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의 둥지를 만들어가는 열린가족상담센터

  다세대 주택들이 빼곡히 들어선 골목길의 모퉁이를 돌면 작고 아늑한 교회건물을 볼 수 있다. 교회라고 하기엔 십자가 하나도 없는 여느 집들과 다르지 않아 낯설지만 낮에는 아이들 소리로 가득차고 주말엔 찬송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어린이집 겸 교회건물이 분명하다. 새터교회의 맨 꼭대기 작은 방에 위치한 ‘열린가족상담센터’(이하 열가)를 방문했다.

열가의 한선영 대표는 “공부방을 하던 중에 단순히 아이들에게 공부만 시키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함께 열어주어야 보다 심층적인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뿐만 아니라 그 당시 가난한 여성이 가졌던 소외감이나 상처들을 치유해 줄 뭔가가 필요하다는 고민이었죠 ” 

한선영 대표

  2004년 비영리단체로 출범한 열가는 지금도 연 평균 100여명 내외의 내담자들이 꾸준히 찾고 있는 실력있는 곳이 되었다. “저희 교회는 부자교회가 아니라서 장소나 지원 등의 많은 어려움이 있어요. 형편이 어려운 분들은 무료로 상담하기도 하고 소득수준에 따라 상담비도 회당 오천원부터 오만원까지 다양했죠. 소득별로 3단계의 기준을 마련해서 적용하고 있어요.” 돈 얘기가 나오니까 한 대표는 수줍은 표정을 짓는다. 사회단체라면 어디든 겪고 있는 재정문제가 열가라고 다르겠는가? 그나마 정부나 민간단체의 프로젝트를 따내서 진행하는 사업이 있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상담하러 오시는 분들도 지역주민보다는 외지사람들이 더 많았어요. 멀리 초빙되어 갈 때도 있지만 정작 금천구 내에서는 열가를 모르시는 분들이 많으니 저희가 할 일이 참 많은 거죠.” 창립하고 5년 동안 자리 잡느라 생존이 걸려있어 외부적으로 신경을 많이 못 썼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는 열가를 어떻게 지역과 연결할 것인가가 최대 과제라고 한다.

한 대표는 불쑥 묻는다. “어떻게 하면 지역과 함께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 중에 거꾸로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만큼 의지가 강하고 열정적이다는 느낌이 들었고, 참 소박하고 겸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주로 가족이나 부부, 자녀와의 관계 갈등으로 상담을 원하는 사람이 늘고 있어요. 먹고사는 문제보다는 관계에서 오는 문제로 찾아오게 되는 것이지요.”

  열가에서는 미술, 춤, 노래, 요가 등 무엇이든 상담의 도구로 사용한다. 그 중 특히 ‘엄마와 아이가 함께하는 미술치료’가 가장 반응이 좋은데 미술치료를 전공한 전문 상담가가 재미있고 편하게 진행하면서 성과가 높다고 한다.
  최근 가장 의미있었던 사업은 ‘청소년 웬즈데이 학교 나만의 프로젝트'라는 청소년 프로그램이었다. 작년 2월 겨울캠프를 시작으로 상반기 그룹상담, 여름캠프, 하반기 멘토들과 꿈찾기 등 1년 동안 알차게 진행된 사업이다. 마지막까지 남은 6명의 아이들이 “선생님 내년에도 또 하면 안돼요?”라고 물을 때 가슴이 뭉클했다고 한다. 단기 프로젝트 사업으로 지원을 통해 진행된 사업이라서 미래를 약속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참여한 아이들의 가능성을 본 게 가장 뿌듯해요. 환경적인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려고 하는 의지를 보게 되었죠. 청소년들도 층이 나눠져 있어요. 그나마 학원 다니는 친구들은 갈 곳이라도 있지만, 그마저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은 거리로 나가죠. 작년에 만난 아이들도 다 거리에서 만났어요. 환경이 너무 어려워 마음을 다친 친구들은 상담뿐만 아니라 멘토와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몸과 마음의 둥지가 될 만한 공간과 사람을 절실히 필요로 해요. 갈 곳이 있다는 게 친구들에겐 가장 큰 긍지죠.”

올해 프로그램 진행이 불투명해지면서 열가는 1:1결연 후원을 조직하고 있다. 후원자와 청소년을 1:1로 묶어서 후원자 입장에서도 후원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목적을 분명히 알 수 있고, 친구들을 보면서 뿌듯함도 느낄 수 있는 보너스도 추가로 제공된다.
 열가는 기륭이나 쌍용 해고노동자, 용산 철거민의 사람들을 보면서 그 가슴에 맺혀있을 응어리들을 우리들이 함께 풀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큰일에서 작은 일까지 따뜻한 마음으로 헤아릴 줄 알고, 실천을 통해 사람들 마음 깊숙이 들어갈 줄 하는 열가의 모습이 오래된 이웃이라 그런가 포근하고 사랑스럽다.  

뜻이  있으면  02-830-1816 으로 문의해길 권해본다.

 


 

김선정, 김진숙 기자
gc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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