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구의 자랑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문일고등학교 배구부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 7월18일 오전, 시흥동에 있는 문일고 체육관으로 향하였다. 금천구의 자랑 문일고등학교 배구부 학생들을 만나기 위해서이다. 체육관이 가까워오자 운동장에서부터 이들의 연습소리가 들려온다.
소리를 따라 들어간 곳에는, 네트를 사이에 두고  속공을 주고받는 앳된 얼굴의 키 큰 학생들과 이들을 관찰하는 감독님, 공과 선수들의 활기찬 소리와  선수들의 땀방울들이 넓은 체육관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들은 지금 7월 26일부터 열리는 대통령배고교배구대회를 대비해서 종합실전훈련을 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목표는 우승. 이들의 전적 상 우승은 남의 떡이 아니다.

 

네트를 사이에 두고 각 여섯명의 팀원들이 각자의 자리에 선다. 긴 서브로 경기가 시작되고 상대편이 여유있게 공을 받는다(리시브). 그 공을 세터가 센터에게 토스해주고 센터는 먹잇감을 가로채듯 받아 사력을 다해 속공을 날린다. 하지만 이쪽도 만만치 않다. 무서운 속도의 공을 미끄러지면서도 용케 받아낸다. 어렵게 살려낸 공을 이쪽편 세터가 센터에게 넘겨주고 이쪽에서도 속공을 날려보지만 상대편의 블로킹을 당해내지 못한다. 이긴 쪽은 환호성을, 진 쪽은 서로에 대한 격려를...마치 프로 배구시합을 보는 듯 하다.

이 장면은 어떤가? 예닐곱번 이상 공이 왔다갔다하다가 끝내 재치있는 선수가 빈틈으로 공을 밀어내어 마무리되는 경기는 차라리 예술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한편,  한 쪽 벽면에서는 한 학생이 벽을 상대로 공을  던지고 받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이 학생은 고등학교 들어와서야 배구를 하기로 결정한 늦깍이 선수지망생이라고 한다.

 

"공부하기 싫어서 시작했다." 며 간단명료하게 배구입문의 이유를 밝힌 주장 권영익 학생은 운동선수답게 '쿨'한 성격을 드러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했지만 확실하게 진로를 정한 건 고2때였다. 배구는 운동중에서 기술이 가장 어려운 고급운동이라는 게 매력적이다. 신진식선수를 초등학교 때부터 모델로 생각해왔다. 배구선수치고는 키가 작은데도 열심히하고 잘 하기 때문이다." 며 "무조건 우승이다"는 앞둔 경기에 대한 주장의 각오를 밝혔다.

 
배구부의 막내 1학년 홍은기 학생은 탤런트 이민정을 좋아하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부모님이 배구선수여서 쉽게 시작했는데 허리가 약해서 운동을 계속할 수 있을 지 고민이다. 일단 대학교 까지 진학한 후 체육교사가 될 수도 있다"며 진로에 대한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배구국가대표를 꿈꾸는 손창오 학생은 명지대에 이미 합격되었다. 그의 포지션은 리베로. 그는 배구를 시작하려는 후배들에게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나는 초등학교때부터 시작했지만 귀찮아서 열심히 안했다. 고2때부터 정신차리고 개인운동도 시작하고 열심히 했는데 그 동안 버린 시간들이 아깝다. 후배들은 빨리 배구를 알고 연습했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두시간의 연습이 끝나고 기숙사로 가는 길. 평상시에는 집에서 통학하지만, 시합을 앞두고는 기숙사에서 합숙훈련을 한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기숙사 앞 난간에는 장마 후 간만의 볕을 반기는 이불이 널려져 있었다. 한여름 운동이 힘들었던지 학생들은 기숙사로 돌아와서도 큰소리 없이 씻고 점심밥 먹으러 갈 준비를 한다.




 올 10월에 열릴 전국체전 서울대표로 나갈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은 문일고등학교 배구부. 올해 3학년 5명 모두 대학진학이 확정되었고, 이선교 선수 등 문일고를 졸업한 현역선수도 많아 대한민국 배구선수의 대표 관문이 되고 있다.
오랫동안 이들의 등대가 되어준 이호철 감독선생님은 "학교 이사장님이 배구부에 관심이 많아 지원해주시고 학교 선생님들도 학생들에게 관심을 많이 가져주신 것이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며 "선수들의 반 이상이 부모님이 안계시고 경제적으로 어렵다. 잘 할 수 있는 아이들이 가정의 뒷받침이 안되어 꿈을 꺾어야 하는 것을 볼 때 마음이 많이 아프다."며 선수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현하였다.
"금천구의 자랑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문일고 배구부 학생들에게 고마움과 파이팅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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