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어른’을 읽다



백기완은 여든 여섯 살. 문정현은 여든 살. 아직도 역사의 첨봉(尖峰), 길거리에서 길을 열고 내는 두 어르신이다. 매향리, 대추리, 용산 강정, 밀양, 광화문까지 고통의 땅엔 항상 문정현이 있었고, 해고노동자의 손을 맞잡고 눈물 흘리는 노동자 민중들의 고통의 현장에 새 세상의 길눈이 백기완이 있었다. 송경동 정택용 노순택 신유아 거리의 힘찬 예술꾼들이 시대의 어둠을 뚫고 늪에 빠진 세상을 구하는 두 분의 혼을 새긴 서각 작품을 비정규노동자들을 위해 세상에 내 놨고 그 과정에서 두 분이 주고받은 댓거리가 책으로 나왔다. ‘두 어른’이다. 백기완은 시대의 거짓을 찢어발기는 존재다. 문정현은 버티는 자다 새봄이 올 때까지 겨울을 버티는 겨울나무처럼 말이다. 두 사람의 말을 들어 보자.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견뎠을까? 

“편하게 살고 싶은 생각, 나라도 살아야 한다는 생각, 빛나게 살고 푼 욕구 왜 없을까? 그때마다 ‘하려다 말고, 하려다 관두고 천년을 두고 실패한 도둑의 심정, 그 ‘진땀의 사연’을 품고 사는 것이 삶이다. ‘진땀의 사연’ 그것은 사람답게 사는 양심이고 자기 존엄의 뿌리다.” “안과 밖이 외면할 수 없는 무엇, 고통 받는 걸로 함께 있는 것, 그게 희망이야, 싸움은 희망이지. 그러다보면 영광이 아니라 능욕을 당해, 참으로 치욕스러운 게 삶이지. 진실을 추구하고 거짓을 거부하고 폭력을 폭로한다는 것은 골고다 언덕을 십자가 지고 오르는 예수와 같아서 치욕을 감수하는 일이야.” 


두 사람은 ‘내 것의 세상’이 아니라 함께 사는 세상을 살자고 한다. 아픈 이들의 곁에 있는 자유인이 되자고 한다. 

“불부터 꺼, 물부터 줘. 밧줄이 필요한데 언제 수영법을 설교해. 먼저 가는 사람을 따라가지. 함께 가자며 천천히 가자며 실제로는 길을 막는 짓 하지 마. 불이 되어, 불난 것 먼저 본 사람처럼 뛰어 가. 옳은 길이라면” “자유라는 것은 단순한 삶의 자유, 사실의 자유가 아니야. 껍데기 속에 숨어 있는 거짓을 찢어발기는 것이 참 자유지”  


그러기 위해서 눈도 밝아야 한다. 

“돈과 권력은 우리 민중들을 분할해서 지배하고 분열시켜 지배해. 지들의 결속은 철통으로 마만들면서 우리들의 결속은 무조건 훼방 놓지. 그것이 그들의 수법이야.” “저들은 속이고 우리는 속아. 바른 소리를 하면 대려 몰아붙여, 겁나지 그렇게 만들어 진 것이 소시민이야. 애쓸수록 자기 손해라는 절망, 용기와 사람이 비겁과 눈치를 이길 수 없는 현실, 그 현실을 어쩔 수 없다고 굴복하고 만 것이 소시민이지. 그러니 소시민은 이기주의자야. 우리를 썩히는 가장 큰 독소지.” “그래서 지금은 정직한 것이 살아 남을 수 없는 세상이야. 박근혜보다 이런 세상 자체가 더  절망이지. 세월호와 사드 그리고 강정을 봐. 믿음이 없어 의리가 없어 평화가 없어.”


그래서 어쩌야 할까 두 사람은 말한다. “고통의 눈물, 고통의 노동, 그 눈물로 뜨거운 사랑이, 잃고 잊은 인간성을 되찾기 위한 몸부림이지. 한 발짝만 더 가자고, 가다가 죽자고, 한 치라도 더 가자고.” “눈물이 칼이 되어야 해. 주먹은 눈물이 닦는 것이 아니라 적의 급소를 치는 무기야. 그게 사람다운 세상이 사는 길이지.”


그러면 어떻게 될까? 

“정직하다는 것은 미련한 삶을 산다는 거야. 깨어지고 얻어 터졌어. 평생이 그래, 근데 난 지금 여기 남아 있어. 그러니 진적이 없어, 진 것이 아니야.” “가진 것이 하나도 없어 버릴 것도 없게 돼. 그런데도 여전히 매 맞고 주리고 그러니 벌떡 일어설 수밖에, 목숨을 건 알통의 몸부림, 외로운 깃발로 서 흔들렸지. 근데 알어?  바람 찬 날 외롭게 흔들릴 때, 그때 뿌리는 더욱 억세고 튼튼히 땅 심을 움켜지지.” 


두 사람이 말하는 세상은 무엇일까?

“평화는 유지되는 것이고, 평화는 열려있는 것이지. 평화는 일궈야 하는 것이고, 그래서 다른 세상으로 가는 동력을 마련하는 것이 평화야. 평화로 다른 세상을 이루고, 다른 세상을 일구는 것 자체가 평화지.” “ 수탈하며 추방하고, 부패타락으로 배신 불신하며, 사람을 죽여 이득을 찾는 돈과 권력. 이기심과 탐욕으로 ‘얄곳’을 만든 것이 자본주의지. ‘얄곳’의 현실을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살곳’으로 만드는 거지. 인류의 참 희망은 돈 지위 명예가 아니라, 사람이 참사람이 되는 거야.”


그러기 위해 두 어른은 외친다.  

“사람은 숨 멈춘 게 죽은 게 아냐. 제 뜻을 저버릴 때 죽은 거지. 죽음을 던져 나아가는 것이 역사야. 강요된 죽음에 맞서, 생명을 위해 죽어야 사는 것을 깨달을 때 새 세상은 빚어지는 거지” “기다려라 간절하게. 두렵지. 하지만 지지 말자. 스스로가 놀라고 전부 다 놀라는 것의 시작은 , 지금 그 자리 고통의 자리에 있는 거야.” 


특히 젊은이들에게 말한다. 

“따스한 방에 들면 밖이 싫어. 등때기가 썩는 것이지. 생각도 푹푹 썩는다니깐?” “예수님도 머리 둘 곳이 없다 했어.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거처가 있으되,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 했어. 길 위에 살라는 말이야.” “새날이 올 때 까지가 아니야. 새날을 빚을 때 까지 흔들리지 마. 있는 길만 길인가? 잃은 길을 찾으며, 없던 길을 내며 가야지. 길은 그렇게 길이 되는 거야.” “민중의 배짱에 불이 붙을 때 우리가 아니라 세상이 변해. 그때가 혁명이지.” “많이 거둔 이도 남지 않고, 적게 거둔 이도 모자라지 않는, 좋은 세상을 향한 가는 꿈을 꾸자고”  이 뜨거운 말들, 역사의 어둠을 갈라 치는 새뚝이의 힘찬 말들을 연말연시 지인들에게 선물하시지요.  (?)가 다 슬픈 헬 조선이다.  


문재훈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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