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참사는 인재(人災)다. 천재니 불가피한 사고니 하지만 사람의 존엄과 안전이 일종의 비용이 되는 한 결과가 빚어낸 것이 참사(慘事)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대구에서 지하철 참사가 있었을 때 그 원인은 두 사람이 몰던 지하철을 한사람이 몰게 한 것이다. 긴 지하철의 앞과 뒤에서 역할분담으로 안전 운행을 하던 것을 한 사람에게 몰게 하다 참사를 자초했다. 인건비를 축소하기 위해 시민 일반을 위험에 빠트리는 이런 돈 중심의 이윤 경영은 항상 대형 참사를 예비한다. 그런데 우리를 더욱 절망케 한 것은 대구 지하철 참사 후에 당연히 복원되어야 할 이인 승무제가 아니라 아예 무인승무제가 도입되고 있다. 그 참사를 겪고도 일자리도 없애고 사고 위험은 키우지만 인건비를 줄이려만 하니 자본과 권력의 억지에 가슴만 답답하다.
그리고 요 며칠 모든 정치적 쟁점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은 역할을 하며 아시아나항공기 참사가 뉴스시간의 태반을 잡아먹고 있다. 사고의 원인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의 논란도 치열하다. 비행기 제조회사 책임이라면 보잉사(미국)가 손해니 미국은 조종사 실수로 몰고 가고, 조종사 실수라면 독박을 쓸 아시아나나 한국의 경우 공항이나 비행기 결함의 이유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번 아시아나항공기 착륙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은 활주로 자동착륙유도장치(글라이드슬로프) 미작동이다. 실제로 데보라 허스먼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BS) 위원장은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글라이드슬로프'가 꺼져 있었으며, 이 사실은 항공기 조종사들에게 사전에 통보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전에 통보해서 책임 없다고 말하는 美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1997년 8월 5일 괌에서 발생했던 대항항공 비행기 참사에서는 '추락사고 당시 여객기가 정상고도 이하로 접근하는데도 괌 앤더슨 공군기지의 MSAW가 작동하지 않았고 이것이 사고를 방지하지 못한 중대한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번에 거의 비슷한 사건에 대해 美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조종사의 미숙으로만 몰고 가는 듯하다. 왜 이럴까?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은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시가 운영하는 공영공항으로 미국 정부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는다. 그런데 지난 3월 1일, 미국 연방정부는 시퀘스터(연방예산 자동 지출삭감, sequester)를 발동해 공항 직원에 대한 무급 휴가 조치와 함께 항공 예산 지원비를 대폭 삭감했다. 당시 미국 연방정부는 연방항공청(FAA)에 공항 유지 관리비 등 2억5,300만 달러의 예산을 삭감했다. 또한 미국 연방항공청은 여객기 이착륙을 통제하는 관제사 13,000명을 포함, 47,000명의 직원에 대해 2주일에 1일씩 무급 휴가 조치를 취했다. (참세상 기사 참조) 그래서 활주로 자동착륙유도장치(글라이드슬로프)는 발동되지 않았다. 4월 21일 시퀘스터 조치가 시행되자 워싱턴 포스터 지는 “하루에 2만3,000대의 비행기를 감독하는 공항 관제사의 약 10%가 10월까지 무급휴직 된다”며 “항공 산업 및 정부 관계자는 휴가철이 되면 이 효과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고 예견했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그 경고는 이번 참사로 현실화 된 것이다. 네티즌도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자동 착륙 유도 장치가 2주 동안 꺼져 있었다. 정부의 공항 서비스에 대한 시퀘스터는 비행기 사고를 유발했다”는 의견을 올렸다. (참세상 기사 참조) 이를 대처할 여러 장치가 있다지만 어떻게 공항진입에 관제의 책임을 부차화할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미국정부는 양적완화라는 정책으로 자본가들에겐 무한정 달러 퍼주기를 하면서 공공인프라를 마구 줄이고 있다. 시퀘스터라는 복지 축소 정책은 공화당이 제안했지만 오바마가 이를 암묵적으로 용인한 것인데 이는 작금의 자본주의 경제위기를 민중과 다른 약소국에게 넘기려는 저들의 속셈이 담겨있다. 그 결과 지난 3월 1일부터 시행된 시퀘스터는 10년 동안 1조 2,000억 달러의 예산을 삭감하는 조치로 올해에는 9월 30일까지 모두 850억 달러에 해당하는 국방비, 공공인프라, 사회보장비, 면세 철회 등 연방 정부 예산이 자동 삭감 된다. 이 때문에 공공부문 노동자 임금 삭감, 사회 인프라와 사회서비스 후퇴가 강제되고 있다. 사람을 위한 공공기능의 후퇴는 결국 사적 자본의 이해에 국민들의 안전과 건강을 바치는 길이다.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인 샌프란시스코시의 재정도 심각한 적자상태라 공항에 대한 적절한 관리와 투자가 이루어졌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실제 샌프란시스코 공항 당국은 매년 재정 상황을 홈페이지에 공개해 왔지만 현재는 모든 정보를 차단한 상태라고 한다.(참세상 기사 참조) 공공기능이 포기되는 가운데 그 책임을 사적으로 외부로 돌리는 미국의 모습은 무책임을 넘어 파렴치하다.
돈이 사람을 잡아먹고 돈이 대형 참사를 조장한다. 인간의 생명과 안전이 이윤의 논리에 의해 외면당한다. 최근 진주의료원 사태는 이런 비인간적인 관점의 행정이 적나라하게 들어난 사례다. 아시아나 항공의 참사에도 결국은 인건비가 적은 승무원들의 고용 (심지어 기관사의 외주화 또는 비정규화를 추진 중이라 한다.)이 낳은 조종의 실수든, 적자에 공공인프라 기능을 축소 포기하는 미국의 항공관제의 문제든 그 배후에는 적게 들이고 많이 시키려는 탐욕스론 이윤의 철의 법칙이 작동중이다.
꼬리뼈를 다쳤다는 여자 승무원에게 병원에 입원을 시키기는커녕 아예 제복을 입혀 기자회견장에 나서게 하는 비인도적인 장면이 아무런 문제없이 언론을 타고 환혼를 받는 것에 대한 인권의식의 부재, 사고의 진정한 원인을 찾는 대신, 사고 이후 소소한 영웅을 찾는 부박한 세파 속에서도 참사방지의 최선의 길은 돈 중심의 세상에서 사람 중심의 세상으로의 전환해 나가는 것이다.
문재훈 소장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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