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지역사회 혁신계획과 협치



<작년 11월27일 ‘참여에서 권한으로’라는 주제로 협치서울시민대회를 열고 시민 1200명과 함께 ‘협치서울선언’을 발표했다.>




최근에 이르러 ‘협치(協治)’라는 단어가 화두(話頭)가 되고 있다. 협치란 ‘공동체 운영을 함에 있어 서로 다른 영역의 구성체(조직, 기관 등)들이 힘과 지혜를 모아 협조하여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를테면 민(民)과 관(官)이 함께 공공적 임무를 수행하는 것도 그런 것 일게다.

이와 같은 구도는 공익적 결과 도출이라는 점에서 기대할만한 하다. 다른 기구들이 함께 한 목적을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이해관계가 있는 공동체들이 한 목적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은 갈등 구조를 피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그런가 하면 이러한 긍정성에 더하여 민주주의의 확대 발전이라는 점은 특히 주목할만하다. 민주주의가 무엇인가,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를 존중하면서 공동의 이익을 달성하려는 구조가 아닌가?

사실, 협치의 긍정성은 인류가 공동체성을 가지면서 이해되었다고 본다. 그러나 인간의 이기주의로 그것이 표양하는 가치에 대한 인식이 불안정하면서 이의 도입은 여러 장애를 만나고 있다. 우선 지적할 수 있는, 공무원 사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부처이기주의가 그 대표적 사례다. 크게는 역할의 차이로 나누어진 기관 등의 헤게모니(hegemony) 다툼이고, 작게는 같은 부서간의 임무 차별에 따른 주체 경쟁으로 이른바 ‘칸막이 행정’이 그런 전형이다. 

이러한 구조는 국가 예산 효율성 문제는 물론 인적 자원을 비롯한 국가자원 운영의 난맥상으로 연결되어 국가행정의 수행에 장애로 작용한다. 유의해야 하는 것은 이러한 상태의 지속은 국가를 어렵게 하고 결과적으로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요인이 된다는 점이다. 비정상적인 국가행정 운영은 필연적으로 반 민주주의의 표본인 불평등을 부르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협치는 필요하고 더욱이 민주주의를 견고히 하는데 더욱 긴요하다.

협치는 국가 행정을 담당하는 공무원 조직에서만의 과제가 아닌 범사회적 과제이다. 인간은 필연적으로 공동체적 구속을 벗을 수 없는 속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간 수많은 정치가와 학자들에 의해 원만한 협치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들이 여러 형태로 제기되었고 지금도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지만 만족할만한 성과는 아직도 먼 얘기인 것 같다. 우리사회 이디서도 모범 유형을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듯 일을 나누는 것이 아직은 어려운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서울시가 추진하는 “지역사회 혁신계획 지원 추진계획”은 주목할 만한 시책이다. 향후 서울시정의 행정지향을 시민과의 협치에 두는 것을 포인트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민관(民官)협치를 통한 행정공유를 시정 방향으로 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러한 이해는 이 시책의 추진근거와 배경에서 찾을 수 있다. 서울시는 이미 “서울특별시 민관 협치 활성화를 위한 기본조례(서울시 조례 제6317호. 2016.9.29.)”를 제정하였고, 그 시행 배경을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협치’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시대적 요구”에서 찾고 있다. 즉, ‘행정의 역량만으로는 고령화, 실업, 도시재생, 환경․에너지, 다문화 등 복잡․다기한 도시문제 해결이 사실상 불가능한데 따른 대안 강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그것이다.

다시 이해를 하면, 다원적이고 다층 구조인 도시문제 해결을 위해 시정(市政)에 민간이 관여하게 함으로 방안을 강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즉, 서울시가 만나고 있는 현재의 도시문제는 관(官) 일변도의 정책시행으로는 불가능하므로 일정 영역에 민간이 참여하게 함으로 해결책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서울시의 방향설정은 감당할 수 없는 행정적 난관을 돌파하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기보다는 현실적 문제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자 미래지향을 위한 선견적인 발상으로 볼 수 있다. 시책 곳곳에서 당면한 현실을 제대로 보고 있고 대두되는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시민의 참여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협치 관련 정책수립에 ‘시민들의 참여 권한 보장’을 우선으로 내세우는 것은 그러한 면모로 이해한다.

서울시는, “시민의 명목상 참여가 아니라 계획수립과 결정의 권한・영향력이 시민들에게 충분히 주어지는 ‘진정한 시민참여’의 과정을 통해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위해 ‘원활한 정보 소통과 정보 공개’도 하겠다고 한다. 즉 ‘계획수립과 실행에 필요한 행정의 다양한 정보를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여 시민과 행정이 정보의 격차 없이 계획의 수립・실행을 추진’하고, ‘또한 충분한 공론의 과정(토론회, 포럼, 간담회 등)을 통해 시민들이 의견이나 반론을 제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할 것을 천명하고 있다.(2017년 지역사회혁신계획 지원 추진계획)

시정(市政)과 관련한 정책수립에 시민참여는 바람직하다. 더욱이 시민과 함께 추진하고자 하는 협치와 관련한 정책의 수립은 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의 이 계획은 평가할만하다. 정책수립에서부터 시민의 참여 권한이 확실하게 보장된다는 기대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서울시의 정책은 그러나 필요한 과정이 있다. 시민의 참여보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마련이 그것이다. 시민의 참여보장 주체는 서울시이지만 그 시행주체는 협치의 대상과 직접적인 접촉을 담당하는 기초 자치구인데 대한 구체안이 필요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시민과의 협치의 구체적 시행은 서울시의 하급기관인 자치구가 맡게 되는데 아직은 시민참여에 적극성이 부족한 제도적 속성을 가진 구도라 제대로의 시행에 회의가 되기 때문이다.

협치를 목표로 하는 서울시의 ‘지역사회 혁신계획’은 시범실시를 위하여 금천구 등 8개 구(관악, 도봉, 동대문, 서대문, 성동, 영등포, 은평)를 대상으로 선정하였고, 해당 구는 담당관을 둔 독립부서를 구성하고 본격 시행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데 과연 서울시가 지향하는 바의 진행, 즉 ‘시민 참여권한의 우선 보장’이 될 수 있는가는 의문이다. 이 정책 시행의 기초를 마련하는 인적자원의 확보와 조직구성에 대한 신뢰를 둘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정책이 그렇듯이 그 시행의 합리성과 효율성은 그것을 담당하는 조직의 역량에 좌우된다. 따라서 개개 구성원의 능력과 구성원을 아우르는 조직체계가 정책수행에 원만한가를 보아야 하는데 이런 점에서 자치구의 인적구성 방법은 염려가 된다. 다른 구는 정보 부재로 언급의 여지는 없지만 필자의 자치구인 금천구의 경우는 분명 문제를 가지고 있다. 조직 구성에서 서울시가 표방하는 ‘시민참여권한 우선 보장’에 적극적인 동의가 어렵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이유를 들면, 금천구는 제도시행을 위한 조직구성에서 아직은 능력자의 인선과 관련한 합리적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있다. 현재에 보이는 제도적 주민참여 조직체의 인선과 조직구성이 객관성과 공정성을 이야기하기는 구차한 실정이라 보는 것이 그것이다. 새 인재 영입을 위한 객관적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나 완전성 즉 객관성과 공정성을 말하기는 어렵다. 실례(實例)를 들면, 제도적 주민기구의 구성원 선임 때 구청이 보유한, 객관성에 신뢰를 둘 수 없는 자체자료(인재풀)에 의하거나, 기존 구성원에 의한 추천이 항용의 방법이다. 더욱이 추천의 경우는 “끼리끼리 조직 문화”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유치하다. 이런 방법은 분명히 합리적이지 않다. 인터넷 공모와 같은 객관적 방법도 한정적이거나 소극적 운영일 뿐이다. 

시민의 참여를 주조로 하는 협치 지향의 새로운 정책시행이 준비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그것을 수행할 조직구성이 맞갖지 않는다면 그 정책의 성공적 수행은 기대하기 어렵다. 명심해야 한다.

(♣2017.4.11)  

 

필자는 시흥3동에 거주해 다양한 마을활동을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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