그에 따른 선후(先後), 주종(主從)의 위치는 상황에 따른 구조를 갖는다. 그러나 문제는 이 제도는 현재의 환경에서는 이 도식으로 이해되지 않는데 있다. 즉 관은 항상 선(先)과 주(主)고 민은 상대적인 것이 그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주민공동체가 행정의 한 축으로 참여하고 있고 그것은 법체계로 보장되고 있는 것과 같이 이른바 민·관 협치 행정시대이다. 마을공동체 사업을 비롯한 주민 참여에 의한 각종 행정행태가 하루가 멀다 하고 생겨나고 있고 그 시행효과도 속속 들어나고 있다. 서울시가 일선 동 주민 센터를 복지센터 화를 지향하고는 “찾아가는 동 주민 센터”를 운영하는 등 주민자치 행정체제로의 돌입도 그런 유형이다.

서울시는 일선 동의 주민자치위원회를 확대 재편하고 통장을 포함한 직능단체의 자원들을 구성원으로 포함하는가 하면 전문성을 기하기 위한 구성(분과위 설치)을 하는 등 주민조직의 체계화로 확대된 공무원 조직과 유기적 협조체제를 통한 실질적인 주민참여행정의 제도화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인데 구시대적 유물에 다름 아닌 통장제도를 그대로 두는 것은 행정중복이자 자원과 예산 낭비로 시대흐름의 역행이다 

조례가 규정하고 있는 통장 직무를 본다. 1.반장 반원 지도, 2.행정시책 홍보, 3.주민여론 요망사항 보고, 주민의 거주 이동 상황 파악, 통·반적부 관리, 4.각종시설 확인, 5.새마을사업추진 협조, 6.통·반원의 비상연락 훈련, 7.전시홍보 및 주민 계도, 8. 전략자원의 동원과 전시 생필품 배급(전시에 한함), 9 법령에 의해 부여된 임무 및 그 밖의 동 행정에 필요한 사항 등 크게 분류해서 아홉 가지이고 세분하면 열두 가지를 넘고 9번 째 단서에 의해 더 증가할 수도 있다. 대단한 량이고 중요한 행정사무도 포함되어 있다. 현행 통장 체계에서 과연 이러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가를 묻기 이전에 과연 현재의 행정환경에서 이런 임무들이 모두 필요한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전업주부가 다수인 통장체계에서 말이다.

최근 통장제도와 관련한 연구를 본적이 있는데, 통장은 주민 대표 기구로 행정홍보와 주민여론 주도 기대를 둘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어떤 관점인지 모르지만 수긍하기 어렵다. 우선 주민 대표성을 동의할 수 없다. 그 선임에 민주성이 배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장은 공모방법이지만 정보접근 문제로 실효성이 부족하고 따라서 주민 센터 관계자(공무원이나 주민권력)의 간섭 개재 여지를 가진다. 여론 주도 의견도 마찬가지다. 구성배경과 신분(전업주부들이 많다) 그리고 개인 역량을 볼 때 그렇다. 솔직히 여론 오도나 왜곡이 없으면 다행이다. 이러한 주장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지만 일선 동 주민 센터 근무경력이 오래 된 공무원이라면 쉽게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서울 등 대도시에서 이 제도와 상관하여 유의하여 살필 것은, 거주환경이나 행정환경의 변화 이를테면 대단위 아파트단지 형성으로 주민에 의한 자체 행정기능 확보, 인터넷 등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한 민원 등 행정서비스 접근의 편리와 다양화, 동 주민 센터의 복지센터 화에 따른 공무원 증원 등의 사유로 통장기능은 축소되고 있고 이러한 현상은 빠르고 다양하고 진전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론이 길었다. 우리 이야기를 해보자. 서울시의 다른 자치구의 제도를 살펴보지 않았으므로 필자가 거주하는 금천구의 사정을 주로 하여 살펴본다. 마을의 주민들에게 물었다. ‘통장제도가 있는 것을 아는가?’, ‘내가 사는 주소지 관할의 통장이 누구인지 아는가?’, ‘통장의 역할에 공감을 하는가?’ 첫째 질문에 대한 답은 50%를 상회한다. 그런데 둘째 질문의 답은 10%가 체 안 되고, 셋째 질문은 절망적(?)이다. 우리 고장의 통장제도의 현 주소다. 표본은 필자 주거와 가까운 이웃 60인 정도로 하였는데 표본 수를 두고 객관성을 시비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현실이 바뀌지 않을 것이다.

비판을 했으니 의견을 말해보자. 통장제도는 제고되어야 한다. 살펴본 바와 같이 그것으로 구하고자 하는 목적에 한계가 있고 그런 사정을 수용한다 하더라도 효율성 문제가 제기된다. 더 큰 문제는 주민대표성이다. 주민 대표성이 없는 기구가 민·관 협치 행정 수행의 참여는 불합리하고 성과의 기대도 어렵다. 분명히 말하지만, 현재와 같은 시스템으로는 주민대표성은 결코 기대할 수 없고 주민자치 행정의 지향도 어렵다! 

여기서 유의하여야 할 것은 최근 확대 개편된 주민자치위원회와 관계다. 이 두 기구는 주민대표라는 성격에서는 같은 입장이자 중복이다. 기능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엄밀히 따지면 이 또한 중복이다. 다시 말하면 주민자치위원회도 주민대표성 문제가 있고 그 구성에서 볼 때 통장제도에서 제기되는 문제가 없지 않다. 그러나 이 기구, 즉 주민자치위원회는 합의적 구성체(committee)로 복무자가 다수라는 점에서 단독기구인 통장의 단점들을 확실하게 보완할 수 있다.

결론을 말한다. 현 통장제도는 주민자치위원회와 병합하는 것으로 발전적 해체를 하도록 한다. 주민자치위원회는 현재의 구성으로 통장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므로 행정낭비를 줄이고 예산 효율도 기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양 체제의 주민기구 존치는 행정의 중복은 물론 마찰의 소지조차 없지 않고, 이런 상황에서 주민대표성은 물론 공동체적 공감을 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유념해야 하는 것은 현대행정에서 주민 공동체의 공감은 아주 중요하다.(♣2016.5.11)


장제모

필자는 시흥3동에 거주해 다양한 마을활동을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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