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보육교사, 원장, 학부모 간담회
내 아이가 다니는
보육시설, 과연 안전한가?

아이,교사, 부모가 신뢰하는 보육시설을 꿈꾸다.
  

지난해 말, S방송국의 프로그램을 통해, 인천의 어느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이불에 소변을 보고 낮잠을 자기 싫다고 했다는 이유로 뺨을 때리고 독방에 가두는 일이 드러났다.  서울 성동구 어린이집에서도 아이가 울었다는 이유로 뺨을 때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왜 보육시설 안에서 원아폭행사건, 혹은 성희롱 및 폭력사건, 급식사건 등이 잊을만하면 한번씩 발생하는가? 사건이 발생한
시설과 교사의 개인적인 문제인가? 우리구와는 상관없는 다른 지역의 이야기인가? 혹시 이런 일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어 앞으로 언제 어디에서 발생할 지 모를 일은 아닌가?

이에대해 '금천in'에서는 우리지역의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부모와 교사를 모시고, 현재 우리사회의 보육 현실과 현장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들어보고. 아동의 안전과 인권이 존중될 수 있는 보육시설로 가기 위한 대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토론참가자 : 김수진(본 지 기자, 사회), 강미(구립정심어린이집학부모), 김희숙(근로복지공단 모아래어린이집 원장), 정미자(새터어린이집 정미자 보육교사) 

사회자: 어린이집관련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부모 혹은 교사 입장에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 것 같다. 이번일로 어떤 느낌을 가지셨는가?
김희숙(이하 김):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교사들은 힘이 빠진다고 한다. 우리는 안그렇다는 것을 보여줄 수도 없고 참 난감하고 민망하다. 그런 사건을 보면서 학부모들은 우리시설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하실까, 답답해진다.

강미(이하 강): 부모입장에서는 사실 '혹시?'라는 의문이 들기도하다.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과는 별개로 그런 마음이 든다. 보육시설에 CCTV 설치하는 것을 찬성하지는 않지만.. 그거 보기 시작한 엄마들을 그것을 끊을수가 없다고 한다. 심지어는 일하는 시간에도 그것만 보고, 혹시 우리애가 다른 애랑 다투는 일이 있으면 전화해서 왜 단속안하느냐 고 따지게 된다고 한다. 

김:초중고등학교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길때에는 교사와 기관을 믿고 맡겨야 한다고생각한다.
서울형어린이집의  경우.. CCTV를 무료로 설치해주지만 일부러 설치하지 않았다. 아이들과 교사의 인권도 있다. 잘 따라하는 아이의 부모는 좋겠지만 소극적인 아이들도 분명이 있다. 그아이들이 무방비로 나간다는 것이다. 그 비용으로 교사 처우개선에 힘을 기울였으면 한다.

정미자(이하 정):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길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절이 있는데 이제는 아이들을 맡기는 것이 불안한시대가 왔다는 것이 안타깝다. 보육교사로 일하면서 (교사를 믿지 못하는 것 때문에) 굉장히 많이 상처를 받게 된다. 보육의 주체는 부모, 아이, 교사(기관)인데 그 주체간에 신뢰가 형성되지 않아 안타깝다. 그런사건들이 어제 오늘 생건 것은 아닐텐데.. 정말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단순히 개인의 자질도 있겠지만 구조적인 문제가 더 크다.

김: 맞벌이가 늘어나면서 보육수요가 갑자기늘었다. 그런데 국공립 보육시설은 적고 민간에 (보육을) 맡긴 것이다. (안그런 곳도 있겠지만) 보통의 민간시설은 이익을 남겨야 한다. 결국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아이들 먹는 것을 줄이고, 교사 급여를 덜주는 방법이다. 그러다보니  교사자격이 안되는 사람을 채용하기도 하고, 아이들 특히 영아들은 어린이집에서 무엇을 먹었는지 애기를 하지 못하니, 예전처럼 꿀꿀이죽을 먹이는 일 같은 것도 그런 맥락이다.

 <김희숙 원장>


사회자: 지금 우리가 어린이집과 부모와의 신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린이집에 대한 부모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CCTV말고 부모입장에서 아이가 시설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보고 싶은데 그럴 수 있는 통로가 없다. 현재 보육시설 내에서 부모가 어린이집을 믿을수 있도록 참여할 수 있는 장치가 있는 지 궁금하다. 예를 들면, 독산동의 한어린이집의 경우 등하원을 할 때 출입문에서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지내는 공간에 들어갈 수 있게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시간상으로는 짧지만 그러면서 아이들이 지낼 환경도 보고 함께 있는 아이들, 선생님도 보게되고 그러면 훨씬 친숙한 느낌이 들 수 있다. 교사 입장에서도 부모가 계시니 조심하는 부분도 있고. 이처럼 부모가 어린이집운영을 보거나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가?


정 : 원장선생님도 말씀 하셨지만. 보육시설에서 신뢰문제는 부모가 참여하는 장치가 있느냐 없느냐 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보육시설이 공공성을 가져야한다는 것이다.  공공성을 가지고 아이들을 키워내야 하는데, 현실은 수익성을 창출해내야하는 구조이다보니 (부모들의) 신뢰를 갖지 못하게 한다.


김 : 영리를 목적으로 하면 그럴 수 밖에 없다.

강 : 그래서인지 예전 어린이집에 다닐 때  견학을 많이 갔다. 한 달에 네 번 정도 가서 견학비 내는 것도 큰 부담이었다.  그런데 구립에 오니까 (비해서) 너무 안가더라. 원장님이 바뀌면서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는데 '여기는 너무 (견학을) 안가지요? 이 동네는 맞벌이가 많고 일용직이 많아 부모들이 아이들 데리고 다니기 어려워요. 그런 면에서 견학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 했더니, 지금은 일년에 4번 정도 간다.

사회자: 운영위원으로 참여해서 원하던 성과를 얻으신건가?(모두웃음)

이번일과 관련해서, 부모도 여유가 없으면 아이한테 짜증이 나듯이, 어린이집 교사가 일이 많으면, 교사가 아이들에게 함부로 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김 : 평가인증준비할 때 행정업무가 정말 많았다. 완벽하게 하려면 4달간 야근을 해야한다. 토요일 일요일 매일 하고 추석때도 나오고 간신히 평가인증을 받았다. 야근을 안할려면 아이들을 방치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한다.


정 : 나는 0세반 담임인데. 세쌍둥이를 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가정에서는 여러사람의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다. 어린이집 교사:아동의 비율은 0세1:3, 1세 1:5명이다. 수익때문에 그런지 모르겠지만 , 교사대아동 비율이 너무 높아서 지친다. 그만큼 아이의 행동에 반응하고 정을 보낼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다. 교사도 사람인지라 힘들 때가 많다.


김 : 10년전만해도 오후 일찍 하원하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점점 종일보육의 비율이 높아지게 되었다. 아이를 봐야하는 시간이 많아 지면서 일과시간에 청소할 시간도 없다. 업무가 그렇게 많아 졌음에도 교사대 비율은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


사회자: 교사들 처우는 어떤가?


김:예전에 채용공고를 내면 경쟁률이 50대1이었다. 올해는 10대1이더라. 유아교육과 졸업한 사람들은 병설 유치원으로 가고. 일반사무직으로 간다. 우수한 인력이 많이 빠져나간다. 어린이집에 5년 근무하면 기관지염 생기고 위궤양이 생기더라.  애들 끝난다음에 수업준비하고 행정업무 한다. 부모들이 원하는 대로 되려면 11시까지 일해야 한다. 애보는 공은 없다고..(모두웃음)


정 : 10시간 근무하고, 보육일지 쓸 시간도 없다. 집에가서 보육일지 쓰고, 교육준비하고...집에가서도 근무의 연장이다. 교사로서 열심히 하는것도 좋지만, 일반인으로 살기 힘들다.


 

<학부모 강미씨>

사회자: 보육의 공공성이 확보되려면 국공립어린이집이 대안인데, 모두들 알면서 국공립어린이집은 왜 늘어나지 않는가?


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정치인들에게는 선거 때 표가 중요한데, 국공립보다 민간어린이집이 많아, 민간보육시설의 시설장을 의식하다보니 국공립시설이 늘어나지 않는걸로 알고 있다.


사회자: 민간과 국공립어린이집을 모두 경험하신 학부모 입장에서 국공립시설이 어떤가?

강:식단은 다 유기농을 하고. 시설장 성향에 따라 교육이 달라지지만 숲체험도 많이 하고. 가끔 학부모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하고 교육도 한다. 그런데 국공립어린이집은( 차량운행을 하지 않아 부모가 직접)데려다 주고 오는게 문제다. 그런데 어린애들을 차에 빽빽하게 태우고 다니는거 보니까 아이입장에서 힘들 것 같기도 하다.


사회자: 현재 대안은 국공립 지원시설이 늘어나는거 밖에 없는가?


강 : 어린이집에 행정이나 청소를 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될 거 같다. 그러면 맡기는 부모 입장에서는 안정감이 있다. 그러면 몇 년 대기하며 국공립에 보내지 않을 수 있겠다.

정 : 그런데 보충인력이 희망근로 공공근로로 대체할 수 있는 거는 아니다. 상시적인 인력이 필요하다.


지금은 원장 선생님과 교사를 연결해주는 원감이나 주임선생님이 있는데, 원장과 담임만 인건비가 지원되다보니 보통 원감이나 주임선생님은 담임을 겸임한다. 담임을 맡지 않고 원감의 역할을 하는 인력이 있으면 교사들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인력이 있으니 교사가 휴게시간을 가질 수 있고 교육이나 휴가를 갈수도 있을 것이다.


사회자 : 이번 사건은 아동의 인권이 보장받지 못 한 사건이다. 아동이 사회적 약자이다보니 쉽게 무시될 수 있다. 보육현장에서 '이럴 때 아이들의 인권이 침해당할수도 있겠다.'싶은 경우가 있는가?


김: 아이들의 자존심을 세워주어야 하는 장면에서 교사들이 명령해서 아동의 의지를 꺾는 경우가 있다.인권을 목적으로 한다면, 떼부리는 아이가 있을 때 떼인지 아픈것인지, 친구하고 관계때문인지 잘 판단해봐야 한다. 잠깐 울도록 하고, 조금있다가 격려해주는 교사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보육교사양성과정에도 아동인권보장에 대한 전문과정의 교육은 없다. 현장에서도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것(폭행,성폭력)에 대해 그때그때 이루어지는 교육밖에 없다.


정 : 교사로서 (아이들 인권을 존중해야 할 때인지 교육적으로 엄하게 해야할 지)혼란스러울때가 있다. 예를들어 영아들의 경우 바깥놀이활동을 하기싫어 우는 아이들이 있다. 그 때 아이의 의사를 존중하고 싶지만 다른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그 아이만 혼자 특별히 봐 줄 수가 없다.편식하는 아이의 경우도 그렇다.교사대 아동비율이 낮을수록 아이의 인권이 잘 보장될 수 있다.


강: 어린이집 마다 심리치료사가 있었으면 좋겠다.

 

<정미자 선생님>

사회자: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씀?


김: 어린이집에 물건을 맡기는게 아니고 어린 아이를 맡기는 것이다, 아침에 등원할 때 학부모님이 웃는 얼굴로 인사해주고 고마워하는 말이라도 해 주시면 교사들은 더 신나서 일한다. 보육은 사람서비스이다. 교사,부모,아이 삼박자가 서로 믿고 고마워할 때 모두가 행복한 보육을 만들 수 있다.

정:전국적으로 국공립어린이집의 비율이 5.4%밖에 안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또 CCTV는 부모들끼리도 다투게 만들고 믿지 못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아이들끼리 싸우면서 큰다. 그걸 인정하지 못하면 아이들싸움이 어른들싸움으로 번진다. 서로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강:오늘 이 시간을 통해 어린이집교사의 입장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아마 다른 부모들도 보육시설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이해한다면 그럴 것이다.
그리고 점점 더 내 자식만 귀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되어가는데, 우리아이와 다른아이가 다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알고 우리부모들이 다른 아이들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



사회:김수진 기자
기록:최석희 기자
촬영:이성호 기자
금천마을신문 '금천in'
gcinnews@gmail.com
국공립유치원 턱없이 부족, 금천구에 3곳뿐.

"이 동네에는 유치원이 없어요. 아이가 여섯살이면 어린이집보다 유치원이 낫거든요. 이사와서 아이가 다닐 유치원을 찾아봤는데  없더라구요."
주부 윤재순씨는 올 봄에 경기도 광명에서 우리구 독산4동으로 이사온 후 근처에 유치원이 없어 자녀가 다닐 유치원을 찾다가 현재 통학차량을 이용해 사립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고 있다.
현재 우리구에 있는 유치원 17곳 중 국공립유치원은 3곳 뿐이다. 이 중 전임건물과 유치원장과 원감이 따로 있고 5개학급 이상인 단설유치원이 1곳(시흥2동 탑동유치원), 초등학교장이 유치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병설유치원이 2곳( 독산1동 두산초등학교유치원, 시흥3동 백산초등학교유치원)이다.

지난 10월 4일에 한나라당 김선동의원실이 발표한 공립유치원의 입학경쟁률 또한 우리구의 국공립유치원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단설유치원인 탑동유치원의 2010년 입학경쟁률은 2.73:1, 병설유치원 2곳은1.82:1을 기록했다. 특히 탑동유치원의 만 5세반의 경우 2010년 경쟁률이 16:1에 달할 정도여서 서울시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을 차지했다고 전했다.


서울탑동유치원 원감선생님은 "국공립유치원은 사립유치원에 비해 교육료가 저렴하고 교사에 대한 만족도가 높으며 교육내용이 안정적이므로 학부모의 요구가 높다" 며 "2010년 입학생모집 때 만3세의 경우 우선순위 1순위만으로 추첨이 끝나, 2순위 이상의 아이들은 추첨에 참여하지 못했다"며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현실에 대해 언급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새로운 유치원 설립이 어렵다면, 현재있는 병설유치원의 반을 늘리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전한다.


국공립유치원은 사립유치원에 비해 입학금과 수업료가 적으므로 중산층 이하 서민들의 거주비율이 높은 우리구에 매우 필요한 교육기관이다. 이에 대한 우리구의 대책이 요구된다.
한편,  2011학년도 국공립유치원입학원서접수는 12월 1일~8일까지이며, 12월 10일에 일제히 추첨을 실시한다.

<촬영 김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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