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상담센터가 만난 사람들 -여덟번째

오랜만에 아침 뉴스를 티브이로 보는데 버스 바퀴 폭발사건이 보도되고 있었다. 언뜻 보니 우리 지역(시흥 3동)에 차고지가 있는 버스다. 절로 ‘에구, 내 저럴 줄 알았어! '라는 탄식이 새어 나온다. 버스 바닥이 흉하게 찢기고 사람이 다치고 에구… 저 차 운전하던 기사 분 가슴은 또 얼마나 놀라 천국과 지옥을 떠돌았을까?

재생타이어, 브레이크 과열, 하체에 부착된 CNG 가스통의 구조적인 문제 등등이 연달아 떠오른다. 법으로 앞바퀴는 재생타이어 사용이 금지되었으나 아직도 뒷바퀴는 재생타이어가 사용 중이다. 잇단 버스 타이어 폭발이 거의 뒷바퀴인 것을 보면 재생타이어 사용의 위험은 분명해 보인다.  하긴 앞바퀴 재생타이어도 버스가 한강에 떨어진 이후에 취해진 조치였다. 정비사들의 말에 의하면 재생타이어도 한번 재생한 것은 터지지 않는단다.
그러니깐 재생에 재재생을 몇 번이나 하고 있고 그런 타이어가 터지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문제는 잘못된 준공영제 운영으로 시민의 세금으로 내려오는 인건비 등의 운영비를 공으로 먹으려는 버스 사용자들의 탐욕이다. `경제'라는 말이 원래 울퉁불퉁한 세상으로 고르게 만드는 말인데 언제부터인가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라는 이성적인 듯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 의리, 사랑 등등의 관계를 제거하는 사이코패스적인 기준이 경제라고 세뇌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버스회사들은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정비사들의 임금을 가지고 청소하시는 분 등 의 저임금 노동을 포함시키고 그 차액을 챙긴다. 정비 기능의 달인들이지만 근속년수가 긴 분들을 해고시키거나 운전기사로 돌리고 저임금의 초보 정비사들을 채용하여 그만큼의 차액을 챙긴다.

그것도 모자라 서울시가 가능한 낮게 책정한 버스 당 정비사 인원수에도 훨씬 미달하는 정비사만 고용한다. 서울시 기준으로 버스 7~8대당 정비사 1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에 타이어가 폭발한 우리 금천 지역에 차고지가 있는 회사의 경우 80대가 넘는 버스가 있는데 정비사는 단 한 사람만 있었던 적도 있다고 한다.

운전기사들이 이에 대해 항의하고 서울시에 민원을 넣자 초보자 청소원 등으로 급하게 절반의 인원을 채웠다. 서울시는 버스회사를 직접 실사하지 않고 회사의 인원 채용 보고만 듣고 민원에 대해 조치가 끝났다고 답해 왔다.
하지만 급하게 채운 이들은 대부분 초보라 매주 해야 하는 예방 점검조차 하지 못할 지경이라 한다. 바로 이런 조건에서 타이어가 폭발한 것이다. 서울시의 탁상행정, 버스회사의 터무니없는 정비사 줄이기 탐욕이 만든 폭발이니 어찌 재생타이어 등의 부품 탓만 할 수 있겠는가?   

대중 교통수단은 사고 정비가 필요하지 않다. 그것은 이미 늦은 것이다. 사고를 예방하는 정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성과주의와 돈독만 오른 우리 사회는 사고만 안 나면 된다고 생각한다.
수 십 년간의 전문 직업과 기능에 대한 경륜의 존중도, 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신성함도 다 내 팽개치고 있다.
현재 서울버스는 음주 운전하는 사람이나 도박 하는 사람들의 심정과 같아 요행만 바라고 정비사 없는 버스 운행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음주운전과 도박은 반드시 망하는 법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사고가 날 때까지 그 짓을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이롭게 하고 사람의 관계를 돈독케 하는 발상이 다시 부활해야 한다. 직업에 소명과 사명을 실을 수 있는 경제 논리가 다시 부활해야 한다. 만에 하나를 준비하는 것이 ‘예방’인데 그것이 바로 사람 중심의 경영이다.

문재훈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상담문의 859-0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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