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모든 오광명들아~ 힘내라!!




초등학교 4학년이 딸은 학교 도서실에서하루에 두 권씩 책을 빌려온다. 재미없는 책은 두 번 다시 거들떠보지도 않지만 재미있게 읽은 책은 나에게 가져와 “엄마 이저 재미있어요.”라고 한다. 읽어보라는 것이다. 언젠가 한번 딸이 권한 책을 재미있게 읽은 뒤로는 딸이 읽어보라는 책은 꼭 읽어본다. 이번에 소개해준 책은 제목만 봐도 흥미로운 <잘한다 오광명>이다. 오광명이라는 이름도 왠지 웃기지만 뭘 얼마나 잘하길래 잘한다고 했을까?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도 소개되어 있는데 이름들이 한나같이 왜 이렇게 웃긴지... 시작부터아이들이 참 좋아할 만하다. 친구를 썩은 떡이라고 놀리다가 그 별명을 갖게된 ‘썩은 떡’, 수시로 똥을 누러 가는 ‘황반장 똥반장’, 황반장과 함께 오광명을 놀리는 ‘임진수’, 광명이 짝궁 ‘김준’, 주인공 ‘오광명’, 그리고 그 아이들의 담임교사 ‘털보 선생님’ 이들의 이야기가 아주 특이하고 유쾌하게 그려진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유치하지 않은 문체와 표현으로 그려졌다. 

초등학교 2학년이나 된 녀석이 선생에게 과자 달라는 둥 ‘선생님 사탕 한 개 만’이라고 애교를 떠는 모양새가 영 거북스러워는데 읽다보니 어느새 적응이 된다. 털보 선생님은 광명이가 사탕 한 개 만 달라며 찾아와도 전혀 나무라지 않는다. 어찌 보면 광명이만 주려고 애쓰는 것 같기도 하다. 공평하지 않은(?) 선생님의 모습이 짜증이 나게 할 때 쯤 광명이가 다른 아이와 싸우고 선생님께 혼난다. 광명이는 하루 이틀 싸우는 것이 아니다. 날이면 날마다 싸우고 게다가 못생기게까지 했다. 한마디로 아이들이 꺼려하는 비호감이다. 그런데 그 아이를 멀리 하지 않는 아이가 단 한 명 있는데 짝궁 김준이다. 얼핏 보면 어른이나 아이들 모두 싫어 할 것 같은 광명이에게도 나름 싸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고 가끔은 광명이도 착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 어느 누구도 알아주지 않을 때 준이가 이런 광명이의 착한 마음 다 알아 주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며 같은 반 친구들도 조금씩 바뀌어간다. 아니 사실은 다른 아이들도 원래 그렇게 착한 마음을 가진 아이들이었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아이들에게 어쩐지 아빠 같기도 한 털보선생님도 너무나 멋진 선생님이지만 광명이의 슬픔을 함께 느끼고 도움을 주려하는 반 아이들도 무척 귀엽고 멋지다. 그리고 광명이의 진짜 마음을 볼 줄 알았던 준이도 멋지고, 무엇보다 이 글을 쓰신 송언 선생님은 더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책 뒷부분에 지인이의 말을 읽으니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된 광명이가 얼마나 학교 다니는게 힘들었으면 4년전 담임 선생님에게 전활르 다했을까 싶다. 그런 광명이에게 송언 선생님은 조금만 참으라고, 힘들어도 참으라고 한다. 나중에 어른이 되면 선생님이랑 한번 만나자고한다.

얼마전 끝나 TV프로그램 K팝스타 마지막회에서 심사위원 박진영이 6년간 심사를 하며 느낀 소감을 이렇말로 대신했다.

“K팝스타 우승자 6팀 중에 한국에서 중고등학교 정규교육을 똑바로 받은 사람이 없습니다. 대부분 가정에서 교육을 받거나 자유로운 환경에서 꿈을 그리고 자기 세계를 펼쳤고 이 대회만큼은 노래 잘하는 친구들을 뽑지 않았어요. 자기 생각을 가지고 자기 목소리로 노래하는 사람을 뽑았어요. 누가 대통령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이 한 명 한 명 특별한 아이들이 놀라운 창의력을 가지고 커갈 수 있게 교육제도를 잘 만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박진영 심사위원의 마음에 머금은 눈물 한 방울을 본 듯하다. 아마도 송언 선생님의 마음과 같지 않았을까. 송언 선생님은 오광명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 속에 동심의 하느님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오광명의 마음 속에서 깨끗한 동심을 발견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아이 같은 마음씨만 이 땅에 희망을 꽃피운다고.

송언 선생님은 학교 다니기 힘들어 초등학교 2학년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13살 광명이에게 힘내라고, 잘한다고 진심으로 응원해주기 위해 이 책을 썼나보다. 아마 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요즘의 모든 아이들에게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아이들이 힘을 내면 좋겠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모든 어른들이 이 땅의 모든 오광명에게 진심으로 응원을 해주면 좋겠다. 이 책이 2008년에 나왔으니 오광명은 지금쯤 스무 두어 살 쯤 됐겠지? 송언 선생님은 어른이 된 오광명을 만났을까? 궁금해진다. 이 책의 주인공 오광명을 나도 만나고 싶다.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

조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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