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서 증여와 선물로 살아가는 생활체험기-1

고구마와 통기타  


 더 빠르게 더 편리하게 더 깨끗하게 사는 생활이 언제까지 가능할까? 이런 편리한 생활은부작용을 남기고 누군가 그 부작용을 감당해야 하거나 지구가 점점 파멸에 이르지 않을까 라는 불안한 예상을 하면서도 소비를 멈출 수 없다. 우리는 생활의 편리는 찾았을지 몰라도 더욱 여유롭고 행복해졌는가? 라는 대답에 쉽게 ‘예’ 라고  답할 수도 없다. 편리한 생활을 위하여 우리는 더 일하고 더 많이 벌어야 한다. 끈임없이 돈을 벌어야 하고 그 돈으로 계속 소비해야 한다. 더구나 지금은 번듯한 일자리로 돈 벌 기회조차 갖는 것이 어려운 시절이다.

  돈없이도 가능한 삶, 정확히 말하자면 돈을 적게 가지고도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가를 실험해보고 싶었다. <마을에서 증여와 선물로 살아가기>는 극단적으로 소비를 억제하는 고통스러운 생활이 아닌 사람과의 관계를 통하여 서로 가진 것을 나눠 쓰고 바꿔 쓰는 실천을 일상에서 해보는 것이다.  이런 생활이 돈으로 필요한 물건을 사는 교환경제보다 얼마나 더 행복감을 주는지, 증여•선물경제를 통하여 느껴지는 연대나 우애, 증여자의 인격 등을 기대하면서 생활체험기 <마을에서 증여와 선물로 살아가기>를 연재하고자 한다.

  몇 주 전 어떤 회의자리에서 안지성 목사님으로부터 통기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새터에서 청소년 통기타반을 운영하는데 수강생 수에 맞춰 통기타를 구비하지 않았다며 집안에서 놀고있는 통기타 수배를 내렸다. 나는 우리집에 있는 통기타 하나를 갖다 주겠노라고 약속했다. 그날 회의가 끝나자 안목사님은 시골에서 농사지어 올라온 고구마를 회의참석한 사람들에게 선물하셨다. 썩기 전에 얼른 가져가서 나의 고민을 덜어주라면서 고구마 선물받는 사람들의 심적 부담까지 가벼이 해주었다. 선물받은 고구마 중 일부는 건강한농부협동조합에 와서 목공수업 온 학생들의 군고구마 간식이 되었고 또 남은 고구마는 방문객들이 생으로 깍아먹는 주전부리가 되었다. 선물의 미학은 이런 것이다. 선물 받은 고구마가 누구누구에게 전달되었는지 누가 맛있게 먹었는지 알 수 있고 서로 감사하고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한다. 


또 선물 받은 자는 고구마 선물에 대한 만족감과 감사함으로 답례선물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기도 했으리라. 우리가 고구마를 산 마트에 가서 구입한 고구마로 누구누구랑 나눠서 맛있게 먹고 누구는 정말 감사하다고 하더라 이런 말을 전할 수 있는가?  선물은 최초 선물한 사람부터 최종 선물 받은 자까지 선물의 경로를 알 수 있으며 그 사람들의 마음씀씀이까지도 느낄 수 있다.


  우리집에 먼지를 쓰고 있는 통기타는 금천인 이성호 편집국장이 2년 전인가 나에게 증여한 것이었다. 그때는 독산고 매점에 갖다두고 아이들이 방과후 통기타를 치는 장면을 상상하며 냉큼 기타를 받았다. 매점에서 아이들은 기타 '등등' 조차 치지 않았다. 자리만 차지하는 기타를 매점에서 가져와 집에서 8개월을 묵힌 후 새로운 주인(통기타반 청소년)을 찾아줬다.  우리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무언가 3년을 두면 쓸 일이 꼭 생긴다고, 다만 많은 것들을 3년 묵히기에는 집이 개판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선물은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 행복하나니 우리는 오늘도 누군가에게 선물을 준다. 무엇인가를 필요로 하여 선물받고 싶은 사람은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좀 느긋이 기다려야 한다. 누군가의 필요를 듣고 마을 사람들이 응답하기에는 몇 주 정도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24시간 내내 불을 켜고 지갑들고 어서 오라는 편의점으로 달려가 필요를 당장에 사야하는 사람은 선물경제인이 되기 어렵다.  필요한 것을 바로 충족시키지 않고 불편함을 참으면서 좀 기다려야 한다. 꼭 필요한 선물을 받아들고 선물을 준 사람에게 ‘이 사람이 내 마음을 잘 알고 있구나’ 라는 우애의 정을 느껴보는 마을생활 신나지 않은가.



김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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