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의 텃밭은 일조량이 좋아 웬만한 작물들은 쑥쑥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오이나 고추는 벌써 여러 차례 밥상에 오르고 있고, 가지는 광채를 내며 튼실하게 자라고 있다.
요즘 열매들 못지않게 꽃들이 탄성을 지르게 한다. 하얀 잎에 노란 수술이 마치 계란프라이처럼 선명한 감자 꽃과 마디마디 하얘 보이지만 연한 보랏빛을 띠는 조그마한 아욱 꽃이 신기하기만 하다.
상추, 치커리, 케일, 쑥갓 등에서 높이 솟은 꽃대들은 주렁주렁 씨앗 꼬투리를 맺는다. 대부분 쌈채소들은 꽃이 피기 전에 먹을 것이 없어지면 뽑아버리지만 꽃대를 말려 씨앗을 채종 하는 것도 텃밭 경작의 큰 기쁨이 된다.

종묘사에서 산 씨앗들보다는 발아율이 떨어질 수 있겠지만 그래도 채종은 농사의 '마무리'이자 농사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농사를 짓는다면 꼭 해 볼만 한 일이다.
어렵게 얻은 토종종자들은 꼭 채종을 해서 씨앗을 확보해둬야 한다. 토종씨앗을 나눠주시는 분들은 꼭 이것을 당부한다. 씨앗은 파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이라고...

 본격적인 장마철이 온다니 이젠 꽃구경도 끝나려나 보다. 대부분의 채소들은 갈무리에 들어간다. 한편으론 메주콩이나 서리태 같은 콩들을 심을 수 있다.
콩은 새들이 좋아해서 파먹기 일쑤라 모종을 따로 키워 심기도 한다. 또 심는 시기가 늦어졌을 때는 모종으로 키우면 좀 더 빨리 성장시킬 수 있다.
요즘엔 음식물쓰레기를 거름으로 만드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구더기가 겁나서 잘 하지 못하다가 원리를 알고부터는 자신있게 하고 있다. 빨리 이 거름으로 가을작물을 심고 싶다.



김선정 기자
gc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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