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마을버스기사, “사발면 먹을 시간도 없다”



“첫 차를 운행하기 위해서 새벽5시에 출근해서 오후2시에 교대를 한다. 차가 한번 나가면 아침에는 50분내에 들어와 또 바로 나가야 한다. 신고된 배차간격은 평균 12분이지만 회사 측에서 7-8분을 요구하기 때문에 쉴 시간이 없다. 5시에 나와 빵과 우유를 먹고 나서 아침시간, 점심시간이 없기 때문에 3시 퇴근 후에나 밥을 먹을 수 있다.”


“06번 마을버스 종점(시흥1동 노인종합복지관 근처)에서 가까운 식당까지 빠른 걸음으로 7-8분 걸리고 밥 나오는 시간을 보면 절대 밥을 먹을 수 없다. 밥을 먹으려면 신호를 무시하거나 과속으로 빠른 시간 내에 들어와야 한다. 정속주행으로는 밥시간이 나오지 않아 그나마 손님이 없을 때 편의점에서 사발면을 사와 먹을 수 있다.”


“종점에 화장실이 없어 생리현상을 처리하기가 어렵다. 근처 복지관이나 빗물펌프장을 이용하라고 하지만 새벽이나 밤, 주말에는 문을 닫기 때문에 인근 공터 숲으로 달려가야 한다.”

“배차간격이 워낙 촘촘해 기사들은 운행시간에 쫒길 수 밖에 없다. 운전 중 용변을 해결하려면 불법임을 알고도 도로로 뛰어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승객의 안전을 생각할 수 없다.”



년도






어디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닌 2016년 금천구 마을버스들의 이야기다. 새벽 5시에 출근하지만 아침시간도, 점심시간도 담보되지 않고 화장실도 없는 근무환경으로 마을버스 기사들이 화가 단단히 났다. 구의역에서 청년노동자의 사물함에서 사발면이 나오면서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서 공분이 일었지만 바로 우리 옆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금천구 마을버스 06번, 07번을 운행하고 있는 한남상운이 무리한 배차간격으로 인해 사발면 먹을 시간도 없이 일을 하고 있다며 개선을 촉구 했다.


화장실이 없는 것도 큰 문제다. 06번은 구로디지털단지역~독산역~금천구청~시흥1동 빗물펌프장(기점)으로 되어 있지만 서류상 차고지는 독산1동에 위치해 있다. 06번 버스는 새벽 차고지를 나온 이후 막차가 들어갈 때까지 한번도 차고지를 들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기점에는 화장실이나 휴게공간 없다. 작년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 나서야 컨테이너 휴게소와 화장실이 만들어졌지만 이마저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뿐만 아니라 현재 13명의 노동자들에게 6월말 일자로 계약해지통보를 해놓은 상태다. 노동조합 사무국장은  “전에 취업규칙에 58세로 정년이 되어 있지만 62세로 재입사를 했다. 그런데 이번에 노조를 만든다고 해서 취업규칙을 65세로 바꿔 해고를 하는 것이다. 중재요청을 받아 합의된 것에 고용보장을 하는 항목이 있었는데 회사를 새롭게 바꾸고 취업규칙도 새롭게 만들었다. 신곤운수라는 회사를 없애면서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 말이 안된다.”고 사측의 행태를 비판했다. 금천05,06,07번은 신곤운수로 운영해오다 2015년 11월11일 금천05번을 계열사인 경성운수로 분사시켰으며, 2016년 1월15일 금천06,07번을 계열사인 한남상운으로 분사시켰다. 


22일 열린 금천구청 앞 집회에서 사회자 차재만 씨는  “마을버스의 관리감독은 금천구청에 는데 지금 시민과 노동자들의 안전을 무시하고 있다. 시민이 안전하게 대중교통이 운행되고 노동자들이 제대로 운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함에도 금천구청은 ‘배차간격이 짧아야 주민들이 편하다’고 말하고 있다. 노동자라서 하루에 빵 하나 우유하나로 9시간 씩 운전하면서 금천주민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이런 현장이 어떻게 안전을 담보하면서 대중교통으로 운행할 수 있는지 차성수 구청장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적극적인 관리감독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이봉주 부위원장은 “버스노동자들이 사고를 내면 운전자가 물어내야한다. 회사의 촉박한 배차간격을 마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과속과 신호위반을 하는 노동자가 물어내야한다. 마을버스 계통으로 1년에 10명이상이 숨지고 1200명 이상이 다친다. 이것을 무엇을 의미하나? 밥 먹을 시간조차 없는 마을버스노동자들이 시간을 맞추기 위해 신호를 위반하고 달리면서 나는 사고다. 그런 상황도 모르고 배차간격이 짧으면 시민들이 좋다고 이야기한다. 1분 일찍 가면 좋겠지만 1분의 단축시간에 시민의 안전과 노동자의 안전은 담보되지 않는다는 것을 왜 모르나? 안전하게 배차시간을 짧게 하기 위해서는 차량을 더 들여와 운행 하도록 지도하는 의무가 금천구청장에게 있다. 앞으로 마을버스사고로 단1명의 주민이나 노동자가 죽는다면 금천구청의 책임”이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금천구청 교통행정과 담당자는 “불친절 민원이나 난폭운전, 배차간격을 지키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는 여객운수사업법에 의해 지도할 수 있는데 한남상운의 건은 노동권과 사측과의 문제로 알고 있다. 인허가시 한남상운의 차고지에는 화장실 휴게실 차고지 등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하면서 “운수사업법에 마을버스 규정이 정비되어있는 편이 아니다보니 차고지와 실제 종점이 다른 것에 대해 법률적으로 하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한남상운 노동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버스노동자들의 노동권은 시민안전과 직결되어 있다. 이에 버스노동자들의 투쟁은 자신만의 권리를 찾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다. 시민의 안전을 제대로 책임지고 평안한 시민의 길벗이 되고자 투쟁하는 것”이라고 밝히면서 “노조에서 서울시와 금천구청에 무리한 운행과 관련 민원을 제기하니 돌아오는 답변은 시민을 위해 더 많이 운행하는 것은 서비스 차원에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라고 한다. 저들이 애기하는 서비스에는 버스기사들의 노동권은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다. 이런 천박한 지자체의 인식 때문에 노동자와 시민 모두가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집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금천구청에서 시흥대로-우시장-독산역까지 행진을 하면서 마을버스의 실태를 주민들에게 알렸다.


한편, 이에 앞선 지난 6월 14일 한남상운 노동자들은 서울관악고용노동지청 앞에는 “사발면 먹을 시간도 없는 마을버스 기사를 아시나요?”의 절규와 함께 한남상운의 근로기준법위반과 체불임금, 부당해고, 노조탄압에 대한 투쟁선포 기자회견이 열고 노동지청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금천구청 앞에서의 집회를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이하사진 14일 관악고용노동지청에서 기자회견과 진정서를 제출하고있는 노동자들>




이성호 기자

gc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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