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마을목공소를 지켜주세요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 설치한 의자>



저는 한울중학교에서 근무하는 1학년 부장 업무를 맡은 교사 이명남입니다. 한울중학교에 온지 벌써 2년 6개월, 오랫동안 구로에서 마을 분들과 마을결합형 학교의 모델을 만들다 2015년 처음 한울중에 와서는 마을결합형 학교를 어디서 어떻게 시작하나 고민되고 낯설고 어색했지만, 마을 투어를 함께 하며  마을에서 활동하시는  선생님 여러분들을 만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특히 2016년에 자유학기제를 처음 시작한 한울중은 마을선생님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없었을 겁니다.  마을결합형 학교 봉사 활동과 2, 3학년 시험 기간 중에 실시한 직업 체험에는 그야말로 마을 선생님들의 아낌없는 지원이 있었습니다. 

금천교육네트워크(현, 사)마을인 교육) 까페 ‘자리’, 꿈씨어린이작은도서관, 은행나무도서관, 금천숲생태포럼, 산아래문화학교, 교육나눔협동조합, 아이쿱생협.....


여러 기관을 열거하다보니 다시금 감사함이 솟아납니다. 올해도 아이들의 많은 활동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 학교 바로 앞 남부여성발전센터 운동장 한 켠에 자리잡은 건강한농부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마을목공소와 나무텃밭은 거리로도 가장 가까운 이웃이어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우선 마을결합형 학교로서 마을에 뿌리내리는 데 큰 힘이 된 ‘학부모 노작 동아리’ 운영과 학부모 목공동아리‘를 운영하면서, 학교의 생태 텃밭도 조성하고 텃밭 옆에 평상과 의자를 학부모들께서 직접 만들어서 설치해주셔서 학생들뿐 아니라 교사들도 아주 좋아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또한 자원봉사활동시간에 학생들과 학부모가 협동하여 호암산 등산길에 등산객들이 길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이정표를 만들고 쉴 수 있도록 벤치를 만들고, 학생들이 고개 마루까지 나무들을 직접 나르고, 함께 설치했습니다. 이정표 벤치에서 한울중학교 이름을 발견한 분들이 반가움의 인사를 해주시는 것이 참으로 뿌듯합니다. 


 그리고 2016년 한울중 모란제 축제일에 맞춰서 동네 분들과 처음으로 ‘새재미 마을축제’를 진행했습니다. 적은 예산으로 진행하다보니 당시 무대를 쌓았지만 무대 배경 예산이 없어서 난감할 때에 ‘마을 목공소’에서 학교 운동장의 축구골대를 활용해서 무대배경을 만들어 주셔서 ‘새재미마을축제’를 성황리에 마칠 수있었 습니다. 마을축제에 참여했던 학생들도 재미있었는지, 올해에는 한울중 모란제와 ‘새재미마을축제’를 함께 진행하자는 의견이 많아 올해는 마을과 학교가 어우러지는 축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들이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었던 것은 학교 근처에 가까이 ‘마을목공소’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마을목공소’ 터는 남부여성발전센터 공용주차장 옥상의 빈 공간으로 건강한농부협동조합이 남부여성발전센터에서 운영하는 여성창업지원센터에 입주했다가, 빈 공간을 활용해서 ‘마을목공소’를 만들자고 구청과 센터를 설득해서 만들 수 있었는데, 건물도 합법적인 건축물로 신고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2017년 올초부터 이사에 대한 얘기가 오가고 저는 그때마다 잘 해결되기를 바랬습니다만 ‘건강한도시농부협동조합’이 이전하였고 이제 오는 7월 10일 감사를 앞두고 ‘마을목공소’ 마저 이전해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아쉬움과 ‘마을목공소’는 넓은 공간이 필요한 곳이라서 한울중의 이기적인 욕심이 아니라 만약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 공간이 넓은 곳으로 가야하므로 마을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금천교육복지센터의 별별철학원에서 운영하는 학교부적응 학생 돌봄 뿐 아니라, 학부모 동아리 활성화나 학생들의 직업 체험 및 마을결합형 봉사활동은 전혀 할 수 없을 거라 생각되어 아쉬움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올해도 학부모 노작동아리가 이어져 텃밭의 빈 공간에 탁자와 의자를 만들어 기증해주시기로도 했습니다.

 그동안 금천구청과 서울시청, 그리고 이훈 국회의원을 찾아다니며 호소하고 이해를 구하고 있다는 말씀을 들었는데, 결과적으로 아무도 책임 있는 말을 듣지 못하고 이사를 가라는 최종 통보를 들었다고 합니다. 빈 터에 목공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동의를 받아내고, 그리고 자체 예산으로 벽면을 설치하고 기계를 구입하고, 마을과 함께하는 다양한 활동을 했는데, 이제 와서 나가야 한다는 것은 마을결합형 학교 (민간거버넌스)의 취지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나 아직 마을학교라는 인식이 덜 된 열악한 환경에서도 마을을 지키고 마을에서 버텨온 자생적 마을 기관과 마을선생님들이 설자리가 더 좁아져 마을결합형 학교 실현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특별히 이용할 목적이나 ‘마을공작소’의 흠이 없는 한 나가야 한다는 결정은 다시 한번 재고되어야 할 처사로 보입니다.


 ‘건강한농부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마을목공소’, ‘나무텃밭’이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금천구청과 남부여성발전센터, 서울시에 부탁을 드립니다.


 올해에도 텃밭의 탁자와 의자가 새로이 또 놓이고, 학부모들이 ‘마을목공소’에서 노작동아리를 이어가도록, 마을 축제에서 작년처럼 무대를 만들며 마을과 함께할 수 있도록 공간 이용이 지속적으로 가능하도록 도움을 주시면 정말로 고맙겠습니다.

 학생들이 마을에서, 마을학교에서 꿈을 찾고 마을살이를 할 수 있도록 관심있는 관계자 여러 선생님들께 다시한번 진심으로 도움을 요청드립니다.


이명남(한울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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