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4월에 호헌선언을 하며 독재정권을 연장하려던 전두환 살인독재에 맞서 온 백성이 민주주의로 들고 일어 선 날이 6.10항쟁이다. 3.1운동, 4.19운동, 5.18광주를 잇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의 이정표가 되는 성스러운 날이다. 하지만 2013년 6월 10일은 치욕의 날이 되고 말았다.
민주와 인권을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하는 그날 대한문 쌍차 분향소, 양재동 현대자비정규직 노숙 농성장, 시청 앞 재능교육 농성장이 일제히 공권력이라는 폭력에 의해 철거되었기 때문이다. 하필이면 6.10 항쟁의 날에, 그날의 상대편이었던 경찰들이 땡볕을 가려 중 가림 막도 비를 막아줄 깔판마저도 허용할 수 없다며 화단과 꽃을 앞세워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철거하고 민주와 인권을 테러했다. 도대체 역사는 앞으로 가는 것인지... 한숨만 나왔다.
경찰들은 미신고 집회라고 한다. 신고하지만 불허하거나 신고 됐지만 꼬투리를 잡아 집회자체를 범죄시하면서 말이다. 원래 집회 시위는 허가제가 아니다. 신고제다. 이유는 집회 및 시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으로 하위 법으로 이 권리를 침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 이래 신고는 사라지고 허가제만 남아 있다. 이도 모자라 집회 신고 대상이 아닌 기자회견 문화제 기도회도 그때그때 현장 경찰의 심기에 따라 미신고집회가 된다. 헌법위에 대법판결위에 경찰이 있다. 이런 사회를 우리는 독재정권 폭력경찰이라 부른다.
집회의 자유를 대한민국 헌법재판소는 이렇게 말한다. "집회의 자유는 공동으로 인격을 발현하기 위하여 타인과 함께 하고자 하는 자유, 타인과의 의견교환을 통해서 공동으로 인격을 발현하는 자유"다. "동시에 국가권력에 의하여 개인이 타인과 사회공동체로부터 고립되는 것으로부터 보호하는 기본권"이다. 집회의 자유란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타인과 함께 하여 공동으로 인격을 발현하고 그것을 통해 국가 권력이 사회공동체로부터 고립시키는 것을 막는 기본권이다. 즉 경찰이나 공권력의 차단과 고립에 대하여 항의하는 것이다. 이것을 보호하는 것이 집회 및 시위법의 취지인데 경찰이 집회를 차단하고 보호가 아니라 막기만 해대는 것은 대한민국 경찰에겐 집회의 자유라는 개념 자체가 부재한 것을 말해 준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미신고라는 이유만으로 해산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판결했다. 미신고 집회라도 집회의 자유권에 해당되며 이에 대한 해산은 ""타인의 법익침해나 공공 안녕질서에 직접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지 않으면 해산을 명하고 이를 불응했다고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한다. 비닐 한 장이, 은박지 깔개 한 장이, 텐트 하나가 어떻게 공공 안녕질서에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는지 우리는 대한민국 경찰의 상상력을 가늠할 수 없다.
교통방해나 소음이라는 이유로 집회를 혐오하는 일반 사람들이 있다. 개인의 삶과 공동체적 삶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사이코패스적 성향의 사람들의 반응인데 이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는 "집회의 자유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교통의 방해나 (소음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인정될 수 없다."라고 한다.
최근에 "중복 집회 신고와 주거지역이라 주민들의 사생활에 현저한 해를 가할 우려가 있다”며 집회를 금지한 종로경찰서 조치에 대하여 “민주정치 실현에 중요한 기본권인 집회 및 시위의 자유에 대한 금지는 집회를 허용하는 가능성까지 모두 소진한 뒤에 비로소 고려할 수 있는 최종 수단”이라며 “이미 신고 된 집회가 있다고 하더라도 헌법상 보장된 집회의 자유 등을 고려할 때 평화로운 집회가 이뤄지도록 예방수단을 먼저 마련했어야 함에도 단지 나중에 접수됐다는 이유만으로 집회를 불허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또한 “두 집회가 충돌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이고, 게다가 먼저 신고한 측은 집회신고를 냈지만 한 번도 집회를 한 적이 없어 다른 집회를 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경찰의 권한 남용에 대한 중대한 질책이다.
집회 및 시위는 공공의 안녕을 침해해도 직접적이고 명백한 것이 아니면 해산해서 안 되고 만약 그것이 불법성이 있으면 사후 조치를 하는 것이 법의 원리다. 미래 결과를 예측하여 현재를 가두는 것은 아직 저질러지지도 않는 범죄를 이유로 사람을 가두는 것과 같다. 상대방의 행위도 아니고 권력자의 상상으로 만들어진 범죄를 처벌하는 것이 저 유명한 궁예의 "관심법"이다. 관심법은 봉건 노예제 시대에도 웃음거리인데 2013년 민주공화국이라 자부하는 대한민국 경찰은 이런 만행을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다. 3.1절에 미국기 흔들며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는 것만큼 생뚱맞고 퇴행적이다. 도대체 대한민국 경찰은 왜 이럴까?
대한민국 경찰은 독재정권, 부정부패정권의 방패였다. 민주주의를 고문으로 탄압하는 당사자였다. 지금 경찰의 지휘부들이 80년대 독재경찰의 손발이었다. 이들은 시민들이 집회와 시위로 획득한 민주적 절차가 만들어 준 '법의 권위'를 반성도 없이 탈취하여 또다시 무소불위의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국정원장이 국내 선거에 개입하고 경찰고위 간부가 이를 보호하고 은폐해도 불구속하면서 비닐 한 장에 앉는 깔창이나 땡볕 양산도 뺏긴 채 진실을 규명하라는 쌍용자동차 김정우 지부장에 대한 영장청구를 보면서 염치도 없고 비루하고 천박한 대한민국 경찰의 모습에 침을 뱉지 않을 수 없다.
문재훈 소장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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