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서 꿈을 찾다 

찾아가는 마을학교 준비위에 마을투어에 나선 사람들



에피소드 1.

몇 년 전에 모 중학교 교사 말씀이 중학생 아이들 중 한 반에 공부하는 아이는 3명 정도라고 해서 놀란적이 있었다. 그날 저녁 집에 와서 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들에게 되물어 본적이 있다. 아빠가 들었는데, 아는 중학교 선생님 말씀에 “한 반에서 공부하는 학생이 5~6명 밖에 안된다고 하던데 너네 반도 그러니?”

“ 그 정도는 아닌데. 우리 반은 한 10명은 하는거 같은데.”

“ 그럼 넌 10명 중에 한명이니 ” 

이때 아들놈은 무심코 본심을 드러냈다. “아니” 

그날 이후 아들에게 “공부 하라”고 말한 기억은 없다. 대신 “책 좀 읽어라”고 했을 뿐.


에피소드 2.

6월 26일 그 아들이 강원도 인제에 있는 ‘을지신병교육대대’에 입소했다. 아들은 입소하는 그 순간까지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처럼(아들은 소띠다) 안쓰럽게 저항을 하고 있다. 그 친구는 어릴 적부터 경찰을 싫어 했고, 군대에 가는 건 더욱 싫어 했다. 당시에는 혹시 ‘조국이 통일’되서 군대를 안갈 수 도 있겠구나 싶었는데 세상은 그동안 거꾸로 돌아갔다. 아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원서를 넣지 않았다. 성적에 맞춰서 가기 보다는 좀더 멀리보고 나중에 생각해보기로 했다.

아들이 입대하기 전에 아들의 동네 친구와 후배, 그리고 지인을 초청해서 ‘최0석 군입대 환송연’을 열어 줬다. 우시장에서 돼지 등뼈 2대를 구입해서 아빠표 감자탕을 끓이고, 당일직송 회로 맛있는 저녁을 함께했다. 당시 모임에는 00고 2학년에 재학 중인 심0보도 함께했다. 아들과 어릴적부터 함께 동고동락했던 후배이다.

그는 요즘 학교를 자퇴한다고 난리다. 그의 부모는 학교를 그만두려면, 앞으로 어떻게 무엇을 할지 계획서를 쓰라고 했단다. 계획서를 쓰는게 부담스러워서 그런지, 자퇴 이야기는 한풀 꺾였지만 “재미 없는 학교, 배울게 없는 학교, 왜 다녀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는 학교”라고 했다.






왜 학교에 다녀야 할까?

많은 사람들이 입시위주의 우리나라 교육에 대해서 불만이 많다. 그러나 자신의 자녀는 특별하기 바라며, 무한경쟁으로 가고 있는 교육에 대해서는 더 이상 기대를 하지 않고 사교육시장에서 부족함을 채우고 있다. 심지어 ‘자사고, 특목고 폐지를 주장하는 000 진보교육감이 자신의 자녀는 특목고, 외고 다닌다’고 언론에서 비꼬는 수준의 담론이 현재 우리나라 수준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하면 대다수의 아이들이 잠자는 학교, 한반에 2~3 명만 교사의 교육에 귀기울이는 교실을 운영하는데 국가예산 66조 6,572억을 왜 쏟아 부어야 할까? 잠자는 교실에서 교사는 얼마나 당혹스러울까? 

지난 6월 21일 ~ 24일 마지막으로 사법시험 2차시험이 치러졌다. 사법고시가 폐지되고 로스쿨을 통해서 법률전문가를 선발한다. 이른바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 우리 동네 아이들은 금천구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힘없고 빽없는 우리의 자녀들로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루저가 되었다.

우리 동네 고등학교를 졸업한 친구들에게는 자신의 친구 중에 의사나 변호사 한명 없는 그저 치킨배달부나 어디서 시간제 알바 인생의 친구들만 남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21세기 대명 천지에 어떻게 세상이 이렇게 거꾸로 가고 있는데 그냥 지켜 보고만 있어야 하나? 답답한 세상이다.


마을학교에서 꿈을 찾다

문재인정부 들어서 교육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데 분주하다. 자사고 폐지가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또한번의 교육정책 수정에 머물지, 아니면 우리나라 교육혁명을 이루는 기회가 될지는 좀더 지켜볼 문제다. 그러나 그때까지 기다리기에는 너무나 멀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잠자는 교실에서 하루하루, 한시간 한시간을 고통스럽게 감내하고 있다.

‘사)마을인교육’에서는 공교육의 변화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기 위해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금천구 관내 근무하는 대다수 교사가 금천구에 살지 않고, 또한 지역의 역사와 문화, 산업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데 도움을 주기위해 ‘교사용 지도서, 여기 사는 내가 좋아’ 책자를 발간했으며, 올해에는 금천구혁신교육지구 사업에 참여해서 초등3학년 사회교과서 보조 책자로 “금천마을학습자료, 여기 사는 내가 좋아”를 발간했다. 금천구 관내 모든 3학년 학생은 마을교과서로 우리동네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문화와 역사 자료, 인물을 배우고 있다.


중학생들을 대상으로는 찾아가는 마을학교를 준비하고 있다. 배움이 일어나는 마을의 기관, 일터에 학생들이 하루동안 찾아가서 마을을 배우고, 사람을 만나며 체험도 하고, 이야기 하면서 마을과 관계맺기를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9월에는 한울중학교 1학년 학생 모두가 2일동안 마을학교에 찾아가서 지낼 예정이다. 

지난 6월 29일에는 독산권역 마을투어를 진행했다. 한울중학교 학부모들과 마을활동가들이 남문시장 입구에 있는 “청춘삘딩”에 모였다. 길안내에 나선 박현주(꿈씨도서관 관장) 선생은 ‘찾아가는 마을학교 준비를 위해 독산동과 가산동에 있는 주요기관을 설명하고 투어일정을 소개했다.

청춘빌띵은 청소년독서실을 리모델링해서 청년, 청소년들의 이용하는 복합시설로 만들었으며, 꿈지락네트워크에서 운영하고 있다. 2층에는 책을읽거나 토론을 할 수 있는 회의실이 있으며 3층에는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누어서 책을 볼 수 있는 시설로 꾸며져 있으며, 전면거울이 있어 동아리 발표를 준비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다음으로 독산3동 문화만들기 현장, 산기슭도로가 시작되는 독산동 배수지 입구로 갔다. 버스정류장에는 의자가 특색있게 꾸며졌으며 도로의 벽면은 타일로 꾸며져 있으며 반대쪽에는 오래된 고서들이 사진으로 전시되 있다. 독산3동 문화마을 만들기 사업은 2005년에 서울시 시범사업으로 시작되어 있으며, 공원을 개보수하고, 벽화를 만들고, 지금은 마을축제로 이어지고 있다.

큰길로 나와서 독산고등학교 방향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구)독산3동주민센터를 개보수한 ‘꿈꾸는나무’가 있다.

1층에는 청소년 휴까페 꿈꾸는 나무가 있다. 청소년들이 운영모임을 만들어서 직접 운영하고 있다. 지하에는 노래연습과 춤을 연습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다. 학생들은 미리 신청을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2층에는 쉼터와 사무실, 3층에는 강의실이 준비되어 있다.

2층 사무실에는 금천진로직업체험센터와 금천교육복지센터가 입주해 있다.

류경숙(금천교육복지센터) 센터장은 금천구 관내 학교중 지역사회전문가(사회복지사)가 없는 학교를 대상으로 교육복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별별철학원’은 학교 내 부적응으로 어려음을 겪는 청소년을 위한 대한교육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이 출결정지를 당하면, 상담을 통해 아이의 조건에 맞는 마을의 기관을 소개하고 일주일간 생활하면서 배우고 느끼는 특별한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마을교실이라는 의미로 별별철학원으로 부르고 있다. 류경숙 센터장은 “어른세대에서는 ‘철학원’의 의미가 쉽게 받아들여지는데 요즘 젊은이들도 철학원이 뭔지 잘 모르고, 학생들은 ‘철드는 학원’으로 이해 하고 있다”며 웃음을 자아낸다.



다음으로 금천예술공장으로 이동했다. 금천예술공장은 서울시에서 인쇄공장을 예술가들이 작업을 하며 지낼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방문한 날 때마침 전시회가 열려서 전시를 둘러봤다. 1,2층에 있는 작가들 작업실에는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 있다. 3층에는 규모있는 작품들이 있다. 작년에 비해 올해 전시된 작품들은 대중들이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준비된 듯 하다.

전시회를 둘러보고, 1층에 있는 금천미세스 전시실에서 모였다. 금천미세스 활동을 하시는 오현애(교육나눔협동조합) 이사장이 금천예술공장에 대한 활동소개를 해주었다.

교육나눔협동조합에서는 금천예술공장에서 찾아가는 마을학교 프로그램을 그동안 수차례진행을 했다. 학생들이 지역의 시설과 기관을 알고, 그곳에서 일하는 예술가들을 만나서 서로 이야기 하고, 예술활동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날 참여한 한울중 학부모들은 오늘 마을투어에 방문한 모든 곳을 처음 가본다며 놀라워 했다. 

이명란(2학년 학부모) 선생은 “그동안 몰랐던 것을 알아서 좋았다. 마을에서 오랫동안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며 일하시는 분이 있어서 좋았다. 그저 차로 지나치기만 하던곳의 사연을 듣고, 요소요소에 학생들이 놀 수 있는 시설들을 알게되어서 좋았다. 금천예술공장은 철문이 닫혀서 접근이 어려웠었는데 전시된 작품들을 보니 대단했다. 우리 아이들이 마을에서 자유롭게 놀면서 꿈을 펼치면 좋을거 같다. 다 좋았는데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며 아쉬워 했다. 


사)마을인교육은  한울중학교와 함께 찾아가는 마을학교, 새재미 마을축제를 통해 학생들이 마을을 알고 마을과 관계를 맺으면서 마을에서 꿈을 찾아 미래를 설계하는 마음으로 서울시마을과학교상생프로젝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석희 기자

nan7615@gmail.com

 사)마을인교육 운영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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