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다!” 

5살 꼬마아이의 외침에 아이의 친구들과 선생님은 아이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봤다. 청솔모 한 마리가 나무에서 또르르 내려와 아이들을 반겼다. 그때 하늘에서 까치 한 마리가 청솔모를 낚아채 하늘위로 날아올랐다. 청솔모가 까치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발버둥 쳤다. 죽을힘을 다한 이 작은 동물의 몸부림에 까치는 나무위로 청설모를 떨어뜨렸다. 이를 돕기 위해선지, 아니면 가로채기 위해선지 다른 까치 한 마리까지 합세해 추격전이 시작됐다. 

“으아 도망가!”

 청솔모는 아슬아슬하게 까치들의 공격을 피해 땅으로 내려와 후다닥 달려 저 멀리 다른 나무위로 뛰어올라갔다. 청솔모 만큼이나 까치들도 제법 빨리 뒤를 쫒았다. 아이들은 주먹을 꽉 쥔 채 동물들의 모습을 쫒았다. 몇몇은 작은 비명을 지르기도 하고, 몇몇은 손으로 입을 막고 숨을 죽였다. 

“앗! 위험해” 

까치가 다시 청솔모를 향해 날카로운 발톱을 세우며 돌진했다. 다행히 애꿎은 나뭇가지만 잡아챘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이 작은 동물은 무성한 나뭇가지 속으로 몸을 숨기고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제야 아이들 속에서 안도의 한숨소리가 흘러나왔다.


금요일 늦은 아침에 찾은 베짱이 유아숲 체험장(독산4동 산199-1번지 일대)에는 인근 유치원에서 숲 체험을 하기위해 찾은 아이들이 작은 동물들의 추격전을 지켜보고 있었다. 숲은 그동안 아이들이 접했을 딱딱한 미디어 속의 간접경험보다 더 생생하게 그 속살을 보여줬다. 

숲 해설가를 따라 감로천 생태공원에 조성된 습지를 탐방하는 아이들은 올챙이와 도롱뇽 알도 보고 나무껍질에 벌래가 까놓은 생명의 씨앗도 발견했다. 



베짱이 유아숲 체험장은 서울시가 4억2천900만원을 들여 작년 말 1만2,000㎡ 규모로 조성돼 금천생태포럼(대표 서은주)이 공모를 통해 위탁운영을 맡아 지난달 1일부터 개장해 운영하고 있다.

유아 숲 체험장은 유럽에서는 이미 1950년대부터 유아들을 대상으로 숲속에서 자연소재를 활용한 체험과 교육을 해온 교육기관인 ‘숲 유치원’에서 발단되어 최근 자연체험과 교육이 유아들의 정신적, 신체적 발달에 많은 효과가 있다는 사회인식이 확산되면서 도심에서도 숲을 체험 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이에 서울시는 2012년 용산구 홍봉공원, 강서구 우장공원, 관악구 관악산공원 3곳에 체험장을 시범 조성하여 운영하였으며, 지난해부터 금천구 베짱이 유아 숲 체험장을 비롯해 9곳에 추가로 조성하고 내년까지 2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생태포럼이 밝힌 베짱이 유아 숲 체험장의 운영목표는 숲에서 유아들이 놀이와 체험의 경험 체화를 중심으로 정신적·신체적으로 건강하고, 자연의 감수성을 바탕으로 무한한 상상력을 기르며, 나와 네가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어린이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운영목표에 따라 생태유아교사는 △아이들의 호기심에 보조를 맞춘다. △ 배려, 상상력, 체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많은 것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지나친 설명을 삼가고 오감으로 느끼게 한다. △감수성이 충만하도록 인도한다. △스스로 하게한다. △아이들이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는 7가지 교육원칙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숲 체험을 돕고 있다.

생태유아교사 강윤희(45)씨는 “아이들이 맘껏 와서 호기심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그런 것들을 만들어 가려고 한다”며 “우리는 안내자의 역할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발견하고  찾아 갈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베짱이 유아 숲 체험장은 정기체험과 1회 체험 형 두 가지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정기체험은 유치원·어린이집을 대상으로 평일 오전 숲 반(10시~13시) 3개 반과 오후 숲 반(13시~15시) 1개 반, 종일 숲 반(10시~15시) 2개 반이 운영되고, 1회 체험형은 주말 오전 10시부터 13시까지 가족이나 단체를 대상으로 선착순 접수를 받아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몸놀이, 책놀이, 생태놀이 등 큰 테마를 갖고 운영되는 숲 체험 프로그램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숲에서 만나는 곤충 및 동물·자연을 탐구하며 아이들 스스로 주도적으로 참여 할 수 있다. 

베짱이 유아 숲 체험장을 찾은 동산유치원(독산동) 보육교사 황경아(31)씨는 “유치원 주변에 놀이터도 협소하고, 자연에서 놀 기회가 없었는데 가까운 곳에 숲 체험장이 조성돼 너무 반가웠다”며 “주변에서 볼 수 없는 올챙이라던지 자연의 변화들을 아이들이 느낄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나무와 흙, 그리고 그 안에 살아 숨 쉬는 생명체들을 보고 자라는 아이들을 상상해 보시라, 아이들이 있는 가정이라면 숲에서 사계절을 느끼며,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베짱이 유아 숲 체험장으로 이번 주말 나들이 계획을 세워 보는 것도 좋겠다.


문의 및 접수 금천구 공원녹지과 ☎2627-1655





남현숙 기자

kasizz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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