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끝과 새로운 시작
6.4 지방선거가 끝났다. 개표결과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8곳, 새정치연합은 9곳을 차지했다. 숫자만 보더라도 국민들은 외형적으로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여,야 모두에게 경고 및 기회를 준 셈이다. 혹여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기대 이상으로 선방했다는 식의 평가는 옳지 않은 듯 하다. 오히려 7곳에서 막판까지 엎치락 뒤치락 하는 초방빅 승부가 펼쳐졌다는 점에서 여야 모두 민심의 혹독한 심판을 받은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맞겠다.
여당에는 세월호 참사와 무능한 대응과정에 대해 책임을 묻고, 반면 세월호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운 야당에 대해서도 대안 정당이라기엔 부족한 부분에 대해 경고 사인을 보낸 것이다.
역대 지방선거 가운데 두번째로 투표율이 높았지만,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선거에 참여하지 않았다. 투표율이 기대치인 60%를 넘지 못하고 결국 50%대에 머물렀다. 이는 다수의 시민들이 자신의 참여가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믿거나, 자신의 의사를 대변할 정당과 후보가 없다고 판단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안타깝긴 하지만 현실이고, 현재이다. 선거는 끝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다시 시작된 일상은 뭔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세월호가 우리에게 던진 과제와 지방선거가 남긴 숙제를 일상으로 가지고 와야 하지 않을까? 국정을 제대로 견제하고, 야당이 바로 설 수 있게 더 많이 참여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 무기력한 시작은 하지 말자.
2위. 진보 교육감 시대를 기대한다.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의 대거 당선이다. 2010년 선거에서 당선된 진보 성향 교육감은 16개 시•도(세종시 제외)에서 서울•경기•강원•광주•전남•전북 6명이었으나 이번에 거의 두배로 늘었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뿐 아니라, 대구•경북•울산만 빼고 거의 전 지역이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당선 되었다. 언론에서는 진보 성향 교육감 후보들의 당선이 보수 후보들의 분열에 원인을 찾고 있지만, 세월호 참사에서 온 충격과 반성이 진보 교육감 당선에 큰 영향이 있었다는 것에 더 설득력이 있다. 세월호 참사가 학교교육의 중요성을 크게 부각시켰고, 30•40대 ‘앵그리맘’을 중심으로 한 학부모들로 하여금 경쟁과 효율을 추구하는 보수 성향의 후보보다 협력과 공존, 덕성을 중시하는 진보 성향의 후보를 선택하도록 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자치단체장•의원 선거에서 여전히 나타난 지역•이념 성향의 투표가 교육감 선거에서는 반영되지 않은 부분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겠다. 고승덕 서울시교육감 후보의 가정사 문제로 불거진 교육감의 자질에 대한 관심 고조와,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이 지난 4년간 교육 현장에서 차곡차곡 쌓아 올린 혁신학교•학생인권조례•무상급식 등의 성과도 진보 교육감 시대를 연 요인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교육만 바로서도 우리는 미래를 기대를 할 수 있다. 2기 교육감들의 아이들을 위한 교육 혁신을 기대하고, 또 기대해 본다.
3위. 정년퇴직 후에도 가장 오래 일하는 나라.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정년퇴직 후에도 가장 오래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기준으로 한국 남성의 유효 은퇴연령은 평균 71.1세로 멕시코(72.3세)에 이어 2위였다. 여성은 평균 69.8세로 칠레(70.4세)에 이어 역시 2위를 차지했다. ‘유효 은퇴연령’은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빠져 더는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나이로 실질적인 은퇴 시점을 뜻한다. 남성의 경우 멕시코와 한국만이 70세가 넘었고 ▲칠레 69.4세 ▲일본 69.1세 ▲포르투갈 68.4세 ▲아이슬란드 68.2세 ▲프랑스 59.7세 ▲벨기에 59.6세 ▲룩셈부르크 57.6세 순이었다. OECD 평균은 64.2세였다. 여성은 칠레와 한국에 이어 △멕시코 68.7세 △아이슬란드 67.2세 △일본 66.7세 △포르투갈 66.4세 △벨기에•슬로바키아 58.7세 순이었다. OECD 평균은 63.1세다. 한국 남성의 경우 유효 은퇴연령이 정년퇴직 등으로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공식 은퇴연령(60세)과는 11.1세 차이가 나 OECD 회원국 중 격차가 가장 컸다. 정년퇴직 후에도 일터에서 계속 일해야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의 경우 퇴직금, 연금만으로 노후를 대비할 수 없어 고령임에도 노동을 해야 하는 것과 달리 유럽 선진국들은 조기 은퇴해 여유를 누리고 있다.
실제로 국내 60세 이상 경제활동참가율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60세 이상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2.2%로 10년 전인 2003년(48.6%)보다 3.6%p 상승했다. 여성은 같은 기간 27.8%에서 29.0%로 1.2%p 올랐다.
사람에게 노동의 가치는 소중하다, 그러나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의 일은 부담이고 고통이다. 부모도 고통이고, 자식도 고통이다. 부의 분배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4위. 형제의 나라에서도
지난 5월13일 오후, 터키 마니사 주에 있는 소마 탄광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터키 재난대책본부는 이날 사고에 대해 “최초 화재가 지하 2㎞ 지점에 있는 전력 공급 장치에서 일어났고, 이것이 폭발로 이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만 밝혔다. 이날 사고로 광부가 최소 301명 사망했다.
이번에 사고가 난 소마 탄광은 2005년 민영화된 곳이다. 소마홀딩스는 1984년부터 터키 정부와 계약을 맺고 소마 탄광을 운영해오다 지난 2005년 아예 탄광의 소유권까지 넘겨받았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이끄는 정의개발당(AKP)이 당시 추진한 민영화 계획의 일환이었다. 소마홀딩스 알리 구르칸 대표는 2012년 터키 일간지 <후리에트>와의 인터뷰에서 “민영화 이후 민간 부문의 경영기법을 도입한 덕분에 t당 130~140달러였던 생산비가 23.80달러 수준으로 대폭 낮아졌다”라고 자랑하기도 했다. 소마홀딩스가 생산비를 낮춘 비결은 간단했다. 인건비를 줄인 것이다. 소마홀딩스는 광부들을 비정규직이나 임시직으로 고용했다. 탄광 안전시설에 대한 투자도 줄였다. 이후 소마 탄광은 터키에서 가장 많은 불만이 접수된 탄광이 되었다. 2013년 한 해 크고 작은 사고를 다 합치면 약 4500건에 달한다. 민영화 이후 탄광이 위험해지는 동안 정부는 무얼 하고 있었을까.. 정의개발당 소속 무자페르 유르타시 의원은 “터키의 탄광 시설은 외국보다 안전하다. 탄광 지역의 집권당 지지율이 이를 입증한다. 사고 걱정은 기우일 뿐이다”라고 우겼다. 그리고 2주 뒤, 사고가 터졌다. 터키 국민들은 ‘정부책임론’을 들며 참사에 분노했다. 시민들은 “사고가 아닌 살인(Kaza Degil Cinayet)” “에르도안 정부 퇴진하라” 같은 구호를 외치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이러한 전 국민적 분노에 에르도안 총리는 오히려 기름을 붓고 있다.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업무상 재해란 말도 있지 않은가. 다른 작업 현장에서도 사고는 일어난다”라고 발언했다. 또 그는 유가족들을 위로한답시고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다. 신의 섭리다”라는 말까지 했다.
5월17일 터키 정부는 아예 구조작업마저 종료해버렸다. 탄광 입구도 벽돌로 봉쇄했다. 탄광 노조가 “갱 안에 아직 100여 명이 더 갇혀 있다”라고 거세게 반발했지만 터키 정부는 “갱 안에 구출할 광부는 더 이상 없다”라고 못 박았다. 형제의 나라라서 그런가, 세월호 참사와 정부의 대응과 어찌 이리 판박이일 수 있을까?
김량남
김량남 씨는 시흥4동에 거주하며 ‘일하는 삶이 아름다운 금천청년회’ 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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