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밥상 인터뷰] 더 넓고, 더 깊은 연결고리의 ‘모임’을 꿈꾸며 



청년이 화두인 지역 곳곳마다 ‘모임’이 열풍이다. 모르는 사람을 만날첫 발의 어색함을 감당하며 낯선 곳간에 들어서는 용기를 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 그 용기를 가지고 방문하기를 기다리며 격주로 커뮤니티 센터에 모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지난 6월 17일 시작하여 11월 29일을 끝으로 막을 내린 2018 목요밥상은 그렇게 새로운 얼굴들과 익숙한 얼굴들이 섞이는 자리였다. 6개월간 12회의 목요밥상을 이끌어온 김옥진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목요밥상의 시작은?

라디오금천을 하면서 혼자 사는 청년의 먹거리를 다루는 ‘건강한 밥상‘이란 라디오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진행을 위해 건강한 농부협동조합(이하 건농)에서 주도하는 목요밥상에 참여하여 먹거리 안전이나 요리방법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원고와 사진을 모아 워크북도 발행했다. 애정이 많이 들어갔는데 올해가 되니까 건농에서 같은 형태 진행은 어렵다고 했다. 목요밥상이 없어지는 게 아쉬웠던 차에 청년커뮤니티를 지원하는 두잇 사업(편집자주_금천구 거주하는 3인 이상의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청춘삘딩에서 모임비, 활동비, 공간비를 지원하는 사업)에 목요밥상 이름으로 신청하게 되었다. 


모임 참여자가 꼭 청년 대상은 아니었다고 하던데?

2018년 목요밥상은 원래는 40-50대 즈음의 주로 ‘아재’라고 불리우는 성인 남성분들을 대상으로 했다. 청년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목요밥상 모임이 다른 세대들과 소통하는 일을 고민하기도 했고.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어른 남성(?)을 어디서 구하나’라며 연령대를 나누는 일 자체가 울타리고 기준이 되어버려서 오히려 다루기 어려웠던 부분이었던 것 같다. 대개 서로 알음알음, 건너건너 알게 된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는 모임이 되었다. 그러면서 결론적으론 청년 연령대로 돌아가기는 했지만 청년에 갇혀있지는 않다. 또,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40대 이상의 성인 남성 참여자 분들이 많이 했고 또 설거지요정으로 욕심을 부리기도 해서 기존에 가지고 있는 아재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을 깨주기도 했다. 


밥상을 위한 예산은 어떻게? 

한 회당 예산은 20만원으로 잡고 진행했다. 두잇 사업이 좋았던 점이 선불형태 프로젝트라서 전체 사업비의 60% 정도를 먼저 선불로 지급을 받는다. 총 300만원 사업비에서 선금으로 210만원 정도를 받고 진행해서 금액 부분에 대해서는 어려움이 없었다. 전체 영수증도 목요밥상 사업이 개인이 아니라 사업자등록이 되어있어서 영수증 증빙이 까다롭지 않았다. 그 부분이 어려웠으면 엄두도 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대부분ㅇ,; 사비로 우선 진행하고 사업 종료하면 정산해주는 프로그램들은 기간이 길거나 금액이 크면 진행이 어렵다. 

 

제일 기억에 남는 날?

늘 모이는 인원에 여성이 많은데 5주차 모임에 단 하루, 남자 분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날이 있었다. 거의 8대2 수준이었는데 사실 대화가 썩 잘 진행되지는 않았다. 다른 날은 중간 중간 여성분들이 매끄럽게 이어주는 역할을 해서 이야기가 다른 주제로 자연스럽게 흐르는데 그 날은 한 주제 안에서 결론이 날 때까지 계속 얘기를 했다.(웃음) 

한편으로, 남자들이 생각하는 모임은 어떤 모임인지 얘기를 했는데 그 동안은 남자어른들은 어색해서 새로운 관계를 안 만드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 분들은 모임 자체를 목적성 가지고 하는 게 좋다고 했다. 술, 조기축구, 게임 등등 무언가 활동을 하고나서 이에 대한 뒷풀이 모임이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모임이 되는 것이다. 즉, 활동 때문에 묶여 있다가 얘기하는 건 익숙한데 자유 주제를 주고 이야기를 하는, 대화 자체만을 위한 모임에서는 어색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지 대화가 이루어지는 익숙한 환경이 달랐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굳이 오라고 연락하지 않아도 마지막 날까지 꾸준히 참석한 인원이 열 명 정도 된다. 이들은 특별한 목적 없이도 만나서 두어 시간 음식 같이 준비해서 먹는 간단한 밥상 모임으로서 목요밥상이 진행되어도 만족하는 참여자들이라고 본다. 한편으론, 전체 횟수를 봤을 때 왔다갔다 오고 간 사람들 합치면 총 서른 명 정도 된다. 참여자의 개별 만족도는 당연히 다르겠지만 잠깐 왔다간 스무 명은 어떤 걸 기대했던 걸까? 뭘 했으면 그들을 데리고 갈 수 있었을까? 어떻게 했으면 더 큰 의미를 가져갈 수 있었을까? 행동을 같이하는 것만 해도 행복했지만 거기에 좀 더 깊은 의미가 부여될 수 있는 연결고리의 기능을 했는지 부분에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목요밥상은 밥을 하는 시간만 한두 시간이 걸리고 저녁 시간에 다른 것을 끼워 넣기는 어렵기는 하다. 다시 리뉴얼해서 진행을 한다면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이 된다. 한편으론 이런 아쉬움이 다른 사업에 참여하거나 기획할 때 밑바탕이자 지지해 줄 수 있는 지원군을 얻게 된 것 같다. 



박새솜 기자

gc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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