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커뮤니티센터에서 논다


소소한 탐구; 페이스페인팅




 어른들보다 아이들의 얼굴에 페이스페인팅용 물감이 잘 먹힌다. 아이들의 얼굴에 보송보송한 솜털이 나 있어서 그런가보다, 한다. 얼굴에 그리는 게 보통인데, 아이들은 자신의 눈에 보이는 편이 더 좋은지, 열에 일곱은 손등에 해달라며 손을 내민다. 손등에 판박이 스티커나 어디선가 받아온 도장이 찍혀있으면 팔에다가 해달라고 소매를 걷어붙인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붓이 간지럽다며 몸을 배배 꼬기도 하고, 물감이 차갑다며 웃기도 한다.

 아이들의 주문을 받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것을 그려놓은 종이에서 고르게 한다. 피카츄, 고양이 수염, 아기공룡, 토끼와 고양이, 하트 여왕, 꽃은 종이에 그리고,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한참을 고민한다. 친구랑 같을 걸 하고 싶어 하는 아이도 있고, 자기가 좋아하는 색으로 해달라고 하는 아이도 있다.

 가장 인기 있는 건 피카츄다. 순위를 매기자면, 아마 다 공동 1위일지도 모른다. 페이스페인팅을 하러오는 아이들 중에 딱 하나만 하고 가는 아이들이 적기 때문이다. 왼쪽 손에는 피카츄, 오른쪽 손에는 꽃, 얼굴에는 고양이 수염을 그려달라는 주문이 들어오면, 거절할 수도 없다. 한꺼번에 해달라고 하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에, 하나를 하고 갔다가 또 해도 되냐고 찾아오는 아이들이 있다. 때로는 물놀이를 하다가, 실수로 만져서 지워졌다며 다시 해달라고 찾아온다. 얼굴에 물감이 번져있는걸 보면 웃기기도 하고, 자국을 없애려고 물로 씻고 왔다고 종알종알 말하면 그게 또 귀엽다.

 가끔 한 살도 안 되어 보이는 아기를 데리고 찾아오는 부모님들이 있다. 아기들은 뭔지 몰라서 하기는 싫은데, 엄마가 하고 있으니 궁금해서 막 덤벼든다. 아기들이 페이스페인팅을 받을 때면 부모님들은 옆에서 “아구, 예쁘다~!“를 쉴 새 없이 말하신다. 아기들은 막 움직여서 그리기 어려운데, 다 끝나면 부모님들이 더 좋아하셔서 흐뭇해진다.

 아이들에게 페이스페인팅을 다 해주고 나면 부모님이나 할머니, 할아버지들 모두 사진을 찍는다. 기분이 좋아진 아이들은 한껏 멋진 포즈를 취하는데, 페이스페인팅을 받은 부분이 반드시 보이게 한다. 이것도 흐뭇하지만, 가장 기분 좋고 뿌듯한 건 “고맙습니다.”하는 인사인 것 같다. 페이스페인팅이 끝나면 아이들도 부모님도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를 해주시는데, 인사를 받을 때마다 뿌듯해진다. 2년 전부터 금천 어린이 큰잔치 때마다 하던 페이스페인팅이었는데, 어느새 커뮤니티 센터의 화들장에서도 하게 되었다. 농부 직거래장터인 화들장에 놀러오는 아이들이 항상 페이스페인팅을 받으러 오니까, 화들장에서 만나면 항상 반갑다. 페이스페인팅을 하러 줄을 서 있는 아이들 반 이상이 장터에서 파는 옥수수나 과일주스를 들고 있다. 선생님도 먹으라며 내게 옥수수 반 토막을 주기도 하고, 부모님이 사준 주스를 나눠주기도 하는데, 고맙고 참 대견하다.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봉사활동도 할 수 있는 화들장에서 앞으로도 계속 일하고 싶다.


얼티(EarlT) 한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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