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엄마의 학부모되기, 예비소집일에도 적절한 정보제공 안돼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연이.
그저 학교 간다고 좋아하는 연이의 모습에 연이엄마는 기분이 묘하다. 마냥 아기라고 생각했던 연이가 벌써 여덟살이 되어 학교에 간다고 하니 대견하면서도 불안하고, 초조하면서도 설레인다.
자신도 이제 학부모가 된다는 사실에 뿌듯하지만 막상 무얼 준비해야 할지는 막막하다.

일단은 예비소집일을 기다려본다. ‘학교에 가면 이런저런 얘기들을 해주겠지’의 기대감은 당일 허탈하게 사라져버렸다.
연이 손을 잡고 교실도 보고 선생님도 만나서 얘기하기는 커녕 소집일 당일은 오분도 안되서 끝났다. 취학증 확인하고 안내책만 하나 쥐어주더니 그냥 집에 가란다. 집에 와서 취학준비 안내책을 읽었지만 준비물이 뭔지는 모르겠다.

주변의 부모들 얘기를 듣고 일단은 책가방 사러 마트 간 연이엄마. 연이는 이쁜 캐릭터 가방을 사달라고 하는데 연이엄마는 가볍고 오래 쓸 거 같은 가방을 골랐다. 연이와 티격태격하다가 연이의 결정적 한마디 “내가 메고 다닐건데 왜 엄마가 골라” 결국 연이의 승리. 다른 준비물들은 다른 엄마들이 얘기 해준 각종 공책과 학용품을 잔뜩 사다놨다. 드디어 입학식날! 이날은 좀 다르겠지 기대했지만  교실은 구경도 못하고 선생님과 말 한마디도 못했다.

한 시간여 만에 끝난 입학식에서 연이엄마는 사람들의 북적거리는 소리와 어수선한 분위기로 선생님 이름조차도 못 들었다.그런데 일학년 담임선생님들이 연세가 좀 있다.  어린이집에서 젊은 선생님들하고만 지낸 연이가 잘 적응 할 수 있을까 불안감도 엄습한다.게다가 얼마전에 건이 엄마가 ‘일단 학교에 가면 봉투를 준비해야 한다’는 소문을 전해줘 그 말도 목에 가시처럼 걸린다.
‘설마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진짜 그렇지 않겠지?’ 라고 위안해보지만 내심 어째야 하나 고민이다.연이가 학교에 다닌 지 2주 잔뜩 사다놓은 준비물들이 그대로다 기껏해야 색연필, 싸이펜, 색종이만 가져간다. 학교마다 준비물이 다르다는 것도 이때 처음 알았다. 괜히 샀다 싶다. 그때그때 사도 될 것을....

연이가 입학하지마자 회사를 관둔 연이엄마 연이가 일찍 오는 건 맞지만 방과 후 수업이나 친구들 다니는 학원에 다녀서 저녁때나 집에 온다.
처음 입학해서는 불안하고 걱정이 되서 등·하교도 같이하고 매주 급식도 하곤 했는데, 한 달반이 지나니 급식도 아이들이 알아서 척척, 등하교 학원도 연이 혼자 알아서 척척 잘하고 다닌다.
역시 아이들은 금방 적응한다. 매일 학교에 가서 연이가 잘하나 불안해하며 교실을 보며 맘 졸인 게 어제 같은데 연이엄마생각보다 더 훨씬 연이는 잘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이런저런 얘기에 팔랑귀처럼 팔랑거리며 주변에 소문에 의지해서 초보 학부모되기를 준비한 연이엄마.  비단 연이엄마 뿐일까?

매년 이맘때쯤이면 수십만의 연이엄마가 탄생한다. 좀더 전문적인 기관이나 학교에서 예비소집일 때 한 시간만이라도 제대로 이런저런 설명이라도 들으면 이사람 저사람 얘기에 팔랑 귀처럼 흔들리지 않을 텐데.
본 기사는 작년에 초등학생을 입학시킨 연이엄마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김진숙 기자
saul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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