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육아일기 난 모유를 먹이기로 결정했다.

조리원에서 나왔다. 혼자라는 두려움이 밀려왔지만 동시에 맘 편히 수유할 수 있겠다는 마음도 들었다. 6주까지는 몸조리를 하라는 조언을 듣고 도우미를 불렀다. 남편 월급은 적었지만 나이와 전세로 인해 지원을 받지 못해 돈이 꽤 많이 들었다. 도우미 아주머니가 오신 첫날. 밤에 한 번 먹이던 분유를 먹이지 못하게 하셨고 물도 먹이지 못하게 하셨다. ‘그런가?’ 라는 생각을 하며 따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알게 된 것은 아주머니는 전문가가 아닌 도우미 교육을 받았을 뿐 모유 수유를 꼭 해야 한다는 생각도 없으신 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마음이 어려워졌다. 조리원에서 나오면 맘 편히 수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상황은 조리원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매일 아주머니가 오실 때부터 가실 때까지 분유를 먹이면 어떻겠냐는 권유가 나에겐 잔소리처럼 들렸다. ‘아.. 돈 내고 내가 왜 잔소리를 들어야 하지?’ 남편은 아주머니의 상황이 어려우니 그냥 받아주자 했다. ‘그냥 받아주자니! 누굴 위해서?’ 마음이 복잡했다. 장을 보러 마트에 간 날 분유 코너의 직원분이 졸졸 따라다니며 아기가 빈혈 있어 보인다고 검사해보라며 걱정을 해 주셨다. 집으로 돌아와 그동안 참던 눈물을 터뜨렸다. 어디에서도 모유는 정말 좋은 것이고, 힘들겠지만 조금 더 노력하면 된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그렇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분유를 권하는 속에서 모유 수유를 지속하기란 어려웠다. 수유를 계속해 나가기 위해서 나에겐 기준과 믿음이 필요했다. 병원과 책, 인터넷에서 자료를 보며 몸무게와 소변량을 체크해 나갔다. 지음인 소변을 충분히 보고 있었고 몸무게는 조금씩 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대학 때 친구와 연락이 닿아 조언을 듣게 되었다. 친구는 힘을 내라고 소변량과 몸무게의 변화를 보며 괜찮다면 밀고 나가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모유 수유를 격려하며 조언을 해 주어 내게 큰 힘이 되었다.

주변에 만날 수 있는 지음이 또래 아기들은 대부분 분유를 먹고 있었다. 다른 아기들은 커 보이고 지음인 작아 보였다. 남편은 자기보다는 내 결정을 따르겠다고 했다. 나는 모유 수유가 주는 스트레스를 이기고 계속 모유를 먹일지 아니면 몸무게를 위해 분유를 먹일지 결정해야 했다.

난 모유를 먹이기로 결정했다. 사실 결정한 이후에도 어려움은 계속되었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수유하며 핑(?)도는 느낌을 받은 적도 없었고 꿀떡꿀떡 넘어가는 소리도 잘 모르겠지만 믿음을 갖고 힘겨운 4개월을 보냈다. 영유아 건강검진을 받을 때 의사는 검진시스템상에 몸무게가 작으면 어딘가 아프다고 기재할 뿐이지 지음이는 건강하다고 얘기해 주셨다. 그제서야 내 마음에 격려의 소리가 들려왔다. ‘지항아. 잘했어! 수고 많았다’. 지음이는 건강했다!. 그 이후로 지음이는 쭉 건강했다. 장염도 걸리지 않고 감기나 열도 잘 이겨내었다. 면역력이 좋은 지음이를 보며 되내었다. ‘잘했어. 모유 먹이길 잘했어..T.T. 수고한 거야'

글쓴이 용 지 항

금천구공동육아어린이집협동조합에서 활동하고 있는 독산동 6년차 주부.

공룡을 좋아하는 6살난 아들 지음이, 누워있기를 좋아하는 36살난 남편(현용)과 함께 살고 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