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고'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동물생활백서 <하이에나는 우유 배달부>를 소개해 드립니다.
이 책 맨 위에는 빨간 색으로 <2007년 올해의 청소년 도서>라는 딱지가 붙어있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동물이나 식물에 관심이 많았던 친구들도 중학생이 되면 관심을 딱 끊게 되고 그에 관계된 책은 거의 안 읽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 덕분에 이 책도 관심을 받지 못한 채 도서관 한쪽 구석에 쓸쓸히 꽂혀있습니다.
작가 비투스 드뢰셔는 독일의 동물학자이고 심리학자라 합니다. 이 사람이 쓴 책의 제목이<휴머니즘의 동물학>이니 어떤 정신으로 동물을 관찰하고 있는지 대략 짐작이 갑니다.
게다가 책을 읽어보니 그저 동물의 관찰자로서만 책을 쓴 것이 아니고 지구를 채우고 있는 생명체의 하나로 동물을 인정하고 동물의 영혼을 귀하게 여기는 이라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머리말에서는 야생동물들이 우리에게 주는 세상살이의 지혜를 종합적으로 들려주면서 인간들에게 동물을 바라보는 눈을 다시 뜰 것을 요구합니다.
이 책에서는 갖가지 종류의 동물들이 어떻게 사랑하고 자식을 기르는지, 어떤 평화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 간략한 예를 들면서 보여줍니다. 제목의 주인공인 하이에나는 우리가 알기로는 치사하고 남의 것을 탐내는 동물로 알고 있지만 새끼를 두고 먼 곳까지 가서 먹이를 먹고는 먼 거리를 달려와 새끼에게 젖을 주어야 하기 때문에 사실은 치열하게 사냥을 하는 동물이라고 합니다. 하이에나의 먹이인 누 라는 동물의 방랑 시기와 자신들의 출산, 양육 시기를 맞추어 최적의 양육을 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수백 마리의 암컷을 거느리고 있는 바다표범들의 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 사실 이 우두머리 바다표범은 늘 암컷을 빼앗기지 않으려, 또 자신의 자리를 탐내는 무리들을 견제하느라 스트레스를 엄청 받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그늘에 있는 암컷들은 사실 우두머리 이외 다른 수컷들과 몰래 로맨스를 즐긴다고 하니.. 참 재미있습니다. 이런 사실들은 작가가 오랜 시간 이들을 관찰해서 얻어낸 결과라고 하니 대단한 사람이지요.
마음이 아팠던 것은 아기 코끼리 이야기입니다. 아기 코끼리가 사람을 해치고 사람이 탄 차를 휴지조각처럼 구겨 놓았던 사건이 계속 벌어지자 학자들이 조사에 나셨습니다. 코끼리는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알아보니 이들의 개체수가 많아져 사람들이 아기 코끼리의 부모들을 죽였고 그 울음소리를 함께 들은 아기들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합니다. 게다가 이동을 헬리콥터로 하게 되었는데 그 엄청난 소음 때문에 아기 코끼리들은 정신착란을 일으킬 정도였다는 것입니다.
작가는 차라리 세상을 돌고래에게 맡기는 게 어떠냐고 합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하는 짓 보다는 돌고래가 하는 자연스러운 행위들이 하늘이 원래적으로 준 것들이고 그들은 그것에 어긋나지 않게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정말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요?
하지만 사실 인간만이 이 세상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지요. 인간 말고 수많은 생명체들이 지구에 존재합니다. 그들은 그들의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으로 꾀부리지 않고 살아갑니다.
자연을 대상화하듯이 <자연보호>를 주장하는 속이 빈 구호, 동물을 동반자로 여기지 않으면서 멸종을 우려해 <동물보호>를 주장하는 영혼 없는 사람들이 되지 말아야겠다는 단순하면서도 큰 뜻을 알게 해 주는 책입니다. 단, 그림이 만화 같아서 실제 동물 사진을 넣었으면 어떨까 생각했으나...그러면 너무 백과사전같이 따분할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 책 두께 때문에 읽기를 시도하지 못할 수 있다는 약점이 있습니다만
짧은 단락이 많으니 긴 숨으로 천천히 시작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중학교 2학년부터는 너끈히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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