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사상(思想) 




중국공산당 19차 당대회가 끝났다. 당헌(黨憲)에 '시진핑 사상' 의 명시됐다. 중국 공산당에 삽입된 ‘시진핑 사상’은 “샤오캉(小康) 사회 확립, 개혁 심화, 의법치국(법치), 종엄치당(엄격한 당 관리) 등 ‘4가지 전면’ 전략과 경제·정치·문화·사회·생태문명 건설을 추진하는 ‘5위1체’라는 기존의 시진핑의 정치 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이를 두고 1인 체제 독재의 강화라는 비판도 있지만 등소평식 개혁·개방 이후 30여 년 동안 쌓여온 빈부·도농 격차, 부패와 과도적 혼란에 따른 민심 이반 등의 모순을 위해선 당의 내적 강화, 당과 대중의 결합의 강화를 통해 해결하려는 모색이다. ‘빈곤의 퇴치와 균형 발전’이라는 ‘소강(小康)사회’는 전면적 사회주의 공산주의로 가기 전의 과도적 단계라고 한다. 이를 ‘중국의 특색을 지닌 사회주의’라 하며 이의 실현을 완성된 지도자 - 당 - 국가로 이어지는 조직과 사상의 강화 속에서 구축하겠다는 의지다. 중국 인민을 떨쳐 일어나게 한(站起來) 마오쩌뚱 30년, 중국을 부유하게 만들었다는(富起來) 덩샤오핑 30년, 그리고 중국을 세계의 강대하게 만들겠다는(强起來) 시진핑의 30년에 대한 전망의 제시다.  


그 내용을 더 구체적으로 보자. 보도를 보면 시진핑의 노선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는 '선부(先富)론'에서 ‘부의 나눔, 샤오캉(小康)' 사회로 가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성장으로 위해 흑묘 백묘를 가리지 않았던 시절을 접고, 성장과 함께 국민의 평등과 복지도 중시하겠다는 뜻이다. 이것이 실현되면 박정희식 발전론과 중국식 특색 있는 사회주의 발전론의 근본적 차이가 될 듯하다. 시진핑은 세 시간짜리 연설에서 "2020년부터 2035년까지 샤오캉 사회의 전면적인 기초 아래 사회주의 현대화를 기본적으로 실현하고, 2035년부터 21세기 중반까지 ‘부강하면서도 아름다운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하겠다."고 계획표를 밝혔다. 이는 이념보다는 실용, 정치보다는 경제에 무게를 실어왔던 덩샤오핑 등 전임 지도자들과 달라진 청사진이다. 그간의 과정을 중국의 재자본주의화 사회주의 퇴행을 볼 것인지 전면적 사회주의 공산주의를 향한 전략적 도약의 준비로 볼 것인지가 확인되는 시간의 시작이기도 하다.


둘째는 중국 체제 내부의 강화책이다. ‘의법치국 또는 치국이정(治國理政)'이라는 법치주의 확립과 '종엄치당(從嚴治黨)'이라는 엄격한 당 관리가 그것이다. 법은 일관성과 보편성을 가질 때 신뢰를 지닌다. 그 기준을 가진다는 것은 정권과 집단의 이해관계에 의한 자의적 법집행이나 행정을 경계한다는 것이다. 엄격함으로 당을 운영하다는 것은 이미 시진핑 1기 내내 진행된 당내 반부패 투쟁에서 증명된 바 있다. 이를 통해 사회적 차원에서 보편적 기준을 확립하여 통치의 격을 높이고, 청렴과 능력으로 대중 속에서 존경과 사랑을 받은 당적 지도력으로 사오캉(小康) 사회를 이룬다는 각오다. 


셋째는 중국의 국제 관계에서 '도광양회(韜光韜晦)'에서 '대국굴기(大國堀起)'로 나가자는 포부(抱負)다. 등소평의 ‘숨어서 힘을 기르자는 시대’를 바꿔 자신감으로 강대국 중국을 만든다는 선언이다. 마오가 중국의 역사 속에서 인민의 굴기를 이뤘다면 시진핑은 세계 속에서 대중국의 굴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중국 중심의 국제 경제의 동맥을 만들자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개척) 정책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건립, 군사외교적으로 남중국해 영역에 대한 공세적 대응, 미국과 G2 양대강국 체제의 구축 시도 등이 그 구체적 모습이다. 


중국의 힘은 중국 공산당이다. 중국공산당은 독일의 총인구보다 많은 8900만 여의 당원을 가졌다. 당은 서방 정당과 같은 종류의 선거를 둘러싸고 조성된 상대적으로 느슨한 이익집단이 아니다. 중국 국가를 운영하는 뼈대이자 혈맥이다. 국가의 응집력과 동원력의 원천이다. 이는 민주주의의 보편적 기준으로 군림한 서구의 다당제 대의제 민주주의적 관점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 반면에 중국이 보기에 서구의 이른바 자유민주주의는 “끝없는 정치 투쟁과 분규, 정책 변경에 따른 혼란과 예측 불가능성” “대의제 선출을 왜곡하는 돈과 언론의 지배, 혐오와 증오로 얼룩진 혼돈의 선택”이다. 


중국의 공산당은 자기들은 ‘공산주의 의식을 가진 노동자계급의 선봉전사’들의 당이라 규정한다. 전심전력으로 인민에 봉사하고, 공산주의 이상을 위해 개인의 희생 헌신을 감수하며 분투하는 당이다. 평범한 노동인민의 일원으로 어떠한 사적 이익과 특권도 추구해서는 안 되는 이들의 당이라고 자기규정한다. 이것이 명실상부하다면 중국의 지배체제는 서구와 다른 맥락을 지닌 정치를 구사할 것이다. 혁명적 당과 당원, 능력 있고 덕 높은 지도자와 지도부를 지닌 인민은 인민 스스로가 존엄해 진다. 과학적 사상, 위력적인 정책과 노선, 분명한 방향을 견지한 지도자의 상징성은 역사를 대표한다. 시진핑의 시대가 중국의 혼란과 과도적 상황을 세계 인류와 중국 인민의 평화와 행복을 향한 길로 밀고 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시진핑은 “빈부격차, 테러주의, 사이버안보, 중대한 전염병 확산, 기후변화” 인류 공동의 도전을 각국 인민들이 힘을 합쳐 극복하고, 각국 인민의 자주적 선택권을 존중, 자국의 의지를 타국에 강요하는 것, 타국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 자신의 강한 세력을 믿고 약소국을 무시하는 것을 반대하며, 타국의 이익의 희생하는 대가로 자국의 발전을 추구하지 않"는 중국을 약속했다.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그래도 부족하다. 왜냐면 현실 세계 국제질서의 절대 악, 궁극적폐인 ‘제국주의’에 대한 경계가 없기 때문이다. 제국주의적 국제질서와 싸우는 것이 국제적 공의(公義)가 되어야 한다. 중국에게 그 첫 번째 시금석은 북핵 문제다. 말로만 평화를 말하면서 대국(大國)주의적 입장이라며 유엔 뒤에 숨어 미제의 제국주의 국제질서에 편승하는 입장부터 개선하지 않으면 시진핑 사상은 거짓이거나 빛 좋은 개살구가 되고 말 것이다. 중국이 표리부동이 아니라 표리일체의 나라로 멋진 새 시대를 열길 바란다. 


문재훈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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