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이제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


2016년 6월 15일, 유엔 집회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의 한국에 대한 조사 보고서가 공개되었다. 유엔특별보고관의 보고서는 한국의 집회 결사 등에 대한 법은 여러 주요 영역에서 국제인권 법 기준과 배치된다고 판단한다. 

대표적으로 당국(검찰과 경찰)에 과도한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는데 보통이면 공권력의 재량권은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존중, 보호, 촉진하라는 것에 있다. 집회를 축소 봉쇄하는 것이 아니라 집회방해 상황을 막아 집회를 보호하는데 의무를 다하라는 말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집회를 기본적으로 불온한 것으로 보고, 이를 격리 차단 무산시키는 것에만 주의를 기울인다. 뿐만 아니라 집회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으로 허가의 대상이 아니라 신고만 하면 되는데 이를 허가제로 운용하고 있어 문제다. 정부를 비판하거나 진실을 규명하는 집회는 무조건 불허, 정부를 지지하거나 정부비판 집회를 방해하는 어버이 연합 류의 3류 집회는 무조건 허가 하는 등 최소한의 균형이나 염치도 없이 허가제로 운영하여 헌법을 유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고서는 현 정부의 모습은 헌법적 기본권을 부정하고, 집회 및 시위의 본연의 뜻을 범죄시 하는 것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것’‘한국이 이제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심각한 경고를 보냈다. 


보고서는 노동조합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개입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동자들의 결사체다. 그 조직의 범위와 운영은 노조가 자체적으로 결정하고 운영하면 된다. 

하지만 한국은 기이하게 그것을 정부가 결정한다. 그래서 유엔 보고서는 전교조를 법외 노조로 만드는 폭거, 공무원노조에 대한 설립신고 반려,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기본권 제한 등은 노동조합 가입 대상을 정부가 결정하는 것으로 결사의 자유를 난폭하게 침해한다고 밝혔다. 

단결권을 부당하게 제한되었던 복수노조 불허 조항이 없어지자 역으로 자본가들은 발레오 전장, 유성전기 등에서 보여주듯 사측이 어용노조를 만들어 민주노조를 파괴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금천의 한남상운운수(구 신곤 운수)도 마찬가지인데 노동자들이 민주노조를 만들면 회사가 어용노조를 조직하여 이를 탄압하고 있다. 유엔 보고서는 이를 방조 방관하는 정부(노동부, 경찰, 구청 등)도 자주성에 기초한 결사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이라 밝혔다. 정부는 노사관계에서 중립이 아니라 노조의 자주성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한국은 노동조합 활동에 특히 파업 투쟁에 쉽게 해고와 함께 업무방해를 이유로 손배가압류를 한다. 그런데 현 노조법에는  ["쟁의행위"라 함은 파업·태업·직장폐쇄 기타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말한다.]로 정의되어 있다. 파업 자체가 업체의 운영을 방해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파업의 결과로 인한 손해에 대해 민, 형사적 책임을 묻는 것은 파업권의 가장 핵심적인 본질에 반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이런 법 적용은 노동법을 민법으로 돌리는 것으로 ‘노동법 150년 역사’를 지우는 엄청난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다.   


현 정권의 노동조합에 대한 정책은 낙제점을 벗어나 아예 한국 현대사가 만들어 온 민주주의와 인권의 모든 것을 훼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 유엔의 판단이다. 유엔 보고서는 전 세계 전쟁 사망자 보다 많다는 자살률, 매년 2,000명이 넘게 죽는 산재 사망자, 300만 명이 넘어 섰다는 빈곤 노인과 노인 빈곤율, 청소년 행복지수... 무수히 많은 세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비극과 재앙이 괜히 일어 난 것이 아님을 보여 준다. 이명박과 박근혜로 이어진 무지와 맹목과 파렴치와 탐욕이 만들어 낸 결과다. 


그런데 이상하다. 유엔의 이런 지적에 한국은 반응을 하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한때 유엔 출범 일을 공휴일로 정한 한국 사람들의 유엔에 대한 인식은 지극히 이중적이고 주관적이다. 좋은 일이나 북을 공격하는 것에는 유엔의 견해는 말 그대로 신주단지다. 줏대 없는 바지 외교 관료인 반기문씨가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이름만으로 대권 후보가 되는 현상이다. 최근 현 정권이 평화통일이 아니라 비핵 응징에 몰두하면서 유엔 결의를 금과옥조로 내세우는 것이 대표적이다. 단 소리만 취하고 약이 되는 쓴 소리는 외면한다. 그래서 위험하다. 


지난해 11월 6일 UN 자유권규약위원회가 한국의 시민적 정치적 권리 전반을 심의한 뒤 내린 최종 권고문이 있다. “국제조약은 어떤 생각이 단지 적대국이 가진 생각과 일치하거나 적대국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는 이유로 그 생각의 표현이 제약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음”을 밝히면서 한국정부에게 국가보안법 7조 조항을 폐지하라 했다. 이런 권고는 2006년에 개정 권고가 폐지로 그 수위가 높아졌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런 국제적 기준에 맞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충고에 부끄러움으로 성찰하며 반응을 한 적이 없다. 


유엔이 북에 대한 간섭은 그 나라와 정권의 생사가 걸린 문제이니 권고나 결의를 무조건 들을 수 없다. 냉정한 눈으로 보면 유엔의 북한에 대한 왕따는 너무나 지나치다. 실상 전쟁을 막아야 하는 유엔의 이름으로 리비아를 원시 부족국가로 만들고 시리아가 폐허가 되었을 때 유엔은 스스로 자기 이름을 포기한 셈이다. 평화의 방패가 아니라 전쟁의 총구가 되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보건 사회복지 노동권에 대한 유엔의 작동은 아직 살아있다. 그것은 개개 나라의 사회적 약자나 노동자 민중의 입장에 서서 인간의 존엄성의 보장 상승하는 과정에서 관찰하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극단적으로 강대국들의 입장만 대변하는 유엔 안보리 입장이 아니라 이 건과 같은 유엔 조사관들의 말을 듣는 것이 민주공화국의 의무다.  


한국은 산업화나 민주화 문제에서 세계의 부럼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나는 친일파다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는 작자들이 지배층이 세상에서 어떤 민주주의가 살아남아 있을까? 헌법에 한반도를 국토로 하여 개념적으로는 북한 동포도 한국 민으로 두고 있으면서도 그들의 인권에 대한 민변의 요청을 “어느 나라 변호사냐?”고 외치는 집권 여당 대표의 발언 속엔 꿈틀거리는 것은 파시즘적 획인주의 일 뿐이다. 

그래서 이번 유엔 보고서를 통해 우리를 되돌아보자. 전교조, 공무원 노조, 유성기업 노조 지금 싸우고 있는 이들이 국제적 눈으로는 한국 민주주의 시금석이었다. 전교조를 백안시하고 공무원노조를 탓하며 노동조합이나 집회 및 시위를 적대시하는 이들의 관점이 한국의 모든 것을 훼손해 온 짓이다. 사람은 스스로 제 얼굴을 볼 수 없다. 거울을 통하거나 누가 지적해 줘야 알 수 있다. 우리의 부끄러움 모습을 지적하는 것에 화가 아니라 성찰로 대한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의 자랑이 될 것이다.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문재훈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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