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서 증여와 선물로 살아가는 생활체험기-4
선물경제의 백미, 마을잔치



3월 10일 박근혜 전대통령의 탄핵이 선고된 날 저녁.  광화문에 한 번이라도 촛불시위에 참여했던  사람들과 저녁 번개모임을 갖었다. 이런 특별한 날은 누군가를 만나서 몇 개월 간의 광화문 촛불에 대하여 수다를 떨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누군가 오늘 저녁에 모여서 축하라도 할까 제안하면 그다음은 알아서 척척 준비되고 모이게 되는 것이다. 


누가 만나자는 연락을 기다리기나 한 듯이. 서로 닿아있는 밴드나 카톡에 급히 만든 그동안  “수고했다. 술먹자” 포스터를 만들어서 날리는 사람, 수육 삶는다고 정육점에 가는 사람, 누구집 김장김치가 맛있다고 가지러 가는 사람, 자기 어머니 담근 백김치를 가져오는 사람, 밥 30인분 해놓겠다는 사람. 실시간으로 준비상황이 보고되면서 준비된 것과 겹치지 않게 재래시장으로 장보러 가는 사람도 있다. 이러저래 저녁만찬이 차려졌다. 


수육, 백김치, 김장김치, 과메기, 양상치샐러드, 파스타샐러드, 바나나파운드케익, 고사리나물, 버섯들깨탕, 밥, 선물받은 소주 한박스 등. 음식이라도 못 챙긴 사람들은 번개모임에 올 때 사과, 딸기, 한라봉을 사오기도 하고 즉석에서 역사적인 날 꼭 닭을 먹어야 한다면서 치킨을 주문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고 아이들도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오고 아이들 친구들도 덩달아 참여하고... 많은 사람과 많은 음식과 시끌벅적한 수다들. 


한 가지의 음식을 준비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선물하여 풍성한 식탁을 차리고 함께 마시고 먹으면서 보내는 다정한 시간들. 선물경제의 백미는 마을잔치이다. 다양한 선물들의 조합이 한 상 차려내고 음식 선물이 가능하지 않는 사람들은 ‘함께 하는 시간’이라도 내주어 자리가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이다. 마을 잔치는 다양한 마을구성원 모두가 참여할 일이다. 엄마 아빠 따라와 딴 짓을 하는 아이도 사람들이 먹다 떨어트린 음식부스러기라도 주어먹는 강아지까지 모두모두 함께 해야 하는 것이다. 잔치에서 많은 사람들이 만나고 광화문 촛불에 참여한 이야기 에피소드들이 꼬리물고 나오고 각자가 건배사를 하기도 하면서 오십대부터 10대까지 두루 친해지는 시간, 서로가 함께 하기에 추억의 한 장면을 채워준다. 


  가끔 사무실에서 점심을 해먹는데 때맞춰 들른 사람들은 함께 껴서 식사를 하기도 한다. 알게 되면 밥도 같이 먹고 잠을 같이 자야 친해진다는 말이 있듯이 이렇게 조금은 친해진 지인 중 한 분이 사무실에 들러서 선물로 받았다는 와인세트를 선물로 내놓는다. “ 우리집에는 술 마시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사람들과 같이 드세요.” 고급스런 박스에 들어있는데 마시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우리가 대신 마셔주는 부담스럽지 않은 와인이 된다. 두 병의 와인 중 한 병은  다시 다른 모임에 증여되고 그 와인은 회의 후 뒤풀이 시간에 참석자들이 음미하게 된다. 몇다리 건너서 오게 된 와인이야기를 듣게 된다. 


동네에서 살면서 선물과 증여의 물건으로 음식이 가장 많다.  주는 음식 받는 음식 함께 먹는 사람들 이렇게 먹는 것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때, 그맛, 그사람들.  우리가 가장 많이 음식을 선물한다는 것은 추억을 선물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먹는 게 남는 것이다. 단순한 이 말이 의미있게 다가온다. 추억으로 남게 되니.심을 가지고 협력해야 한다.




독산동 주민 김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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