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청년활동가 정소민입니다 ^^ 아직 꽃샘추위가 가시지 않아 쌀쌀한 중이었지만 마을지원센터에서는 즐겁게 수원 마을탐방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저만 엄청 추웠나요 ? ㅠㅠ)
딱 봐도 수원시의 지원이 돋보이는 큰 규모로 정비된 행궁동도 돌아보고, 소박해보이지만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독특한 풍경을 자랑하는 송죽동 달팽이네 마을도 돌아봤어요. 그리고 오늘 제가 느낀 교훈은, 바로 무엇이든 어디든 관이 주도하든 주민이 주체가 되든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제가 대학원에 다니고 있을 때 (벌써 오래전이네요 ;;;) 수원 행궁동은 많은 비판의 여지가 있던 지역이에요 저도 그때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행궁동을 처음 방문했었어요. 우리가 행궁동을 돌며 보았던 잘 구획된 도로와, 가로정비사업이 수원마을르네상스센터 이근호센터장님이 이야기하셨던 것처럼 보여주기식으로 미관에 치중된 사업이 진행되었죠. 그 과정에서 행궁동에 거주하셨던 주민들의 의견은 크게 영향력을 떨칠 수 없었고, 수원화성문화제, 그리고 화성 행궁을 관람하러 오는 외부 관광객들을 위한 사업이 되어가고 있었어요. 공방길이니 뭐니, 작가들이 많이 입주하고 또 통일된 공공디자인, 공공예술 그때 유행하던 모든 것들이 투입되었지만, 그것이 과연 '재생'이냐를 놓고 말이 많았습니다. 저도 그때 처음으로 예술과 디자인 그리고 창작자의 역할과 한계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이번에 방문하고 보니 수원 KYC는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알리는 활동을 하시는지라 화성문화제나, 행궁 같은 이런 행사와 문화재의 중요성을 ‘삶의 모습’ 자체보다는 크게 생각 하셨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또 그러다보니 방문객들이 처음 맞닥트리게 되는 지역의 ‘외관’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었을게 이해가 되구요.(개인적인 의견입니다 ㅎㅎ) 과거의 고민과 현재의 고민이 살며시 겹쳐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오늘 생태도시를 컨셉으로 둘러보았던 곳들에서 작게 또는 크게 일어나는 갈등들은 그때의 부작용이 아직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점차 주민들이 모이고 인사나누고 하는 모습으로 변화해가도록 만드는 것은 역시 사람의 힘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행궁동을 처음 보았을 땐 그저 잘 닦인, 꾸며진, 통일된 느낌의 거리여서 사람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이번 방문이 매우 새로웠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공감대를 함께 형성해나가는 과정이 느껴졌어요.
우리의 삶은 이미 많은 부분에서 고민없이 당연한 것들을 받아들여왔죠. 자동차, 백화점, 원자력발전소 등 꼭 필요한지 고민해보기전에 당연해져버린 것들이 많아요. 그런 당연한 것들을 하루아침에 갑자기 ‘없애보자!’ 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단순 충격을 넘어서서 폭력에 가까운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요? 그 과정에서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겠죠. 그러나 그 갈등을 천천히 지지고 볶아가면서 풀어가는 모습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렵고 힘들지만, 결국 미래로 가는 길을 한발 한발 내딛고 있는 거잖아요.
마지막으로 갔던 송죽동 달팽이네는 처음엔 너무 소박한 모양이라 당황스러웠습니다. 우리 동네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후미진 골목길을 걸었거든요. 더군다나 투어를 시작하자마자 술이 얼큰하게 취하신 아저씨께서 “뭘 잘난게 있고 자랑을 한다고 맨날 사람들을 구경시키냐”고 역정을 내시는 바람에 긴장속에 투어가 시작되었지요. 그러나 활동가 김은자선생님은 “네 우리 달팽이마을은 잘난 것도 보여드릴 것도 없는 작은 골목에서 시작되었습니다”하고 이야기를 시작하셨어요. 계속 들으면서 정말 달팽이네 회원들이 아니었다면 만들 수 없는 마을만들기 사업이어서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습니다. 집집마다 골목마다 아주 작은 텃밭, 정말 너무나 작아 아이들 공책보다도 작은 텃밭이라도 하나씩 있는거에요. 텃밭이 없는 곳엔, 장화에 흙을 담고, 등허리가 터져버린 애기 목마에 흙을 담고, 바구니에 흙을 담아 푸른 싹이 돋아날 것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마을만들기니 도시재생이니, 뭐 문화콘텐츠니 하는 모든 것들이 그렇게 사람들이 가진 개개인의 개성을 바깥으로 끌어내는 작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잖아요. 똑같이, 다이X에서 파는 라이프스타일이 아니라, 내가 타고난대로 살아가는 삶을 천천히 만들어가자는 이야기잖아요. 정말 집집마다 화단이 개성이 넘치더라구요. 인상깊었던 곳은 버튼을 누르면 소리가 나는 바이올린 장난감이 매달려있던 한 할아버지의 작은 텃밭이었습니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소품들을 활용해 자기만의 정원을 가꾸는거지요. 공무원과의 갈등, 주민들과의 갈등, 어려움을 이겨냈던 이야기 등 진정성이 돋보이는 시간이라 기분도 매우 좋았습니다.
결론은 역시 사람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처음 르네상스센터에서 들었던 이야기처럼, 사람도 좋지만 그중에서도 스스로를 시민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냥 ‘익명’의 도시인으로 살아가는 것과 ‘시민’으로 살아가는 것은 다르잖아요. 조금 더 책임이 따르기도 하고. 또 마지막에 달팽이마을 김은자 대표님께서는 행정을 버리라고 그런식으로 말씀하셨어요. 기대하지말고, 기대지말라고. 자발적으로 우리끼리하는 것이 훨씬 더 좋다고. 하나 더 추가하자면 너무 이분법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보다, ‘공무원’ ‘행정’ 이라는 불특정 다수를 지칭하는 추상적인 말 속의 사람을 보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왜, 예전에 행정이 주민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그냥 불특정 다수의 커다란 주민덩어리로 대할 때도 부작용이 많았잖아요? 그것처럼 시민들이, 주민들이 행정을 행정으로 대하지 않고 그 안의 사람 한명 한명을 봐주어야 관-민의 소통이 더욱 원활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서로를 ‘누구누구씨’라고 부를 수 있는거죠. ^0^ 오늘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 마을투어를 준비해주신 마을지원센터에도 감사하고, 또 주민분들과 이렇게 함께 돌아보고 공감대를 만들 수 있어서 너무 좋네요. 다음 마을투어는 어디가 될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
정소민 마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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