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하루 지난 여성의 날의 씁쓸함

금천경찰서 기공식 풍경을 보며

 

38일 여성의 날이었다. 마을신문을 만들면서, 매해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어떤 기획을 해야하나 고민이 높다. 시흥동 거리에서 여성의 날을 아시나요 묻기도 했고,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개선되어야 할 점을 인터뷰해 싣기도 했다. 구청의 행사도 쫒아다녀봤다. 올해도 구청에서는 여성의 날 기념식도 하고 구청장과의 대화도 한다고 했지만 왠지 끌림이 없었다.

이번에는 어떤 기획을 해야 할까 고민하면서 기고도 부탁하고 통계자료도 뒤져봤지만 막상 38일은 무엇하나 내놓지 못하고 지나갔다.


그리고 다음날 금천경찰서 기공식에 참석했다. 하늘은 파랗고 햇볕은 좋았지만 꽃샘추위의 여파로 바람은 세찼다. 많은 분들이 금천경찰서가 드디어 금천구 땅에 들어온다고 좋아했고 축하를 했다.

그런데 행사 내내 불편한 모습이 연출됐다. 정복을 입은 4명의 여경(여자경찰)들이 커피를 타서 의자에 앉아있는 내빈들에게 일일이 갖다주고 있었다. 수 십 잔의 차를 쟁반에 담아 의자 한 줄 한 줄에 갖다주며 차를 권했다.


따뜻한 물과 차는 행사장 입구에 설치되어 있었고 차를 준비하는 곳에 여경이 4, 그 옆에는 행사장 안내와 방명록을 쓰는 곳에 여경2명과 남경1(남자경찰)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와 5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는 정복을 입은 비슷한 또래의 남경남자경찰이 5~7명은 그냥 서 있었다.


? 여자경찰들커피를 타고 날라야 했을까?

숙원사업의 해결을 축하하는 자리에 트집 잡는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뭐 그런 일로 시비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자원해서 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아닌 건 아니다.

2015년 경찰청 통계연감에 따르면 전체 경찰인력은 113,077명이고 2015831일 여자경찰 전체인력은 10,467명이다. 굳이 여자경찰이 많아서 커피 대접을 모두 여성으로만 배치한 것 같지는 않다.

38일 여성을 위한다는 수많은 거대한 구호와 외침도 중요하지만, 하루만의 외침이 아니라 매일매일의 일상에서 양성의 시각으로 그리고 평등의 시각으로 서로를 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였다.

 

기공식에서 커피를 나르고 있는 여성경찰(모자이크 처리)



기공식 입구에 마련된 차와 커피를 제공하는 곳에서 여성경찰 4명이 커피를 타고 있다.



이성호 기자

gc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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