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노니는 집'은 서학이 들어오고 천주교가 탄압을 받던 조선조 말 필사쟁이를 아버지로 둔 장이라는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장이는 아버지가 천주학 책을 필사한 것 때문에 천주학쟁이로 몰려서 매를 맞아 죽은 뒤 책방의 심부름꾼에서 전문 필사쟁이로 성장해 갑니다.
장이와 눈높이를 같이 해서 읽다 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를 같이 돌아보는 듯합니다.
그 시대의 사람들의 생활모습이나 생각이 실감나게 잘 그려져 있기 때문이지요.
그 당시의 책방의 모습이라든가, 필사쟁이나 서쾌라는 직업, 전기수의 활동 등이 읽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최서쾌는 여간해서 책방에 나타나지 않았다. 얼마 전 가게를 늘려 언문 소설을 빌려주는 세책업까지 하게 되자 책방은 더욱 바빠졌다. 가뜩이나 좁은 장이 방에 책값으로 저당 잡힌 대접, 주발 등의 살림살이가 빼곡히 쌓였다. 은비녀와 팔찌 등 값비싼 장신구는 안채에 들여놓고, 책방에 걸린 장부에는 책을 빌려간 사람의 이름과 사는 곳을 꼼꼼히 적었다.
"대체 밥그릇, 솥단지를 맡겨 놓고 책을 빌리면 밥은 어디다 해 먹는디야?” 저녁마다 손님들이 맡기고 간 살림살이를 들어 나르며 만배는 남의 집 부엌살림을 걱정했다...
밥그릇을 맡기고 책을 빌려 읽다니...
책이 귀하던 그 시절의 사람들의 책읽기는 어떠했는지...한 장 한 장 필사를 해야만 했던 책을 대하는 태도는 지금처럼 책이 흔한 시대에 사는 우리들과는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서유당'- 책과 노니는 집
작은 서재라도 있다면 문 앞에 써서 걸어놓고 싶습니다.
'책 씻는 날'은 조선 중기에 살았던 시인 김득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김득신의 어린시절 이름은 몽담인데, 어리석고 둔한 까닭에 열 살이 되어서야 겨우 공부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책의 첫 장에 있는 스물여섯 자 조차 떼지 못해서 아예 공부를 그만두라는 얘기까지 듣습니다. 그러나 김득신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중국 상나라 때의 충신이야기 '백이전'을 무려 1억 1만 3천 번을 읽었다고 하는데 당시 1억은 지금의 10만이라고 하니 11만 3천 번을 읽은 것입니다. 억 만 번 책을 읽는 노력으로 59세에 문과에 급제하였는데, 그의 시를 효종 임금은 당나라의 시와 비교해도 부끄럽지 않다며 극찬하였고 병풍으로 만들어 간직했다고 합니다.
어릴 때 읽었던 위인전의 주인공들은 어릴 때부터 뭔가 남다른 데가 있거나 천재적인 면이 있어서 읽으면서 본받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나하고는 너무 다른 시람이구나... 나는 절대 따라갈 수가 없어...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김득신의 이야기는 나도 꾸준히 열심히 하면 뭔가를 이룰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끝까지 몽담이를 믿어주었던 아버지의 태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현재를 사는 우리는 아이를 기다려주지 못하고 재촉하기만 했던 것은 아닌 지 반성도 해보았습니다.
*이 글은 '은행나무어린이도서관'의 책 읽는 어른모임 '함박웃음'에서 함께 읽고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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