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한희의 꿈

한희는 대학생이다.
그러나 어쩌면 대학생이 되기 위해 그의 오랜 꿈을 포기해야 했는지도 모른다.
꿈을 접기로 결정한 그 날. 한희는 그 날 이후  방 한 켠에 덩그라니 놓여진 그 놈을 애써 무시해왔다.  그놈은 자신의 꿈과 함께 했으므로...그 놈을 똑바로 쳐다볼 자신이 없었던 거다.

 꿈을 꾸다

 중학교 때부터 음악을 하고 싶었던 한희. 하지만 어른들은 이공계에 진학하기를 원했다.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 지 몰랐던 그 때, 한희는 주저없이 선린인터넷고등학교에 입학원서를 넣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고배를 마시고, 집가까운 독산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해 글을 잘 썼어요. 내가 문과 취향인 것을 알면서도, 어른들의 압박도 있고, 불안정한 사회에서 안정적인 직업을 얻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이과를 선택했어요. "
그런데 2학년이 되어서 확실히 알았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이다.
마음속에 묻어왔던 그 꿈을 꺼내기로 결심했던 그 날 한희는 부모님께 뜻을 전하였고 어려운 형편이지만 부모님은 한희를 이해해주셨다. 그 때 그 놈과도 새로운 인연을 맺었다. 하루에 3~4시간 자고 실용음악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늦게 시작했지만 일찍부터 예체능하는 친구들보다 내신이 좋았기 때문에 해 볼 엄두를 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음악을 하기로 결정하면서부터 한희와 함께 동고동락했던 그놈, 바로 피아노가 막판에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오래전부터 피아노레슨을 받았던 수험생들과의 경쟁은 어쩌면 처음부터 이런 결과를 예고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대학진학은 현실이었다. 어느대학을 나왔느냐에 따라 미래의 안정성 여부가 판가름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변명같지만, 내 실력대로 이름없는 음악대학을 나와봐야 취업할 수 있을 것 같지 않고,  도망치듯 음악과의 작별을 고했어요. 학원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음악을 포기하겠다고 얘기하고 오던 버스안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아마  꽤 오랜동안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

 

다시시작

실용음악공부를 그만 둔 지 근 일 년. 다행히 한희에게 새로운 꿈이 생겨나고 있다.
한학기 동안의 대학생활. 얼떨떨하게 시간이 흘러갔다.
음악대신 그는 언론정보학을 선택했다. 차선이었을 지 모르지만, 1학기를 마친 지금 어쩌면 자신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희는 새내기이지만 마음이 급하다. 대한민국 대학교 등록금수준이 상식을 넘어섰다는 것은 국민 모두가 아는 사실. 게다가 그에겐 당면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건설노동조합에서 일하시던 한희 아버지는 작년말부터 현장에 목수일을 하러 다니신다. 어린이집에서 낮시간동안 일하는 어머니는 퇴근 후 틈틈이 베이비시터 일을 하신다. 부모님의 투잡. 마음이 편치않다. 말씀들은 안하시지만, 작년에 전세집으로 이사를 왔다. 부모님의 피와 땀이 어린 우리집이었는데, 큰아들 학비를 준비하기 위한 부모님의 시름깊은 결정이었을 것을 생각하면 한희의 마음 한 켠이 늘 무거워온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한 달에 15만원 받는 용돈도 죄송스러울 따름이다.
"학교가 수원이라 왕복차비가 하루에 4,000원 쯤 드는데, 차비로 한 달 용돈의 반이 날아가는 셈입니다. 대학생이 되었다고 벌이가 생기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학생요금에서 성인요금을 내라고 하니 버거워요. 대학생도 수입이 없기는 마찬가지이잖아요. 대학생도 학생차비를 낼 수 있도록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7만원 남짓한 금액으로  책도 사 봐야하고, 점심도 먹어야 하는 한희. 가끔 여자친구에게 맛있는 것을 사 주고 싶은 작은 소망이 대한민국 대학생인 한희에게는 사치인걸까?
"사정이 이렇다보니 아르바이트는 대학생이면 꼭 해야 하는 분위기죠. 방학 때 아예 돈 벌려고 지방에 내려간 친구들도 있고요. 저는 일학기동안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장학금을 탈 생각이었는데, 성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직 부모님께 학점 얘기를 꺼내지도 못했어요. 신문 나오기 전에 말씀드릴려고요(웃음)!"
그러니 이번 방학은 무조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 수능 후 3개월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던 동네 외식업체에 얘기를 해 놓았다.
아르바이트로 내 용돈은 벌 수 있겠다지만, 등록금을 부모님께 계속 의존해도 되는걸까? 내년에 군대를 다녀오면 더 이상 손을 벌릴 수는 없을 것이다. 제대후 1년쯤 휴학을 하며 등록금을 벌어야겠지? 그럼 졸업이 늦어질테고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인생에 한 번 밖에 없는 자신의 20대가 너무 치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대학등록금
"요즘 등록금 투쟁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해요. 대학들은 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매 년 등록금을 올려왔지만, 교육의 질은 고사하고 어떻게 사용했는 지 투명하지가 않잖아요. 정부는 대학들이 등록금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 지 감시하기 보다 방관만 하고요.  우리학교만 하더라도 종편 조선TV에 50억을 투자했다네요. 그 돈이면 충분히 등록금을 낮출 수 있는 금액인데... 일이 이렇게 되니까 우리학교에서 처음으로 장학금 명목으로 250억을 풀겠다고 발표했어요.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 낫지만 장학금도 성적순으로 차별적인 지급이잖아요. 장학금보다 등록금을 낮추어주었으면 좋겠어요."

또다른 꿈

음악웹진, 패션커뮤너티, 시사잡지 등 다양한 장르의 잡지를 빼놓치 않고 살펴보는 한희는 자신이 한 때 꿈꾸었던 음악과 언론을 접목할 수 있는 또다른 꿈을 꾼다. 
"제가 다니는 학교가 인서울이 아니어서 졸업 후 취업이 어려울 걸 알고 있어요.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준비해야죠. 한국어능력, 토익토플은 기본일테고, 요즘은 인턴쉽으로 들어가기도 힘들어요. 하지만 제가 관심있는 분야를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으면 언젠가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4년동안 제 비젼을 발휘할 수 있는 확실하고 유망한 중소기업이 어떤 곳인지 관찰해서 선택하고 싶어요."
새내기 한희의 꿈. 대학이라는 공간이 그 꿈을 자유롭게 실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길 원한다. 더이상 우리의 자녀 혹은 후배들의 꿈이 현실의 높은 벽에 부딪혀 피어보기도 전에 좌절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들의 꿈에 울타리가 되어 줄 수 있는 사회를 염원하며 환희의 꿈에 파이팅을 보낸다.


사진출처:소비자가만드는신문




 이 글의 주인공 한희는 올 해 초 독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수원대 언론정보학과에 입학하였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독산동에 살고 있습니다


김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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